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Log/2023 93

공인중개사 생태계 (인간이 싫다)

나의 엄마는 공인중개사로서 밥벌이를 하고 있다. 한 10년 전, 내가 고등학생 때 엄마는 한 아파트 단지에서 중개사무소를 운영하면서 가족의 생계를 유지했다. 중개서비스를 받아본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대부분의 대한민국 사람들이 아마 공인중개사에 대해 그리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아마 하는 일도 그리 많지 않으면서 비싼 수수료를 가져간다고 생각하는 게 대부분의 생각이다. 또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유리에 붙어있는 '중개사고 시 최대 1억 보장'이라는 문구 역시 그들의 분노를 자아내는 부분이리라. 이놈의 보장액은 십 년이 지나도 변동이 없다. 그동안 오른 집값이 얼마인데 말이다. 나도 동의한다. 그래서 사람들의 분노도 이해된다. 내 부모이고, 교육비며 주거비며 나를 키우는 데 사용..

LifeLog/2023 2023.06.09

형, 그리고 나이

우리나라는 다소 조폭 문화와 비슷한 '형님 문화'라는 게 존재한다. 지금 젊은 세대는 그 색채가 다소 옅어지긴 하였으나, 아직까지 우리는 상대방과 나의 관계를 정의할 때 '나이'라는 수단을 사용한다. 나이를 사용하기 때문에 상대방과 나는 단순히 누가 더 빨리 태어났느냐로 관계에 점수가 매겨지며 그 과정에서 미묘한 상하관계가 형성된다. 더 빨리 태어난 사람, 즉 '형님' 정체성에 당첨된 사람은 '동생'보다 더 많이 알아야 할 것 같고, 밥값도 부담해야 할 것 같은 의무를 암묵적으로 지게 된다. 물론 아무도 강요하지는 않았으나 사실상 강요받은 문화적 유전에 가깝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나이라는 건 우리에게 꽤나 독특한 사고방식을 선사해준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형은 동생보다 더 많이 알아야 하고 밥값도 형님..

LifeLog/2023 2023.06.08

기내 라면 그리고 맛있는 버터우동

밤에 아빠가 틀어놓은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프로를 우연찮게 보게 됐다. 정호영 쉐프가 개발한 버터우동을 항공사와 제휴에 손님들에게 파는 스토리였던 걸로 기억한다. 내 기억으로는 해당 항공기편은 인천에서 방콕을 가는 편으로, 밤 시간대에 이동을 하기 때문에 손님들에게 우동을 파는 게 꽤나 제한되어 보였다. 밤 시간대는 비행기 내부 전등을 소등하고 취침하는 손님들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솔직히 그 장면이 조금 불편했다. 아니, 그 장면 이전에 냄새가 많이 식품류 예를 들어 우동이나 라면 등을 기내에서 판매하는 것에 대해 예전부터 불만이었다. 라면은 냄새가 많이 나지 않은가? 어떤 이는 그 냄새조차도 마케팅으로 손님들의 식욕 욕구를 자극한다고 하지만, 그 라면 냄새가 불쾌한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LifeLog/2023 2023.06.07

의도적인 기버(Giver)

애덤 그랜트의 책 에서는 사람 유형을 테이커(Taker), 매처(Matcher), 기버(GIver)로 나눈다. 테이커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본인의 이득을 최우선시하는 이들이다. 글로서 그들의 성향을 들으면 다소 얼굴이 찌푸려지는 성향을 가진 그들이지만 인간이 이기적인 동물임을 고려하면 그들은 꽤나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걸지도 모른다. 실제로 세상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일 최우선시 하지 않는가? 두 번째로 매처(Matcher)다. 매처들은 기브앤테이크가 확실하다. 즉, 내가 받은 만큼 베풀고 내가 내가 손해를 본 만큼 상대방에게 같은 크기로 응징하는 이들이 바로 매처다. 자신의 이득을 우선시하는 이들, 즉 테이커가 한두 번 정도는 성공할지 모르겠으나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걸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다..

LifeLog/2023 2023.06.07

나이, 비난 그리고 자위

나는 미디어에서 성과를 낸 이들을 볼 때 그들의 나이를 유심히 보곤 한다. 왜 그러는 건지 생각해 본 결과 안도감을 얻기 위함이라는 걸 알게 됐다. 무슨 말이냐. 멋진 성과를 낸 이들의 나이가 나보다 많으면, '그래, 나보다 더 오래 살았으니까 경험도, 지식도 많을 테니 저런 성과를 내는 게 당연하지'라며 자위를 했다. 즉, 나는 내 현재 상태를 나이가 어리니 괜찮다라며 안도감을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가 너무 초라해 보이니 말이다. 반면, 나보다 나이도 어린데 멋진 성과를 낸 이들을 보면, 그때는 내 안의 방어체계가 동작한다. (이 장치의 기능이 아주 훌륭하다! 내가 살아있는 한 고장 걱정은 없다) '운이 좋았겠지'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았겠지' 같이 그들의 성과를 품평하기 시작한..

LifeLog/2023 2023.06.06

Untitled

우리나라는 대학진학률이 매우 높은 나라이다. 성공(성공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으나 대부분 성공이라고 하면 돈을 많이 버는 것을 생각한다. 나도 그렇다) 확률을 가장 확실하게 높여주는 수단이 교육임을 부정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대학에 가는 걸까? 아니, 더 근본적으로는 왜 공부를 해야 했던 것일까? 나 같은 경우에는 그 이유를 학창 시절에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냥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게 좋아서 놀았고, 고3이 되자 분위기, 즉 환경이 달라져 공부를 시작했다. 왜 하는지에 대한 이유 따위는 고민해보지도 않았다. 그냥 남들이 하길래 했다. '남들이 하길래 했다.' 이 말은 사실이면서도 거짓이다. '남들이 하니까 했다'는 말 이면에는 조금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이..

LifeLog/2023 2023.06.04

허세의 편익 (feat. 마라탕)

어제 오늘 점심으로 마라탕을 먹었다. 나는 마라탕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먹어보니 입맛에 맞았다. 꽤나 자극적인 맛이라 중독됐을지도 모르겠다. 괜스레 걱정도 된다. 나트륨 함량이 많아서 몸에 좋지 않을 텐데 말이다. 사실 마라탕이 좋은 이유는 자극적인 맛도 있겠으나 그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버섯이나 해산물 그리고 채소를 한 번에 먹을 수 있어서다. 나는 새우나, 목이버섯, 완자, 청경채, 숙주나물, 두부를 좋아하는데 이 음식들 전부를 샤부샤부 가게가 아니고야, 혼자서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많지 않다. 그런 면에서 내가 얼마 전에 발견한 마라탕 집은 이 음식들을 혼자서 즐길 수 있어 꽤나 만족스럽다. 그러나 가격은 나 같은 백수에게 솔직히 부담스럽다. 어느덧 우리는 한 끼에 10,000원 내는 것에 ..

LifeLog/2023 2023.06.03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한 거래는 적절한 걸까

우리는 항시 거래를 한다. 식당에 가면, 우리는 음식을 제공받고 그에 따른 대가로 돈을 지불한다. 거래는 거래당사자들이 서로에게 이익이 될 때 발생한다. 나는 음식을 제공받는 게 지불하는 돈보다 더 큰 가치를 내게 준다고 생각하여 식당 사장님에게 돈을 지불하고 반대로 식당 사장님은 음식을 제공하고 받는 돈에 더 큰 가치를 두어 나에게 음식을 제공한다. 따라서 거래는 당사자들끼리 이익이 될 때 성사된다. 하지만 내가 고민인 지점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개입된 거래일 때다. 흔한 경우가 자산을 거래할 때다. 예를 들어, 내가 어떤 부동산을 구매한다고 하자. 매도인은 그 부동산의 가치보다 내가 지불하는 돈의 가치가 더 크기에 팔려고 할 것이고 나 역시 지불하는 돈보다 부동산의 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해 구매하는 것..

LifeLog/2023 2023.06.02

친구

# 어떻게 지내? 오랜만에 친구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요즘 따라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터라 꽤나 반가웠다. 아니, 매우 반가웠다. 나는 이렇게 외롭고 고달픈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이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그들의 삶에 대해 궁금했던 그 동기는 과연 그들의 삶이 궁금해서였을까. 궁금했다. 하지만 그 궁금함 뒤에는 언제나 내가 있다. 즉, 그들의 삶과 비교를 통해 내가 현재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비교하고 싶어서였음을 부정하기는 힘들다.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건 어렵다. 그리고 동시에 두려운 일이다. 내 존재가 너무 역겹게 느껴지는 순간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비교하면 불행하다고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 타인은 타인, 나는 나라는 공식을 내면화하지는 못한 듯하..

LifeLog/2023 2023.06.02

저작권의 회색지대

저작권이란 참으로 애매하다. 칼로 두부 자르듯 깔끔하게 양단할 수 없는 소위 말하는 그레이 존이 저작권에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노아'라는 서비스를 사용해 타인의 콘텐츠를 일부 도용해서 자신의 콘텐츠로서 업로드해 수익을 창출한 유튜버가 있어 논란이 일었다. 사람들은 그의 행동을 비난했다. 그리고 그에게 자신의 콘텐츠를 도둑맞은 이는 자신이 몇십 시간 그리고 길면 며칠을 갈아 만든 콘텐츠가 이렇게 단 몇 시간만으로 복제된다는 사실에 분개하고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피해자의 심정을 이성적으로 이해하지만 완전히 공감하는 건 불가능하다. 나는 그런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비교적 한 명의 잘잘못을 따지기 쉽다. 가해자가 콘텐츠를 복제한 걸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애매하다..

LifeLog/2023 2023.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