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AI 지식 (박상길, 정지호)

이 책은 원래 읽으려고 계획한 책이 아니라 우연히 발견한 책이다. 도서관에서 다른 사람이 반납한 책 목록을 구경하다가 우연히 눈에 띄었다. 사실 1년 전으로 돌아가면 그냥 넘어갔을 테지만, 무엇이 나로 하여금 이 책을 집어들게 했을까. 그것은 요근래, 내가 겪은 경험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바로 ChatGPT 때문이다. 요즘 ChatGPT가 화제다. 얼마나 화제냐라고 하신다면, 인스타그램이 1000만 유저를 달성하는 데 걸린 기간이 대략 1년 정도 걸린데 반해, ChatGPT는 40일 정도 걸렸다. 역대 최대로 빨리 1000만 유저를 달성한 서비스가 됐다. 즉,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서비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역시 몇 번 기회가 있어서 써봤는데, 정말 놀랍다(내가 영어를 조금만 더 잘했어도..). 구글 검색 같은 경우(구글 검색 서비스에 대한 얘기도 이 책에 나온다. 흥미롭다), 검색 키워드도 중요하고, 더욱 중요한 건 내가 필요한 정보를 검색된 문서 속에서 찾아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ChatGPT 이놈은 그냥 개떡같이 물어봐도 웬만한 건 다 대답해준다. 너무너무 신기했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개발자 일 시작도 안 했는데, 이놈이 내 밥그릇 뺐어가는 거 아니야? 나 러다이트 운동가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일었다. 이런 경험들 때문에 AI를 알아야 한다는 동기가 내 마음 속에 심겨지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은 나 같은 AI 관련 분야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복잡한 수식이 많이 나오지 않아서 좋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지 않았다. 어려운 용어, 그리고 AI의 특성상 알고리즘에 대한 설명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책의 흐름을 따라가더라도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책의 초반부는 AI의 역사부터 시작해서 우선적으로 알아야할 개념을 설명한 후, 우리 일상생활에 녹아들어 있는 AI 기술들을 하나의 장마다 설명하고 있다. 가장 흥미로운 챕터는 구글 검색 챕터였다. 'ChatGPT 등장? 구글 큰일났다!' 라는 제목의 기사가 많이 보이지만, 우리는 아직도 구글이 구축한 세계에 살고 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이런 궁금증이 있었다. '얘는 어떻게 내가 궁금한 내용을 1초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이렇게 빨리 리스트업 해주지?' 당신이 그 기술의 이면을 알게 된다면 아마 놀랄 것이다. 우리는 매우 심플란 검색창에 검색을 하지만 뒷단에서는 내가 생각할 수 없을 만큼의 복잡한 세계가 존재했다. 구글이 존경스러웠다. 이걸 만든 사람들은 나와는 다른 생명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록 그들이 나를 위해서 그런 서비스를 만든 것은 아니었겠지만, 그들 덕분에 지극히 평범한 내가 고급 정보에 접근하고, 노력만 하면 정보의 비대칭성을 부분적으로나마 해소할 수 있는 세계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구글은 참 위대한 회사다.
세상에는 정말 천재가 많고 나는 그들이 이뤄놓은 세계에 살고 있다는 걸 이 책은 알려준다. 그렇다. 세상에는 대단한 사람이 너무 많다. 나는 그들이 만들어놓은 세계에 살고 있을 뿐이다. 나도 그런 발전에 발 한 번 붙이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욕망이 내 마음 한 켠에 있지만서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욕망한다). 사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이 시점에서도 AI에 관해서 설명하라고 하면 내 답은 '잘 모르겠다'이다. 그렇다. 책을 읽었는데도 불구하고 잘 모르겠다. 전체적인 그림이라도 잡으면 좋겠건만, 아직 그 그림의 해상도가 너무 흐리다. 그래서 한 번 정도는 더 읽어볼 생각이다.
책에서 다루는 내용들
1. 알파고 (인간을 능가하는 기계의 등장)
2. 자율주행 (테슬라가 꿈꾸는 기계)
3. 검색엔진 (구글이 세상을 검색하는 법)
4. 스마트 스피커 (Siri는 쓸모 있는 비서가 될 수 있을까)
5. 기계번역 (외국어를 몰라도 파파고만 있다면(
6. 카카오 챗봇에게 고민 털어놓기
7. 내비게이션은 어떻게 가장 빠른 길을 알까
추천알고리즘에 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