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디테일에 있다 : 슈퍼개미 김정환의 투자 바이블 (김정환)
이 책의 저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슈퍼개미로 알려져있다(주식 투자로 부자가 된 사람 중에는 간혹 슈퍼개미라는 타이틀이 조롱의 뉘앙스가 있다고 싫어하는 이들도 있는 거 같으나 이 분은 이 타이틀이 마음에 드는 듯하다). 이 책은 김정환 씨가 어떤 시선으로 시장을 보고 어떤 기준에 의해서 매수 혹은 매도를 하는지 잘 나와있다. 그래서 나 같은 주린이한테는 좀 어려웠다.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기업 투자 관련 책 대부분은 실전 투자와 관련된 지식보다는 어떤 마음으로 기업에 투자할 것인지 등 거시적인 지식에 가까웠다. 하지만 책은 조금 더 미시적인 정보에 집중된다. 저자가 어떻게 투자 아이디어를 얻고 매수, 매도 프로세스를 거치는지, 각 산업에 대한 저자의 생각 등 되게 알찬 내용이 많지만 익숙하지 않은 용어가 많아서 나 같은 주식 초보자들에게는 난이도 중 이상이다. 제목 말마따나 투자의 디테일에 대한 책이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왜 투자를 하는 걸까. 그 이유는 돈을 벌고 싶기도 하지만 사람은 가능성이 없는 일에는 아예 도전을 하지 않는다. 예컨대, 요즘 월드컵 시즌이라, 경기를 볼 때마다 나도 축구선수가 되면 어땠을까 하는 망상을 할 때가 있다. 축구선수는 지금이라도 될 수 있다. 실력이 있다면. 하지만 나는 도전하지 않을 것이다. 진입장벽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기업에 투자하는 것 역시 진입장벽이 높다면 사람들은 도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뛰어든다는 건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 아닐까? 직업적으로는 차이를 만들 만한 압도적인 실력이 있는 건 아니고 돈은 벌고 싶고 그래서 기업투자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모든 사람이 워런버핏을 꿈꾸며 주식투자를 시작하지만 기업에 투자(주식 투자)한다는 건 생각보다 진입장벽이 높다. 투자하는 행위에 대한 접근성이 낮기 때문에 나는 진입장벽이 낮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를 만든다는 점에서는 매우 높은 진입장벽을 가지고 있다. 저자의 투자 프로세스를 보면 그런 생각이 더 공고해진다. 그는 단순히 내 돈을 넣고 끝이 아니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기업을 추적한다. 투자 아이디어를 얻는 거부터 투자하고 소통하고 추적하고 수익을 실현하는 일련의 과정을 실행하는 그의 삶은 웬만한 직장인보다 훨씬 바쁘고 그 농도가 짙다. 모든 쉬운 건 없는 법이다.
책을 읽는 내내 반도체, 배터리, 카메라 등 업종이 다른 여러 기술에 대한 그의 해박한 지식에 놀랐다. 그는 생전에 전혀 접한 적이 없는 분야인데도 불구하고 투자를 하기 위해 해당 기업의 기술들을 매우 디테일한 수준까지 공부했다. 이런 면에서 주식 투자는 참 매력적이다. 투자를 할수록(공부를 해야하니) 그에 따라 얻는 지식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 분야도 수평이 아닌 수직적이다. 진입장벽도 높고 성과를 내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지식의 확장성 면에서 봤을 때 주식 투자는 참 매력적인 수단인 거 같다. 그래서 제대로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