LifeLog/2022

2022-10-15-sat

깡칡힌 2022. 10. 26. 17:01

내가 유일하게 준비한 여행 일정인 아테네 일정에 완전히 망쳤다. 내가 온라인에서 아테네폴리스 입장 티켓을 구입했는데, 이미 만료가 됐다는 것이다. 순간 멘붕이 왔다. 이런 상황이 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하고 그냥 구매만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런 변수가 발생하니 멘탈이 무너졌다. 그렇다. 나에게는 이 상황을 타개할 능력이 없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영어로 대화가 가능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현재 이 언어의 장벽을 극복할 만한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누나에게 위임하는 거 말고는 내가 할 일이 없었다. 다행이 나중에 티켓 구매처에 항의해서 금액은 환불 받았지만 가족으로부터의 비판 아닌 비판, 누나로부터 받은 모욕(e.g. 이거 하나 맡겼는데 넌 제대로 하는 게 없냐 등) 등을 포함해 굉장히 당황스럽고 모욕적인 상황이었지만 아쉽게도 100% 내 잘못이었고 내가 할말은 없었다. 내게 이 정도로 모욕을 준 누나에게 감정적으로 적개심까지 들었지만 그건 클루지일 뿐이었다. 내 잘못이지만 감정적으로 불편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누나에게 적반하장식으로 화를 내고 가족에게 이 감정을 분출하는 게 예전에 나였다. 오늘은 완전히 내 잘못을 인정하고 어른으로서 성숙한 모습을 보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당시 상황에 이게 클루지라고 인지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조금은 더 성장했을까.

오늘 상황을 되돌아보건대, 나는 멘탈이 약하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고, 그 문제를 뒤로하고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 정신적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우선순위가 먼저인 일을 처리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너무 온실 속 화초마냥 컴포트 존에서만 생활에서 이렇게 감정적으로 도전적인 상황에 마주할 일이 거의 없었다. 마지막으로 감정적으로 불편한 상황을 마주한 적이 그리 많지 않아서 이런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고 어느 정도까지 내 잘못을 인정하고, 동시에 타인으로부터 내가 잘못한 범위를 넘어서 인격적으로 모욕을 당했을 때 불쾌함을 표하는 데 익숙지 않다. 이 정도가 오늘 누나에게 모욕을 받으며 느낀 감정 및 생각들이다. 내가 잘못했을 때, 상대방에게 적개심을 들어낸다면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거밖에 안 되므로 이런 상황을 이성적으로 지혜롭게 해결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상대방이 감정적으로 적개심이 들더라도 이건 100% 클루지이다. 감정을 버리고 이성적으로만 생각하고 행동하고 싶지만 그게 안 되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계속 인지하는 노력이 필요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