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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농부처럼 투자하라 (박영옥)

깡칡힌 2022. 11. 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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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옥 씨(저자)는 한국에서 유명한 대표적인 기업 투자자 (저자는 주식 투자자보다는 기업 투자자로 불리기를 원한다. 그게 더 적절한 표현이라고 한다)이다. 박영옥 씨는 유튜브에서 우연히 보게 됐는데, 여타 다른 투자자와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박영옥 씨의 주장에서 기업 투자에 있어서 그만의 소신을 엿볼 수 있었고 이 책은 그의 소신을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서 읽게 됐다.

어떻게 하면 올바르게 주식 투자를 할 수 있을까? 기업이란 무엇이지? 주식에 투자한다는 건 어떤 의미지? 이 책을 읽으면 이 물음에 대한 답을 할 수 있다. 내 주식 투자 과정은 이러하다. 재무 정보? 볼 줄 모른다. 차트? 볼 줄 모른다. 그냥 삼성전자나 네이버, 카카오 같은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기업의 주가 흐름을 꾸준히 추적하고 어떤 이벤트가 발생해 저렴해지면 샀다가 다시 어느 정도 오르면 파는 일을 반복한다. 그냥 용돈만 버는 수준이다. 나는 이게 나만의 주식 투자방법이라고 생각했지만 저자의 기준에서 내가 하는 행동은 주식에 투자하는 게 아닌 단순 투기다. 주식 투자는 단순히 그 회사가 발행한 증권을 구매하는 걸 넘어서 나와 동행할 회사에 투자하는 거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동행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는 주식 투자를 농사에 비유한다. 우리가 농사를 지을 때, 그냥 씨만 뿌려놓고 내버려둔다면 농작물은 자라지 못할 것이다. 도중에 비가 오면 막아줘야 하고, 적절히 물도 줘야 하고, 해충이 접근하지 못하게 적절한 조치 또한 취해줘야 한다. 주식 투자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그냥 돈만 넣고 기다리면 운 좋게 주가가 올르면 좋겠지만, 그런 요향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박영옥 씨는 단순히 돈을 넣고 주가가 오르길 기다리지 않고, 꾸준히 그 회사를 관찰하고 잘못된 점이 있으면 시정을 요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으면 건의한다. 또한, 기업 방문은 물론, 현재 짓고 있는 공사 현장에 직접 가보기도 하고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를 직접 체험해본다. 이렇게 단순히 돈을 넣고 경영자가 잘하기만을 바라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그 기업과 소통하면서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장 과실을 나누는 게 그가 생각하는 주식 투자이다.

저자의 열정에 감탄하면서도 돈 벌기 쉽지 않다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여지까지 안 망할 기업에 투자하고 시간이 흘러 주가 오르면 파는 게 현명한 주식 투자인 줄 알았는데, 저자와 나의 철학 수준에서 너무 차이가 났다. 물론 주식 투자를 행위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돈을 투자한다는 개념에서는 동일하지만, 그 과정은 너무 다른 듯하다. 흔히들 성공한 사람들은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한다고 하는데, 나는 돈을 번다는 결과에만 집중했을 뿐, 내 주식 투자에는 그 중간 과정에 생략돼 있다. 하지만 저자의 주식 투자법은 어렵다. 기업 탐방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나모 모르게 두렵고 부끄러운 감정이 들었다. '나 같은 사람을 기업에서 상대하려고나 할까?' '내가 건설 현장에 가보고 싶다고 하면 기업 관계자가 콧방귀를 뀌지 않을까?' 같은 생각이 드는 건 내가 이상해서일까... 아마 저자도 처음부터 기업 관계자가 적극적으로 상대해주지는 않았으리라. 여러 번 두드리고 요청한 끝에 받아들여졌고 그렇게해서 기업과 동행하고 과실을 나누고 저자는 성공한 투자자가 됐다. 어쩌면 비단 세상 일에서 투자 뿐만 아니라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건 거절당할 두려움을 이겨내고 작은 용기를 내어 계속해서 두드려서 앞으로 나아가는 힘일지도 모른다. 결과가 아닌 과정을 즐기는 사람이 이 세상에서 주인공일 될 자격이 있는 거 아닐까.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과정보다는 결과를 원한다. 나는 내 스스로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없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