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과 진실

진실은 그러니까 트루스(Truth)는 진짜 원인을 얘기하라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말을 한다. 불안은 사실을 알려달라는 감정이고, 분노는 진실을 말하라는 감정이다. 그런데 우리가 광장에 나갈 때는 어떤 상태일까? 분노해서 나간다. 광장에 나간 시민들은 진실을 말하라고 얘기한다. 그런데 그때 '야니야, 이거 별문제 없는 거야.'라고 사실(Fact)관계만 얘기한다고 분노가 사라지지 않는다. 심리학자들인 대표적인 예로 언급하는 것이 2008년 촛불시위를 촉발한 광우병 사태다. 광우병 사태 떄 시민들이 분노해서 광장으로 나갔다. 우리가 왜 이걸 먹어야 하는지 진실을 얘기하라는 거였다. 미국에서 수입한 쇠고기가 신체에 해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사실을 몰라서 나간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그저 사실만 얘기하니까 분노가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천 물류센터 공사장 화재도 비슷한 시각에서 분석이 가능하다. 사삼들은 화재 사건의 사실(Fact)을 알고 싶은 게 아니라, 왜 이런 사고가 계속 일어나는지 구조적 진실(Truth)를 알고 싶은 것이다. 가장 가슴 아픈 건 세월호 참사다. 우리는 세월호 사고의 진실(Truth)을 알고 싶은 것이지, 사실(Fact)을 알고 싶은 게 아니라는 얘기다.

 

 

- <코로나 사피엔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