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할 수 있어!"의 폭력성 (꼬임 주의)
요즘 GOD의 '촛불하나'란 노래에 빠졌다. 반복해서 듣고 또 듣는다. 멜로디도 마음에 들고, 가수의 음색도 마음에 든다. 하지만 노래에서 말하는 메시지는 내게는 다소 폭력적으로 느껴진다. 가사는 다음과 같다.
세상엔 우리들보다 가지지 못한
어려운 친구들이 많습니다
지금도 힘들어하고 있을
그 친구들을 위해
이 노래를 부릅니다
힘내라 얘들아
왜 이렇게 사는 게 힘들기만 한지
누가 인생이 아름답다고 말한 건지
태어났을 때부터
삶이 내게 준 건 끝없이
이겨내야 했던 고난들 뿐인 걸
그럴 때마다 나는 거울 속에
나에게 물어봤지 멀 잘못했지
도대체 내가 무얼 잘못했길래
내게만 이래 달라질 것 같지 않아
내일 또 모레
하지만 그러면 안 돼
주저앉으면 안 돼 세상이 주는 대로
그저 주어진 대로
이렇게 불공평한 세상이 주는 대로
그저 받기만 하면 모든 것은 그대로
싸울 텐가 포기할 텐가
주어진 운명에 굴복하고 말 텐가
세상 앞에 고개 숙이지 마라
기죽지 마라
그리고 우릴 봐라
지치고 힘들 땐 내게 기대
언제나 네 곁에 서 있을게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내가 너의 손잡아 줄게
너무 어두워 길이 보이지 않아
내게 있는 건 성냥 하나와 촛불 하나
이 작은 촛불 하나
가지고 무얼 하나
촛불하나 켠다고 어둠이 달아나나
저 멀리 보이는 화려한 불빛
어둠 속에서 발버둥 치는 나의 이 몸짓
불빛 향해서 저 빛을 향해서
날고 싶어도
날 수 없는 나의 날갯짓
하지만 그렇지 않아
작은 촛불하나 켜보면 달라지는 게
너무나도 많아
아무것도 업다고 믿었던 내 주위엔
또 다른 초 하나가 놓여 있었기에
불을 밝히니 촛불이 두 개가 되고
그 불빛으로 다른 초를 또 찾고
세 개가 되고 네 개가 되고
어둠은 사라져 가고
지치고 힘들 땐 내게 기대
언제나 네 곁에 서 있을게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내가 너의 손잡아 줄게
기억하니 아버님 없이
마침내 우리는 해냈어
그건 바로 나의 어릴 적 얘기였어
사실이었어 참 힘들었어
하지만 거기서 난 포기하지 않았어
꿈을 잃지 않고 용기를 잃지 않고
계속 노력하다 보니
결국 여기까지 왔고
이제 너희들에게 말해 주고 싶어
너희도 할 수 있어
지치고 힘들 땐 내게 기대
언제나 네 곁에 서 있을게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내가 너의 손잡아 줄게
지치고 힘들 땐 내게 기대
언제나 네 곁에 서 있을게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내가 너의 손잡아 줄게
지치고 힘들 땐 내게 기대
언제나 네 곁에 서 있을게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내가 너의 손잡아 줄게
"세상엔 우리와 같은 가지지 못한 어려운 친구들이 있습니다. 지금도 힘들어하고 있을 그 친구들을 위해 이 노래를 부릅니다" 나는 노래가 시작하면서 나오는 이 가사를 듣자마자 너무 위선적으로 느껴졌다. 힘들어하는 아이들은 많지만 정작 그 메시지를 전하는 이들은 환하게 웃고 있다.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시그니엘 펜트하우스에 있는 고급 소파에 앉아서 SNS로 가난한 이들에게 '할 수 있습니다!'라고 하는 것 같았다. 즉, 자신은 사회적 혹은 경제적 재난의 안전망에 있으면서 그렇지 못하는 이들에게 힘내라고 하는 거 같아 나는 이 첫 가사가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너무 꼬여있는 거 아니냐고? 인정한다. 나는 꼬여있는 사람이다. 노래 부르는데 우울하게 통곡의 표정을 지을 수는 없는 거 아닌가. 그럼 어떡하나. 내 마음속 사고의 거름망이 이렇게 생겨먹은 걸.
두 번째로 "너희도 할 수 있어"라는 가사다. 우리는 타인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그리고 타인은 우리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평소에 본인이 즐겨 듣는 멜로디나 혹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멜로디를 머릿속으로 흥얼거리면서 책상을 주먹으로 쳐보자. 그리고 상대방에게 해당 노래가 무엇인지 맞춰보자. 상대방은 내 마음속 노래를 맞힐 수 있을까? 연구에 따르면 위와 같은 방식으로 실험을 했을 때 상대방이 정답을 맞출 확률은 2.5%에 불가하다고 한다. 즉, 문제를 내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맞히기 쉬울 것 같은데, 정작 100명 중 2명만 맞춘다는 것이다. 다소 충격적이다. 나 역시 오늘 가족에게 테스트해 봐야겠다. 위 연구 결과가 주는 메시지는 내 생각에 다음과 같다. 나는 타인을 그리고 타인은 나를 생각보다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고? "너희도 할 수 있어!"라는 메시지는 내가 했으니 당신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응원의 메시지, 힘내라는 메시지로만 받아들이면 괜찮을 수 있으나 한 꺼풀만 까보면 이 메시지는 다소 폭력적이다. 세상에는 같은 인간이 없기 때문이다. 전 세계 인구는 약 80억이다 그리고 80억 각 개개인은 모두 다르다. 내 심상 속에서 떠올리는 노래도 못 맞히는 타인에게 나의 성공 경험을 대입시키고 당신도 할 수 있다고 말해도 되는 걸까? 글쎄, 사람은 다 다르다.
나는 최근에 체중 감량에 부분적으로 성공했다. 다이어트에 관한 책을 읽고 그 지식을 체득하여 삶에 적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한테도 똑같이 하라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까지는 실패했다. 왜일까? 우리는 똑같은 사람이고 나와 그녀는 같은 유전자를 50%나 공유하고 있지 않은가? 나는 내가 해보고 성공했으니 당신도 할 수 있다고 엄마에게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실패하면 '왜 저 쉬운 걸 못할까..' '저게 그렇게 어려운가?' 라며 속으로 안타까움을 느껴졌다. 그렇다. 나는 개체별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해보았다고 엄마에게 나의 성공 경험을 강요하는 것은 그녀에게는 폭력이다. 반대로 엄마가 다른 내 또래 아이들은 모두 취업했는데 너만 왜 취업을 못하고 있냐라고 그녀의 생각을 나에게 강요하면 그것 역시 내게는 폭력이다. 사람은 다르다. 부모 자식 간이라 할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