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Log/2023

우월감 || 상대적 박탈감

깡칡힌 2023. 4. 2. 22:36

내가 한국에서밖에 살지 않아서 다른 나라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 사회의 구성원들은 남과 비교를 자주 하는 것 같다. 나부터 그런 성향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우리는 왜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걸까?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기 위해서? 왜 가늠하는 거지? 절대적인 위치를 파악함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더 향상시키기 위해? 와우. 이렇게만 생각해도 이 사람은 대단한 사람이다. 자신의 열등감을 자신의 성장을 위해 사용하다니. 내가 해봤는데 이거 쉽지 않더라.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우리는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 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해야 할까? 인간의 본능인 걸까? 정녕 우리가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상대적 우월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인가? 그 반대라면? 내 견적보다 상대방의 그것이 훨씬 낫다면? 그때는 매우 불행한 기분을 느끼지 않을까? 이때부터 우리의 자아는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자기기만에 들어간다. 소위 자위라고 한다지? 내 예를 한 번 들어보겠다.

 

나는 타인과 나를 비교할 때 주로 나이를 사용한다. 나의 사고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다. 나보다 이룬 게 훨씬 많은 사람이라도 나보다 나이가 많으면, '에이, 나보다 나이도 많으니 나보다 이룬 게 많을 수밖에 없지. 나도 저 나이가 되면 저렇게 될 거야~' 반대로 나보다 나이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이룬 게 많다면 '운이 좋았네~ 혹은 집이 잘 사니까 그렇겠지' 다 큰 성인끼리 나이 같은 하찮은 잣대로 나와 상대방의 능력의 우위를 비교하다니. 못났다. 못났어. 나도 안다.  내가 생각해도 참 못났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것이 나의 자아를 보호하는 방법인 것을.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자세는 나보다 더 나은 상대를 만났을 때 기뻐해야 정상이다. 그에게 배울 것이 있으니 말이다. 겸손하게 그에게 배우려는 자세로 다가갔을 때, 거기서 꺼지라는 사람은 몇 안 될 것이다(그럴 경우에는 그 사람은 필히 도태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왜 상대방을 비난하기 바쁜가? 비단 나뿐만 아니라 이런 유의 사람을 나는 꽤 봐왔다. 다행이다.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니! 그렇다면 이런 식의 사고 프로세스를 어떻게 설명이 가능할까?

 

나보다 더 우월한 위치에 만난 사람을 향한 근거 없는 비난은 대부분 열등감에 기인한다. 우리는 열등감을 느끼면 우울감도 같이 느낀다. 우울감은 매우 위험한 감정이다. 한 생명체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명체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행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왜 행복을 느껴야 하지? 다른 동물들도 행복을 느껴야 할까? 평소에 왜 사는지 혹은 왜 돈을 많이 벌고 싶은지라고 사람들에게 질문을 하면 10에 8은 행복하기 위해서라고 답변한다. 우리는 왜 행복을 느껴야 할까? 여기에 내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아니 사실, 내가 내린 결론은 아니고 다른 심리학자의 책을 읽다가 매우 그럴듯한 논리라고 생각되어 그의 주장을 내면화했다.

 

생명체가 존재하는 이유는 생존, 나아가 번식이다. 즉 우리의 생물학적 목적은 번식이다. 인간은 이보다 더 고차원적일 수도 있겠으나 좌우지간, 우좌지간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의 존재 이유는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남기는 것이다. 이 점은 우리가 인정하고 들어가자. 자, 우리의 목적이 번식이라는 건 살짝 동의가 안 되는 점도 있지만 그렇다고 하자. 그렇다면 번식과 행복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나? 우리는 왜 행복감을 느껴야 하지? 이 역시 번식의 관점에서 설명가능하다. 인간의 모든 행위 그 기반에는 그 개체가 인식하든 못하든 간에 번식이 전제돼 있다. 즉, 한 개체가 행복감을 느끼면 생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행복한 사람에게는 세상 모든 게 아름답고 이 세상 전부를 긍정하고 싶다. 행복한 사람이 자살을 택하기는 여간 쉽지 않다. 그래서 행복감을 느끼는 해당 개체의 생존 가능성은 높아지고 종국에는 번식할 확률이 높다. 그래서 우리는 행복감을 느껴야 한다.

 

열등감 그리고 우울감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가능하다. 우리는 우울감을 느끼면 어떤 행동을 하지? TV에서 우울증으로 자살한 사람을 가끔씩 보지 않는가? 우울증은 한 생명체의 번식 목적을 포기하고 개체를 죽음에 이르게 할 만큼 아주 무서운 질병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열등감을 느껴서 우울증으로 번지지 않게끔 나의 자아는 상대방을 비난함으로써 개체의 자아를 보호하는 동시에 번식 가능성을 높인다. 이것이 우리가 열등감을 느끼는 대상을 향해 이유 없는 비난을 하는 이유다. 

 

우리가 비교를 통해서 열등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일 때 우리의 자아를 보호하기 위해 상대방을 비난하고 깎아내리려는 마음이 생기는 원인은 대충 알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는 계속 상대방을 깎아내려야 하는가? 이게 맞는 건가? 거기에 대한 대답은 나도 잘 모르겠다. 나도 비교를 하면 안 되고 그게 나의 성장에 도움이 안 되는 걸 알고 있음에도, 나를 나 자체만으로 평가하는 게 쉽지 않다. 이 글을 쓰는 이유 역시,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그런 인지 함정에 빠지는 이유를  명확히 하고 나의 사고 프로세스를 분명히 하기 위함이다. 명확한 세부 지침은 나도 공부 중이다. 좋은 의견이 있으면 좀 알려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