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Karl Pillemer)

무엇을 하며 살아갈지 아직 정하지 못한 요즘 이런 저런 생각이 많다. 내 나이 또래에는 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걸까? 가끔씩은 탐색의 시간이 너무 길어서 불안함을 느낄 때도 많다. 내 시야는 그리 멀지 못하기 때문에 가까운 내 또래에게로 대부분 향한다. 그들 중 자신의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이들도 있고, 나같이 방황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내가 다른 사람과 교류를 많이 하지 않기 때문에 내 주변 친구들의 소식을 들을 기회가 좀처럼 없지만 가끔씩 그들이 열심히 사는 얘기를 들을 때면 나도 모르게 뒤쳐지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불안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해소되지 않은 이런 불안과 두려움 때문에 이 책(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에 더 눈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저자가 요양원이나 병원에 있는 인생의 황혼기에 있는 사람들의 인터뷰하고 그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책으로 엮은 내용이다. 말하자면 거대한 인생 데이터베이스에게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Q&A라고 할 수 있을 거 같다. 대표적인 질문은 다음과 같다.
- 평생을 살아오면서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은 무엇인가요?
- 서른 즈음을 보내면서 제가 무엇을 보내야 할까요?
-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거기서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 어떤 이들은 힘겹고 고통스러운 일을 경험하면서 중요한 교훈을 배웠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가요? 만약 그렇다면 거기서 배운 점을 한 가지만 말씀해주시겠습니까?
- 반드시 지키고자 하는 삶의 원칙들이 있습니까?
- 백년해로의 비결은 무엇인가요?
- 결혼을 하고 생활을 하면서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합니까?
- 아이를 키우면서 반드시 피해야 할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 인생에 특별한 전환점이 있었나요? 그렇다면 삶의 궤도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바꾼 사건은 무엇입니까?
- 건강에 관해 깨달은 교훈들이 있나요? 나이가 들어가는 사람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습니까?
인생 데이터베이스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저자는 현자라고 표현했다. 그들은 인생의 황혼기에 있지만, 그들의 말투나 표정에서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그들은 평균 연령이 78세인 만큼 몸이 성치 않은 곳이 많기 때문에 거동에 제한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자들은 단지 하루하루를 감사함 마음으로 보내는 사람들이었다. 이 책을 한 번 읽었다고 그들이 한 모든 조언들이 다 기억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조언이 두 가지 정도 있는데, 현자들은 시간과 건강의 가치를 매우 소중하게 생각했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번밖에 살지 않으면서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한다. 심지어 그 사실을 인지하는 사람들조차도 그렇게 행동한다. 관성이란 그리 무서운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일 생각하는 돈보다도 우리의 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 그들은 그것을 알고 있었고, 하루하루를 소중히 보내는 사람들이었다.
건강도 마찬가지다. 나는 아직 20대이기 때문에 불편한 곳이 별로 없다. 하지만 예전에 코가 막혀서 코 수술을 했을 때, 단지 하루지만 코 속에 있는 거즈 때문에 코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너무 고통스러웠다. 그 하루 동안에는 그 어떤 생각보다도 코로 숨 쉬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사람은 겪어보지 않으면 깨닫지 못하는 거 같다. 그 중에는 직접 겪어보지 않고 남의 말을 듣고 깨닫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적어도 나는 아니다. 하지만 그 때의 하루는 건강의 소중함을 몸소 깨달은 하루였다. 현자들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앞서 말했다시피 나는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는 잘 깨닫지 못하는 우둔한 사람이다. 그래서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완벽히 공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현명하게 살기 위해, 시간을 조금 더 의미있게 소비하기 위해 대화한다는 느낌으로 읽기 좋은 책이다. 몇 년 후에 이 책을 다시 읽을 때는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조금은 더 늘어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