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고 신경쓰이는 일에 낭비되는 자원들
하.. 며칠 전부터 군대 동기 심** 이 놈 때문에 적잖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고작 7만 원 때문에 내 인적 자원을 이렇게 소모해도 되는지 참 의문이다. 그렇다고 "그냥 갚지 말고 너 해라!"라고 말하기에는 그 돈이 아깝다. 그깟 7만 원과 내 며칠 간의 시간을 비교해보면 후자가 훨씬 비싸다는 걸 이성적으로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참 비합리적이다. 손실 회피 성향... 책에서만 봤는데 이 놈 참 무섭다. 책에서 배운 바로는 이득과 손실의 비율이 2.5 : 1은 되어야 이득을 취한다고 한다. 요컨대, 당신과 내가 동전 던지기를 해서, 내가 이기면 25만 원 당신이 나에게 25만 원을 주고, 당신이 이기면 내가 당신에게 10만 원을 주어야 내가 게임을 승낙한다는 의미다(순전히 나의 입장에서다. 당신 역시도 손실 회피 성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므로 이 게임은 당신부터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50%의 확률만 넘어도 베팅해볼 만하지만 인간은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위 게임으로 다시 돌아가보면, 만약 앞면이 나오면 내가 10만원을 얻고, 뒷면이 나오면 내가 10만 원을 얻는다고 했을 때, 기댓값을 계산해보자. 0.5 * 100,000 + 0.5 * (-100,000)이므로 기댓값은 0이다. 즉 이 게임으로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이 확률적으로 0원이므로 할 이유가 없다. 자, 이제 앞면이 나왔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올려보자. 10만 원이 아니라 12만 원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기댓값은 다음과 같다. 0.5 * 120,000 + 0.5 * (-100,000) = 10,000 기댓값이 1만 원이 나오므로 당연히 이 게임은 참여해야 옳다. 확률적으로 내가 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률론적 사고에 익숙지 않은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게임이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앞서도 말했다시피 사람의 손실 회피 성향에 기인한다. 즉, 이익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동일한 가치를 지녔더라도 이익과 손실을 동일하게 취급하지 않는다. 중고 거래를 할 때 역시, 내 물건은 더 비싸게 팔고 싶고, 다른 사람의 물건은 조금이라도 싸게 사고 싶은 심리 역시 손실 회피 성향과 궤를 같이 한다.
채무 관계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를 이야기하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는데, 고작 7만 원 사실 나에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돈이다. 하지만, 나의 비성적인 손실 회피 성향이 자꾸만 나로 하여금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도록 강요한다. 7만 원 때문에 내가 지금도 잃고 있는 시간에 대한 손실을 생각지 못하고 말이다. 인간은 참 어리석다. 그리고 나는 참 멍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