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Log/2023

어디까지 합리화를 할 수 있을까?

깡칡힌 2023. 4. 9. 14:00

어제 점심을 너무 빨리 먹어 결과적으로 과식을 해버렸다. 그래서 오늘 은 2시에 점심을 먹으려고 한다. 지금 이 글 쓰는 시각이 1시 45분 정도 됐는데, 앞으로 15분 남았다. 11시가 될 때부터 배가 고팠고, 끊임없이 밥을 먹으러 가자는 욕구가 내 안에서 일었다. 11시부터 지금까지 내 일려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인간은 끊임없이 합리화를 하는 동물이다. 즉, 아무리 불리한 환경에서도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사고하게끔 우리의 뇌는 진화된 거 같아 보인다. 11시 즈음에 내가 한 합리화는 다음과 같다. '주말이라 2시에 가도 사람이 분명 많을 테니 지금 가서 먹고 오는 게 시간을 절약하는 거 아닐까?' 12시. '일요일은 주말이라도 토요일에 비해 사람들이 밖에 잘 안 나오지 않을까? 그러니 지금 가도 식당에 손님이 별로 없을 거야!' 1시. '어제 잠을 못 자서 잠이 쏟아진다. 근데 분명히 밥을 먹으면 식곤증 때문에 졸릴 텐데, 차라리 지금 가서 밥 먹고 조금 자는 게 시간적으로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그리고 지금 시간 1시 50분. '10분 있다 가나, 2시에 가나, 솔직히 차이가 있냐? 그냥 너 자기만족하려고 버티는 거잖아. 그냥 지금 가자 (이건 그럴듯하게 들린다)' 하하. 내가 생각해도 나는 참 합리화를 잘하는 거 같다. 모든 사람들이 뇌가 이러한 특성을 갖고 있을까? 합리화를 하는 이유는 뭘까? 분명히 스스로와 약속한 바를 지키는 게 나의 원칙도 생기고 장기적으로 유리할 텐데 말이다. 

 

생각해 보자. 당신이 오늘 하루를 노는 데 사용하는 것과, 책을 읽는 데 사용하는 것. 어느 게 장기적으로 이익일까? 논다고 하니까 너무 안 좋게 들리나? 그럼 오늘 하루 아주 아름다운 여행지로 여행을 간다고 하면? 그 여행지는 가기 무척 힘들기 때문에 간 것만으로도 자신에게 큰 가치가 있다면? 고민된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여행을 택할 것이다. 무척 가기 힘든 곳이라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오늘 읽을 예정인 책이 나의 인생 책이 될 책이고 나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준다면? 이때부터 고민된다. 매사 선택을 할 때 이런 잣대를 갔다 대지는 않지만 우리는 미래의 이익을 가늠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정확히는 우리의 뇌가 말이다. 그래서 우리의 뇌는 눈앞에 이익에 집중하게끔 설계돼 있다. 수렵채집인의 뇌부터 지금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뇌는 하등 달라진 게 없으니 말이다. 수렵채집인 시대의 맛있는, 그것도 매우 귀한 과수를 발견하면 그 혹은 그녀가 취할 행동은? 땅 속에 보관? 친구들을 불러서 같이 먹기? No! 바로 그 자리에서 본인이 전부 먹어치우는 게 그들이 취할 행동이다. 그 순간은 쉽사리 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본능을 우리는 그대로 건네받았다. 밤에 먹는 아이스크림, 먹으면 분명히 살이 찌고 내일의 나에게 책임을 지우는 거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먹는다. 왜! 맛있으니까! 지금 먹는 게 나에게 이익, 즉 쾌락을 선사하니까! 뇌는 미래의 이익을 가늠하지 못한다. 인간은 비합리적이다. 인간의 의지. 믿지 말자. 어쩌면 앞으로의 세계에서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우리의 의지를 누군가에게 위탁해야 할지도 모른다. 자유 의지대로 살다간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없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