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Log/2022

순간의 기버(Giver)

깡칡힌 2022. 12. 8. 17:12

도서관에서 오전에 어떤 60대 정도 되는 분이 내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력서를 뽑으려고 하는데 양식을 잘 못 찾겠다는 게 그 이유이다. 도서관에 수 많은 사람 중 왜 날 택했을까 의문이었지만, 어려운 것도 아니니 가서 도와드리려 했다. 하지만 이 분의 말투나 부탁하는 태도가 조금 거슬렸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이것 좀 바탕화면에 받아줘봐요. 옛날에는 잘 찾았는데 왜 없냐..' 등 사실 별 거 아니지만 그 분의 종결어미가 나는 좀 거슬렸다. 나는 내 또래에서 지켜지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익숙한 방면, 그 분은 그 분들 또래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나를 대하고 있으니 내가 불쾌감을 느꼈던 것일까? 다시 생각해볼수록 정말 별 거 아니다. 하지만 그 분은 부탁하는 입장이고 나는 부탁을 들어주는 입장인데 왜 내가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데 같은 건방진 생각이 내 마음 속에 있었던 거 같다. 건방졌다. 부탁을 받은 순간 나는 우월한 위치에 놓여져서 그 순간 갑이 된다.

 

이런 생각을 뒤로 하고 그 분이 내게 부여한 임무(?)를 모두 완수했더니 내게 귤을 주셨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간사하다. 그 이전의 건방진 생각은 사라지고 조금 더 친절하게 행동할 걸이라는 후회가 남는다. 인간은 참 간사한 존재다. 보답(?)을 받은 순간, 얼마 전 읽었던 기브앤테이크라는 책에서 '사회의 가장 높은 단계까지 오르는 부류는 모두 기버(Giver)'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기버들은 언뜻 보기에는 호구처럼 보인다. 받을 생각은 안 하고 자신의 자원을 희생하면서까지 주기만 하니 말이다. 하지만 기버들이 결국에는 승리한다. 그 호의를 당장에 돌려받을 수는 없지만(사실 그들은 보답 받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결국에는 유무언의 보상이 돌아와서 기버가 승자가 된다는 게 책의 주요 내용이다. 나는 '나는 순간적이나마 기버가 된 것이다!'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물론 내 시간을 할애하는 것에 대한 보상이 없을 거 같아, 건방진 태도를 유지했기 때문에 완전한 기버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사실을 인지했다는 것만으로도 내 안의 세계가 조금은 바뀐 거 같았다. 그냥 그런 기분이 들었다.

 

이와는 별개로 윗세대의 디지털 문맹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됐다. 나에게는 정말 간단했던 일이, 내 윗세대에게는 남에게 부탁을 해야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 되다니. 세상은 갈수록 디지털화(Digitalization) 되고 있는데, 그 분들은 갈수록 적응을 못 할 거 같아 걱정이 됐다. 꽤 심각한 사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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