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Log/2022

시간과 몰입에 대해서

깡칡힌 2022. 12. 7. 20:29

나에게 가장 소중한 자원은 시간밖에 없다.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나는 시간을 잘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가족들에게 늘 하는 소리가 내 시간은 소중하다라는 소리를 밥 먹듯이 하지만 정작 나는 내 시간을 소중히 사용하고 있는 걸까? 아마 이런 고민은 내가 무언가에 몰입하는 경험이 많지 않는 데서 기인한다. 게임을 하거나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는 행위, 즉 별도의 인지 자원이 필요치 않은 행위에 대해서는 기가 막히게 몰입하는데 반해, 소위 내가 잘하고 싶은 행위들-사회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행위들-(책 읽기, 알고리듬 풀기)을 할 때의 내 집중력은 왜 이리 부끄러울까.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걸까. 아니면 원초적으로 잘하지 못하게 내 자신이 디자인된 걸까. 나는 쾌락만을 좇는 존재란 말인가.

책 읽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나는 왜 책을 강박적으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취업을 못한 것에 대한 도피처가 아마 클 것이다. 취업을 하기는 싫고 무언가 하고는 있어야겠고 남에게 가장 둘러대기 좋은 말이 책 읽는 거여서 나는 책을 읽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아마 그럴 것이다. 단언적으로 말하지 않는 이유 또한 막연히 그렇지 않을 거라는 바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사회에 나가기가 두렵고 내가 잘하는 게 뭔지도 모르겠고 잘 할 수 있는 게 뭔지도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이제 사회에 나갈 시기라고 아무거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했다가 거기서 받는 그저그런 월급이 주는 조그만 행복감에 젖어서 내 시간을 돈으로 바꾸고 있는 나를 발견하지는 않을까? 관성에 젖지 않을까? 2일을 위해 5일 동안 하기 싫은 일을 몇십 년 동안 반복하는 내가 되지는 않을까? 인생은 어렵다. 그러나 소중하고 아릅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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