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의 회색지대
저작권이란 참으로 애매하다. 칼로 두부 자르듯 깔끔하게 양단할 수 없는 소위 말하는 그레이 존이 저작권에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노아'라는 서비스를 사용해 타인의 콘텐츠를 일부 도용해서 자신의 콘텐츠로서 업로드해 수익을 창출한 유튜버가 있어 논란이 일었다. 사람들은 그의 행동을 비난했다. 그리고 그에게 자신의 콘텐츠를 도둑맞은 이는 자신이 몇십 시간 그리고 길면 며칠을 갈아 만든 콘텐츠가 이렇게 단 몇 시간만으로 복제된다는 사실에 분개하고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피해자의 심정을 이성적으로 이해하지만 완전히 공감하는 건 불가능하다. 나는 그런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비교적 한 명의 잘잘못을 따지기 쉽다. 가해자가 콘텐츠를 복제한 걸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애매하다고 생각하는 건 그 콘텐츠의 기반이 되는 지식 혹은 정보다. 사진이나 동영상은 비교적 구분하기 쉽지만, 촬영 기법, 편집 기법 그리고 해당 콘텐츠의 기반이 되는 지식들 말이다. 만약 내가 어떤 유튜버가 사용한 편집방식을 교묘히 흉내내 콘텐츠를 제작한다면 그것은 저작권법 위반일까? 저작권이란 건 어디까지 인정해줘야 할까.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도 타인의 영향을 받지 않은 온전한 나만의 생각으로 작성된 글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 오히려 그 반대다. 내가 저작권의 회색지대라는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된 건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어떤 이가 주장한 바에 공감하고 그의 의견을 내가 내면화하면서다. 즉, 저작권의 회색지대에 대한 내 의견은 온전한 내 의견이 아닌, 타인의 의견이 첨가돼 있다. 그것도 상당히 많이.
무슨 말을 하고 싶냐. 이 세계에 완전한 오리지널이란 게 존재할 수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내 생각은 나의 머릿속에서 독창적으로 나온 게 아닌 타인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이념으로부터 파생된 그 무엇이다. 그렇다면 저작권은 어디까지가 도용이고 어디까지가 그 오리지널리티를 인정해줘야 할까. Digital Transformation은 점점 더 가속해지고 있으나, 우리의 삶은 디지털처럼 분절돼 있지 않다. 우리의 삶은 여전히 아날로그처럼 연속돼 있다. 그리고 언제나 회색지대가 존재한다. 그래서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