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8

구미를 갔다.

어딘가 허전하고 뒤숭숭한 마음을 억누르지 못해, 구미로 1일 간 추억 여행을 다녀왔다. 내가 태어난 곳은 안산이지만 워낙 어릴 때라 안산에서의 기억은 그리 강하지 못하다. 그래서 나에게는 사실상 구미가 고향이다. 동물의 귀소 본능 때문일까? 한 번은 구미에 가고 싶었다. 내가 살았고 많은 시간을 보낸 장소들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막상 가려고 하니, 머뭇거려졌다. 변화를 회피하는 이 망할 놈의 두려움 때문이라고나 할까. (이런 결정을 하는데도 한참을 머뭇거리다니, 한심한 놈 같으니라고!) 금오산,, 내가 살았던 집,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 내가 자주 갔던 거리, 그리고 식당.... 가보고 싶은 곳이 참 많았다. 노스탤지어를 느끼기 위해서 그리고 별 볼 일 없는 현재를 위로하고자 과거의 즐거..

LifeLog/2023 2023.04.11

시간과 몰입에 대해서

나에게 가장 소중한 자원은 시간밖에 없다.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나는 시간을 잘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가족들에게 늘 하는 소리가 내 시간은 소중하다라는 소리를 밥 먹듯이 하지만 정작 나는 내 시간을 소중히 사용하고 있는 걸까? 아마 이런 고민은 내가 무언가에 몰입하는 경험이 많지 않는 데서 기인한다. 게임을 하거나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는 행위, 즉 별도의 인지 자원이 필요치 않은 행위에 대해서는 기가 막히게 몰입하는데 반해, 소위 내가 잘하고 싶은 행위들-사회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행위들-(책 읽기, 알고리듬 풀기)을 할 때의 내 집중력은 왜 이리 부끄러울까.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걸까. 아니면 원초적으로 잘하지 못하게 내 자신이 디자인된 걸까. 나는 쾌락만을 좇는 존재란 말인가. 책 읽는 걸 좋..

LifeLog/2022 2022.12.07

돈의 심리학 : 당신은 왜 부자가 되지 못했는가 (Morgan Housel)

오랜만에 어려운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어렵다. 그리고 생각보다 재미있다. 제목은 돈의 심리학이지만 돈뿐만 아니라 인생의 중요한 가르침을 주는 책이었다. 솔직히 한 번 읽고는 이 책을 완벽히 이해했다고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내가 느낀 바를 써보고자 한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 저자는 평소에 우리가 소수의 사건의 영향을 간과한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인생에서 큰 결과를 만들어주는 건 몇 안 되는 소수의 사건, 즉 롱테일이다. 롱테일이란 어떤 일련의 과정에서 큰 성과를 내는 건 소수의 사건이라는 의미이다. 1938년 월트 디즈니가 제작한 수백 시간 분량의 영화 가운데 오직 83분에 불과했던 의 대성공이 지금의 디즈니사를 있게 했다. 그것만 그런가? 투자를 할 때도 우리의 계좌를 혁명적으로 바꾸어주는 건 소수..

Book 2022.11.27

돈, 일하게 하라 (박영옥)

요즘은 시간이 있을 때 독서를 많이 하려고 한다. 백수니까 말이다. 하지만 너무 주식 투자나 경제 관련 책만 읽는 거 같아,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보려고 하는데, 금새 관심이 주식이나 경제 관련 책으로 넘어간다. 그래서 중간 쯤 읽었던 다른 분야의 책은 '지금은 인연이 아닌 듯?' 이라는 아쉬운 물음표(?)와 함께 보내준다. 이 책(돈, 일하게 하라)도 전념이라는 책을 읽다가 약간 지루해서 폈는데, 순식간에 읽어버린 책이다. 저자인 박영옥 씨는 글을 읽기 쉽게 잘 쓰는 재주가 있는 것도 한 몫 하겠지만, 지금 내 관심이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에 집중이 돼서 잘 읽히는 거 같다. 나는 부자가 되고 싶다. 하지만 창업을 통해 세상의 문제를 해결할 자신은 아직까지 없다. 그럼 나에게 남은 수단은 무..

Book 2022.11.26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Karl Pillemer)

무엇을 하며 살아갈지 아직 정하지 못한 요즘 이런 저런 생각이 많다. 내 나이 또래에는 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걸까? 가끔씩은 탐색의 시간이 너무 길어서 불안함을 느낄 때도 많다. 내 시야는 그리 멀지 못하기 때문에 가까운 내 또래에게로 대부분 향한다. 그들 중 자신의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이들도 있고, 나같이 방황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내가 다른 사람과 교류를 많이 하지 않기 때문에 내 주변 친구들의 소식을 들을 기회가 좀처럼 없지만 가끔씩 그들이 열심히 사는 얘기를 들을 때면 나도 모르게 뒤쳐지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불안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해소되지 않은 이런 불안과 두려움 때문에 이 책(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에 더 눈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저자가 요양원이나 병원에 ..

Book 2022.11.23

건물주의 기쁨과 슬픔 : 왜 나는 월 500 임대료를 포기하는가 (김재호)

조물주 위에 건물주. 예전부터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돌아다니던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아이들의 꿈은 건물주가 되었고 나 역시 건물주가 되고 싶었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건물주를 원하는 이유는 거의 비슷하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별다른 고생 없이 월마다 통장에 꽂히는 월세는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달콤한 과실이다. 안정된 삶, 다달이 꽂히는 월세, 시간 등 건물주가 되면 얻을 수 있는 게 참 많아 보인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건물주가 되고 싶은 걸까? 나 역시 이런 좋아보이는 면만 보고 막연히 건물주가 되고 싶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건물주의 기쁨과 슬픔 : 왜 나는 월 500 임대료를 포기하는가을 한 번 읽어보자(제목이 너무 사고 싶게 ..

Book 2022.11.18

2022-10-04 Tues / 시간의 가치

엄마가 몇 주 전부터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엄마가 뭔가를 배운다는 게 처음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번 공부는 꽤 오래 가는 거 같다. 본인이 나름 재미도 있어하는 거 같아 다행이다. 엄마 나이가 50대 초반인데 (내가 그 나이가 돼 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자기 본업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어 따로 새로운 배움을 추구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엄마는 성장 욕구가 있는 사람인 듯하다. 그래서 나에게도 자극이 된다. 항상 tv만 보고 단순히 그 시간만의 쾌락을 추구하는 집에서 느리더라도 계속 배워서 성장하려고 하는 가족이 되면 우리는 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고 토요일에 엄마가 영어 공부를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강의 동영상이 재생 되지 않았다...

LifeLog/2022 2022.10.05

2022.09.27 Tues

시간 티스토리 자동 업로드 프로젝트가 거의 다 끝나간다. 처음에 이게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내 스스로 기획(?)하고 만들었다는 점에서 약간의 뿌듯함과 보람이 있다. 개발 지식이 있으면 만약 내게 필요한 서비스가 있다면 (시간만 있으면) 스스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지식인 거 같다. 물론 내 개발 역량은 참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ㅋㅋ 이제 유럽 여행을 갈 시기가 곧 다가오고 있다. 내가 6월 30일 인턴 종료 시점 이후로 지금까지 이렇게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여유롭고 잉여롭게 보내는 거 역시, 10월에 가족과 함께 가는 유럽 여행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전까지는 좀 쉬고 유럽 여행 다녀온 뒤로 진짜 열심히 살자가 나로 하여금 현재를 도망갈 여지를 준 거나 다름없다. 약 6월 30일..

LifeLog/2022 2022.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