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Log/2023

Waste Time <= 48 Hours

깡칡힌 2023. 4. 5. 11:10

번아웃인지 모르겠는 번아웃이 왔다. 아마 번아웃이 맞는 거 같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이 느낌. 이거 번아웃 맞지 않는가? 덕분에 어제와 그제를 포함해 최대 48시간을 지출하였다. '이 시간은 의미가 있었을까? 내 삶을 풍족하는데 쓰였나?'라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말할 수 없을 거 같다. 맞다. 나는 이 48시간을 단순 지출하였다. 외롭다는 핑계로, 힘들다는 핑계로 고독하다는 핑계로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온라인 세계로 다이빙했다. 나는 어릴 때에는 외로움을 잘 견딜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음에도 외로움을 그다지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나는 외로움을 헤지 하기 위해 온라인 세계에 대 자원을 소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웹툰이나 애니메이션 그리고 오락 프로그램 같은 자극적이고 향락적인 수단을 이용해 나의 외로움을 달래고 있었다. 나는 외롭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말이다. 내 삶은 외로웠다.

 

나는 예전부터 그런 사람들

이 부러웠다. 집에 와서 책을 읽는 사람들. 사람들이 "힘들면 뭐하면서 쉬세요?" "퇴근하고 뭐 하세요?"라고 물어보면 "책을 읽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들. 나는 책을 읽는 게 이리도 고통스러운데 왜 이들은 이걸 쉬는 수단으로 활용한단 말인가. 없는 집중력을 끄집어내고, 휴대폰으로 가는 내 인지 자원을 막기 위해 휴대폰을 끄는 등 나의 책 읽기는 가히 전투다. 즐거울 때가 별로 없다. 그냥 성공한 이들이 읽는다고 하니까, 이걸 하면 내 삶이 나아진다고 하니 책을 읽는 것일 뿐 나는 책 읽는 걸 즐기지는 못할뿐더러 놀이는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책 읽는 게 놀이인 사람들이 있다니! 내게는 그들이 마치 다른 세계의 사람들 같다. 책 읽기 같은 생산적인 취미가 있다니. 그들이 부러웠다. 나는 그들에게 열등감을 느낀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내가 찾은 수단은 웹툰, 애니메이션이었다. 절망했다. 나는 왜 이러한 수단으로 나를 위로할까? 책 읽기가 글쓰기 같은 내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수단으로 내 외로움을 달래면 안 되는 것인가? 훗날 사람의 마음을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한다면. 나는 주문하고 싶다. 내 욕망을 조작해 달라고. 웹툰이나 애니메이션 같은 향락적인 콘텐츠를 즐기는 게 아닌 책 읽는 걸 욕망하는 사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