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가 온다고 하는데...
나는 경제 뉴스 대부분을 유튜브를 통해서 섭취하고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유튜브 경제 뉴스 방향이 바뀌었다. 공포감을 환기시키는 자극적인 단어를 남발하며 경제 위기가 온다고 난리다. 그런데 그 발언 주체가 소위 전문가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많아, 마냥 흘러들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저들은 나 같은 경제에 무지한 자를 호도해 무언가 이득을 취하려고 공포를 조장하는 건가? 아니면 정말 위기라 모두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싶은 건가? 잘 모르겠다. 판단은 자유라며 개인의 몫이라며 메신저들은 발을 슬쩍 빼지만 나는 그걸 판단할 만한 거름종이를 갖고 있지 않다. 어느새 눈을 떠보면 그들의 주장을 내가 생각한 것인 양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 이렇게 개인의 생각은 만들어진다. 사실 그 생각은 베낀 것이다. 자, 이제부터 베낀 생각을 정리해 보겠다.
## 금리
내가 속해 있는 가계 상황을 보면 그들의 주장이 타당한 것 같기도 하다. (나의 부모는 자산 대부분을 빚을 통한 부동산으로 형성했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그들의 가계 경제에 매우 치명적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이 푼 막대한 유동성을 회수하지 못한 채, 코로나 때 다시 한번 더 큰 규모의 유동성을 풀었다. 그 결과로 자산 가격 상승과 함께 고강도 인플레이션 시대를 우리는 지금 겪는 중이다. 과연 미국은 그들이 푼 막대한 유동성을 전부 회수할 수 있을 것인가? 아마 힘드리라고 본다.
지난 10년 간 우리는 저금리 시대를 뉴노멀로 생각해 왔다. 그리고 지금 겪고 있는 이 고강도 금리는 일시적이며 다시 그리운 옛날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는 사람 역시 적지 않다. 나의 부모도 그 무리에 속해있으리라. 낮은 금리는 경제를 활성화시킨다. 기업체는 낮은 금리로 자본을 조달해 투자에 활용하고 개인은 그 돈으로 개인사업에 투자하거나 자산을 구매한다. 그리고 그 여파로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자산 가격이 상승한다. 어떤 이는 거품이라고 하지만, 이 기간이 10년 이상 지속되면 그것을 거품일까? 모르겠다. 그저 현재 조달할 수 있는 금리에 맞게 가치 평가된 것 아닐까? 그러나 너무 낮은 금리에 익숙해진 우리는 까마득한 기억 속에나 존재하던 고금리를 실제로 마주하자 매우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그저 버틸 수밖에 없다. 그리운 옛날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이 고금리 시대는 뉴노멀일까, 아니면 그냥 잠시 지나가는 태풍일까.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대응할 뿐.
## 한국의 경제 생태계
개인의 경제 환경은 나라의 경제 환경 전반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가진 게 없을수록 그 영향은 더 직접적이다. 한국의 경제 생태계는 대단히 기형적이다. 우리는 수출을 통해 지금의 경제 수준까지 그 파이를 키워왔다. 혹자는 주장한다. 경제 규모가 어느 정도 성장했으니 이제 내수 중심으로 나라 경제 시스템을 바꾸자고. 헛소리다. 아니,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어떻게 내수 경제로 먹고살 수 있을까? 당장 사용할 에너지 원재료가 되는 석유, 우라늄, 천연가스 등은 우리나라에서 생산할 수 있는가? 없다. 우리는 그 어떤 자원도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없다. 우리가 살 길은 해외 투자한 자산에서 나오는 배당을 통해 먹고살든지 아니면 수출밖에 없다. 일본은 이전에 투자한 걸로 몇십 년을 버텨왔지만 우리 경제가 그것을 답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모가 됐든 도가 됐든 결국은 수출이다. 자, 수출해야 되는 건 알고 있다. 그리고 잘해왔다. 하지만 이전에 우리가 누려왔던 수출 지위를 미래에도 유지할 수 있을까? 힘들다고 본다. 가장 큰 걸림돌이 미중 패권경쟁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과거 최대 무역흑자국은 중국이었다. (지금은 최대 적자국이란다) 그리고 그 수출 비중 중 가장 큰 제품은 역시나 반도체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의 대미 수출을 제한하면서 중국이 대한민국으로부터 반도체를 수입할 이유가 사라졌다. 중국은 중간재 성격인 우리의 반도체를 수입해 물건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했는데 이제 그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그럼 미국에 수출하면 되지 않냐고? 그러면 좋겠다만 반도체는 디지털 경제의 석유다. 가장 중요한 자원을 수입에만 의존하는 판단을 미국이 할 리가 없다. (석유 때문에 중동 국가에 얼마나 많이 데인 미국이란 말인가?) 그들은 반도체를 자체 생산할 것이다.
꽤나 절망적인 상황이다. 물건을 팔아 달러를 벌어들여서 먹고사는 한국 경제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옆 동네 2차 전지가 잘 나간다기에 그들에게 내 지친 어깨를 기대고자 했는데 이제는 기술력이 있다고 수출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닌 듯하다. 수출도 정치경제학이다. 즉, 정치의 영역으로 드리우고 있다. 언제는 안 그랬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정도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 나의 미래
사실 내 앞가림도 못하고 있는 내가 우리나라 경제를 걱정하는 게 조금은 우습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경제의 전반적인 구조를 보면서 직장인이 되고픈 마음에 더욱 사라졌다. 우리나라는 그 어떤 나라보다 외인 변수에 취약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회사가 당신이 필요 없다고 하면 그날로 짐 싸고 나가야 한다. 한국은 사람 쉽게 못 자른다고? 이제 조만간 그 소리도 쏙 들어갈 기미가 보이고 있다. 경제, 교육, 노동을 교육하지 않고 나라의 미래가 없단다. 즉 경직된 노동 구조 역시 미국식으로 바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거 같다. (우리 나라는 노동자가 살기에 꽤 좋은 나라라고 생각한다)
직장인도 개인 브랜드가 있어야 하는 시대다. 그럴 바에는 직장에 들어가는 것보다 내 브랜드를 지금부터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 사실 이것은 어느정도 개인의 현재 상황을 위로하기 위한 합리화일 수도 있다. 인정한다. 직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내 역량을 보기 좋게 포장하는 핑계 말이다. 내게 남은 시간은 길게 봐야 5년이다. 그 이후에는 한국 사회가 더 크게 바뀔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도 나만의 역량을 갖춰야 한다. 이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내 회사를 만들고 싶다. 나의 물건을 팔고 싶다. 그리고 수출하고 싶다. 스스로의 밥벌이를 스스로 할 수 있는 나만의 회사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