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76

사람이 싫다 (손수호)

책 제목이 참으로 읽고 싶게 잘 지었다. 특히 염세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거부하기 힘든 책이었다. 책의 저자 손수호 변호사는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잠깐 얘기하는 걸 들어봤는데, 첫인상은 꽤나 까칠해 보였다. 그리고 세상을 꽤나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 애착이 갔다. 나 역시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기에. 그는 변호사다. 그리고 이 책은 변호사로서 그가 겪은 에피소드로 엮여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알 수 있다. 그가 왜 사람이 싫어졌는지. 세상이 얼마나 잔혹한지. 그리고 세상에 정의는 없음을. 나는 만날 사람이 많지 않기에 굉장히 제한된 세계에 살고 있다. 이 세계는 매우 거대하지만 그럼에도 이 세계를 움직이는 건 아직까지는 호모 사피엔스, 즉 사람이기에 다양한 사람을..

Book 2023.06.09

거부할 수 없는 미래 (이준석)

나는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현실 정치에서 완전히 눈을 떼지는 못하는 애매한 포지션에 있다. 하지만 요즘 따라 천천히 그 관심조차도 줄이려고 노력하려 한다. 내가 관심을 가진다고 바꿀 수도 없을뿐더러(바꿀 수 있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만) 내 소중한 시간을 정치꾼들이 하는 헛소리를 듣는 데 사용하는 게 너무나 아까웠기 때문이다. 나는 2016년 때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을 필두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리고 정치인들이 하는 듣기 좋은 말에 선동된 사람이다. 좌파들이 하는 말은 전부 옳아보였고 도덕적으로 판단해 보아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그들에게 나는 표를 줬다. 후회한다. 하지만 자위를 해본다. '그들이 아니라 반대쪽에 표를 줬다면 과연 달라졌을까?' 현실 정치 관련 책..

Book 2023.06.09

그들은 알지만 당신은 모르는 30가지 (이리앨)

제목부터가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그들은 알지만 우리는 모르는 것이라니. 다소 음모론적인 냄새도 나는 것 같다. 우리는 모르는 걸 두려워한다. 이건 본능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세계에 대한 지식을 계속해서 축적해 왔고 그 결과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이다. 지금은 그 정도가 덜하겠으나, 과거에는 아느냐, 모르느냐가 생사를 갈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예를 들어, 어떤 맛깔난 버섯에 독이 있는지 없는지 아는 게 생과 사를 좌우했고, 복어에 치명적인 독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호모 사피엔스는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로 전달할 기회를 박탈당했다. 유전자 입장에서는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지식은 우리의 생존에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뀐 듯하다. 단순히 안다는 사실만..

Book 2023.06.08

완벽한 공부법 (고영성, 신영준)

내게는 책을 읽으면 리뷰를 서평을 써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강하게 있다. 그래야 한 권의 책을 읽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 완벽한 공부법을 제대로 읽은 게 맞는 걸까? 선뜻 '그렇다'라는 답변이 나오지 않는다. 그냥 책장을 넘기는 데만, 그리고 완독을 향한 초조함으로만 이 책을 읽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저자들이 제시해 준 아이디어가 머릿속에서 명확히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시간낭비를 한 것인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여기서는 내가 왜 공부를 하는지에 대해 쓰려고 한다. 공부를 못하였지만, 3수 끝에 늦게라도 이런 나도 대학에 들어갔다. 그러나 어떤 전공을 택해야 할지 막막했다. 고민 끝에(아니, 솔직히 고민 따위는 없었다) 나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했..

Book 2023.06.06

소액주주 혁명 (김용남)

내가 좋아하는 주식농부 박영옥 씨가 이 책을 읽었다고 하길래 대한민국 주식 시장의 오피니언 리더가 어떤 책을 읽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냉큼 구매했다. 지금은 그 색채가 옅어졌지만 내 정치적 성향은 좌파에 가깝다. (갑자기 정치 성향을?? 뜬금없다!) 정치에 관심이 꽤 많았던지라 저자인 김용남 씨를 정치 방송에서 가끔씩 볼 수 있었는데 사실 나는 정치인 김용남을 그리 좋아하지 못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냥 국민의힘 계열의 정치인이니까 그가 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잘 듣지 않은 채 그에 대해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었다. 국민의힘 계열의 정치인들은 내 상식에 벗어난 발언을 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정치적으로 좌파에 가까운 이유는 그들이 ..

Book 2023.06.02

다윈 지능 (최재천)

이 책은 최재천 씨가 각각의 개별 주제에 대해 그의 생각을 Darwinism과 연계해 풀어낸 에세이집이다. 그 과정에서 최재천 씨가 다윈이 빌려준 안경을 끼고 이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는지 그의 평소 생각을 엿볼 수 있어 매우 좋았다. 하지만 이 글은 이 책에 대한 요약 내지는 느낀 바보다는 내가 왜 이 책에 다다랐는지를 설명하고 싶다. ('다다랐다'라고 표현하니 되게 있어 보이지만 사실 우연찮게 읽었다) 현대 세계를 살아가면서 자원을 확보하는 데 혹은 높은 사회적 지위를 쟁취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는 도전(실행력)이라고 생각한다. 비단 거창한 도전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매사 조금씩 도전한다. 낯선 곳으로 탐험을 떠나기도 하고, 사업을 하고자 안정적인 직장을 관두기도 한다. 지금은 익숙..

Book 2023.05.22

빚으로 지은 집 : 가계 부채는 왜 위험한가(<Atif Mian, Amir Sufi>, House of Debt: How They (and You) Caused the Great Recession, and How We Can Prevent It from Happening Again)

언젠가부터 미디어에서 가계 부채와 관련해 '한국 가계부채 매우 심각. 이대로 가다간 큰일 난다.' 같은 다소 자극적인 단어로 버무려진 표현들이 심심찮게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아직 소득이 없어 부채란 단어에 그리 민감하지도 관심도 없었지만, 요 근래 우리의 삶을 강타한 인플레이션과 더불어 초스피드(?) 금리인상으로 더 이상 부채는 나와 무관한 게 아니란 걸 깨닫게 됐다. 내가 가진 부채의 크기는 별로 크지 않으나 나의 부모가 진 부채의 크기는 꽤 거대했다. 그래서 금리가 낮을 때 우리 집의 소비는 꽤나 풍요로웠으나 이렇게 금리가 높았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올라버린 현 금리 상황에서 내가 속한 가계의 소비 상태는 급속도로 가난해졌다. 그도 그럴 수밖에. 우리 집은 소득이 거의 없고, 자산에서 나온 이..

Book 2023.05.14

폴리매스 : 한계를 거부하는 다재다능함의 힘 (POLYMATH, Waqas Ahmed)

이 책은 유튜브 마케팅에 당한(?) 책이다. 아니 당했다는 표현보다는 추천받은 책이라 해야 맞겠다. 이 책은 폴리매스에 대한 책이다. 혹시 폴리매스란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나는 이 책에서 이 단어를 처음 접했다. 그래서 책팔이를 위해 만든 단순 마케팅 용어인 줄 알았는데, 폴리매스(Polymath)는 이미 존재하는 영단어다. 폴리매스는 '박식한'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흔히 많은 지식을 가진 이를 우리는 박식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폴리매스는 단순히 박식한 사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이 책에서는 폴리매스를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다양한 영역에서 출중한 재능을 발휘하며 방대하고 종합적인 사고를 하는 이라고 정의한다. 즉 단순히 박식한 사람이 폴리매스는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

Book 2023.05.05

운명의 과학 (The Science of Fate, Hannah Critchlow)

이 책은 솔직히 어렵다(내게는). 300페이지 정도밖에 안 돼서 하루 만에 뚝딱! 읽어보려고 했으나, 생각보다 안 읽혀 이틀 좀 더 걸린 거 같다. 더군다나 책을 읽었으면 우선 완독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후반부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텍스트만 읽어 내린 느낌이 강하다. 아마도 이 책은 나중에 다시 한번 읽어야 할 듯하다. 이 책은 책 중간 중간에 크고 작은 좋은 질문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저자가 던지는 가장 큰 줄기의 질문은 다음과 책 제목에 제시되어 있다. 운명의 과학. 즉, 우리의 운명은 생물학적으로 이미 결정돼 있는 걸까, 아니면 노력이나 기타 여건에 의해서 바뀔 수 있는 걸까? 나는 예전부터 "야! 너도 노력하면 할 수 있어"라는 말이 너무 싫었다. 이 말의 의도는 자기가 노력해서 성공했으니(..

Book 2023.04.27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Bill Sullivan, PLEASED TO MEET ME)

황홀하다. 그리고 생명의 역사 앞에서 한없이 겸손해진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든 느낌이다. 책을 읽고 이런 기분이 들었던 적이 있었던가? 나를 나답게 하는 것들. 이 책의 제목이다. 제법 잘 지은 제목 같다. 이 책을 읽으면 '나'라는 존재가 어떻게 구성되고 있고 어떤 메커니즘으로 구동되는지 조금이나마 그 작동 방식을 엿볼 수 있다. 나는 추진력이 좋고 도전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욕망해왔다. 어떤 선택을 할 때 고민하고 도망칠 핑계를 찾는 나와 달리 그들은 너무나 쉽게 도전하는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성향은 자본주의 세계에서 승자와 패자를 가를 만큼 중요한 특질이 된 걸지도 모른다. 도전하지 않으면 언제나 같은 상태이니 말이다. 그래서 궁금했다. '똑같은 종에 속하는데 왜 저 사람은 ..

Book 2023.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