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Log/2023

잔소리

깡칡힌 2023. 4. 17. 11:27

이 글은 나의 행동에 대한 반성문이다. 당사자에게 직접 사과할 용기가 없어서 이렇게나마 스스로를 꾸짖기 위해.

 

나는 잔소리가 많은 사람이다. 스스로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주변의 평가가 그러하다. 그래서 나와 함께 살고 있는 부모님이 고통받는 중이다. 이를 테면, "밤에 먹지 말라" "탄산 좀 그만 먹어라" "과자 먹으면 살찐다" "욕구를 제어를 못하느냐" 등 말 자체로만 보면 맞는 말인 것 같으나, 문제는 이 말이 그들로 하여금 상처를 준다는 데 있다. 또한, 나 역시 스스로의 역할을 거부하고 있지 않나.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취업을 하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거부하고 있다. 의미 있는 방황이라는 보기도 좋고 듣기도 그럴듯한 핑계를 대면서 말이다. 부모는 나에게 궁금할 것이다. "너는 취업 안 하냐." "기업에 지원서는 넣고 있냐." "스터디 같은 건 따로 안 하냐. 너희 누나는 열심히 했던 거 같은데" 등 그들은 나에게 궁금한 게 분명히 있을 것인데 이런 질문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한 번은 나의 부모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답변은 스트레스 주기 싫어서 눈치 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아마 나는 이런 답변을 받으면 내 입장에서 그들의 조언의 질문은 잔소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나에게 그 잔소리는 듣기 싫은 소음일 뿐이며 그런 소음을 들을 때마다 나는 부모로부터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부모님은 나에게 배려를 해주고 있는데, 나는 그들에게 왜 이리 야멸찬 대우를 하는 것일까. 욕구를 제어하지 못하는 그들이 한심해 보여서? 정작 너도 힘들고 지치면 네가 마음속에서 세운 원칙을 무시하고 쾌락에 너의 몸을 내던지고 있지 않는가. 나는 위선적인 인간이다. 타인에게는 높은 기준,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면서 나의 원칙은 그 단단함과 엄격함이 고무줄마냥 잘 휘어진다. 반대가 되어야 할 터인데. 부모에게 스트레스 주지 말자. 그들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지 말자. 그들은 피곤하고 지쳤다. 이 세계에.

 

부모에게 잔소리하지 말자. 그 잔소리를 받을 대상은 부모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다. 하하, 스스로를 통제하기가 이리 힘들다니. 그리고 그 자리에서 사과하면 될 것을 그놈의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주저하다니. 나는 아직 수련이 부족하다. 자존심. 이게 참 비효율적이고 반지성적인 의사 결정을 나로 하여금 강제한다. 부모에게만이라도 자존심은 내려놓자. 항상 지는 건 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