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Log/2022 42

도서관 자리 점유에 관하여

대한민국 도서관에 가면 독특한 자리 셈법이 있다(다른 나라는 안 가봐서 잘 모르겠다). 분명 한 사람에게 할당된 좌석(자원?)은 한 개일 텐데, 한 사람이 최소 2개 이상의 자리를 점유하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를 테면, 한 자리는 자신이 사용할 좌석이고, 나머지 한 자리는 본인의 짐(가방, 책, 옷가지류)을 놓는 용도로 사용된다. 얼마 전에 `프레임`이라는 심리학 책에서 본 내용에 되게 인상적인 문장이 있었는데 다음과 같다. "우리의 존재는 그 자체로 타인에게 프레임이 될 수 있다." 무슨 말이냐. 나의 존재가 타인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한 번 생각해보자. 내가 지금 도서관에 앉아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점에서 나의 존재, 나의 행동은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내..

LifeLog/2022 2022.12.18

아이의 상처

아침에 버스를 타고 가고 있던 중, 한 중학생이 버스에 올랐다. 그 학생은 버스 기사에게 목례를 한 뒤, 요즘 치고는 어울리지 않게 카드가 아닌 현금을 내고 좌석으로 향했다. 한 가지 내 주의를 끈 것은 지나치게 동전을 요금함에 빨리 투입하는 것이었다. 저 움직임이 나에게는 꽤나 익숙했다. 나 역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순간을 빨리 넘어가고 싶다는 것은 그 순간이 자신으로 하여금 그리 유쾌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 학생도 그랬을 것이다. 뭔가 찔리는 게 있는 거다. 학생은 그 버스를 타기 위해서 1100원 가량을 넣어야 했지만, 100원 동전 한 개만으로는 버스 기사를 속이기에는 부족했다. 그 당시 학생이 100원 짜리 동전 하나만 지불했다는 사실을 확인을 한 버스의 표정은 꽤나 불쾌해..

LifeLog/2022 2022.12.16

인지 양극화

우리는 평소에 양극화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아마 이 표현의 대부분은 '부의 양극화', '소득의 양극화'와 같이 돈과 관련된 곳에 많이 쓰인다. 하지만 요즘 들어 느끼는 게 인지 양극화도 점점 심해지는 거 같다. 그 이유는 알고리듬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유튜브를 예로 들어보자. 요즘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중에 유튜브를 안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다들 그 빈도의 차이만 있을 뿐 대부분 유튜브를 사용한다. 유튜브 알고리듬은 어떤 사람이 클릭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그 사람의 영상 시청 성향을 파악하고 끊임없이 개선하면서, 그 혹은 그녀의 성향과 비슷한 영상을 계속해서 노출시킨다(아닐 수도 있다. 내 예상이다). 유튜브에 들어가면, 자신이 관심있어 할 만한 영상들만 대부분 추천되기 때문에 사람들..

LifeLog/2022 2022.12.12

순간의 기버(Giver)

도서관에서 오전에 어떤 60대 정도 되는 분이 내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력서를 뽑으려고 하는데 양식을 잘 못 찾겠다는 게 그 이유이다. 도서관에 수 많은 사람 중 왜 날 택했을까 의문이었지만, 어려운 것도 아니니 가서 도와드리려 했다. 하지만 이 분의 말투나 부탁하는 태도가 조금 거슬렸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이것 좀 바탕화면에 받아줘봐요. 옛날에는 잘 찾았는데 왜 없냐..' 등 사실 별 거 아니지만 그 분의 종결어미가 나는 좀 거슬렸다. 나는 내 또래에서 지켜지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익숙한 방면, 그 분은 그 분들 또래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나를 대하고 있으니 내가 불쾌감을 느꼈던 것일까? 다시 생각해볼수록 정말 별 거 아니다. 하지만 그 분은 부탁하는 입장이고 나는 부탁을 들어주는 입장인데..

LifeLog/2022 2022.12.08

시간과 몰입에 대해서

나에게 가장 소중한 자원은 시간밖에 없다.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나는 시간을 잘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가족들에게 늘 하는 소리가 내 시간은 소중하다라는 소리를 밥 먹듯이 하지만 정작 나는 내 시간을 소중히 사용하고 있는 걸까? 아마 이런 고민은 내가 무언가에 몰입하는 경험이 많지 않는 데서 기인한다. 게임을 하거나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는 행위, 즉 별도의 인지 자원이 필요치 않은 행위에 대해서는 기가 막히게 몰입하는데 반해, 소위 내가 잘하고 싶은 행위들-사회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행위들-(책 읽기, 알고리듬 풀기)을 할 때의 내 집중력은 왜 이리 부끄러울까.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걸까. 아니면 원초적으로 잘하지 못하게 내 자신이 디자인된 걸까. 나는 쾌락만을 좇는 존재란 말인가. 책 읽는 걸 좋..

LifeLog/2022 2022.12.07

TAKER, MATCHER and GIVER

나는 베푸는 사람인가? 아니면 베품을 취하는 사람인가? 라고 묻는다면 아마 후자일 것이다. 비단 내가 아니더라도 베푸는 것보다 베품을 받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 없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이기적이니까. 이들은 테이커(Taker)다. 남한테 본인이 베푸는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취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이와 반대로 기버(Giver)도 있다. 기버들은 내가 베푸는 것에 비해 타인이 얻을 효익이 크다면 이해를 고려치 않고 베푸는 이들이다. 한 부류가 더 남았다. 바로 매처(Matcher)다. 매처들은 남이 베풀었으면 자신도 그에 합당한 만큼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다. 등가교환을 좋아하는 부류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우리의 욕망 근원에는 성공이 있다. 성공이 의미하는 바는 다양하지만 ..

LifeLog/2022 2022.12.06

창업형 인간 VS 회사원형 인간

유튜브에서 어느 창업가가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사람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창업형 인간과 회사원형 인간. 하지만 우리의 현 교육 체계에서는 회사원형 인간이 되도록 교육받았다. 그래서 우리 부모님을 비롯한 지금까지의 세대에서는 사회에 나가서 회사원이 되는 걸 당연스럽게 생각한다. 혹여나, 자기 자식이 창업한다고 하면 적극 권장할 부모가 대한민국에서 아직은 그리 많지 않은 거 같다(적어도 내 주변에는 그렇다).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을 어찌 탓할 수 있으리. 부모님들은 회사에 나가서 경험을 쌓고 그 뒤에 창업해도 늦지 않겠니라면서 자식을 설득한다. 그 말이 또 일리는 있어보인다. 흔히, 어려서 창업하는 것보다 어느 정도 사회 경험이 쌓이고 창업하는 게 데이터 상으로 더 유리하다는 걸 데이터는 어떻..

LifeLog/2022 2022.12.03

나의 주관

요즘 들어, 자신만의 철학이나 주관을 가지는 게 살아가는 데 있어 꽤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거 같다. 나는 가끔씩 뉴스를 볼 때, 한 사람의 행동이나 발언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마 이것도 클루지일 것이다. 그 사람이 옳은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그런 행동을 하는 게 고깝게 보이는 것이다. 한 예로, 어제 청룡영화제에서 문소리 씨가 이태원 참사에 대해 정치적인 발언을 했는데, 나는 '영화제에서 그런 소리 하는 게 적절한가? 분위기 갑자기 무겁게 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영화제에 참석한 대부분의 영화인들은 박수를 보냈고, 응원하는 것 처럼 보였다(물론 다른 의견을 가졌어도 그 분위기의 흐름상 반대 목소리를 못 내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댓글 또..

LifeLog/2022 2022.11.26

나만의 서비스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인 내일은 투자왕 - 김단테에 얼마 전에 읽은 책인 건물주의 기쁨과 슬픔의 김재호 씨가 출연했다. 얼마 전에 읽은 책이었고 저자와 온라인이지만 대화도 해본 기억이 있어서 되게 반가웠다. 아마 김단테(?) 씨와는 카카오에서 같이 일한 거 같다. 글에서 그(김재호 씨)를 봤을 때는 글도 되게 정갈하게 쓰셔서 다소곳하고 조용한 사람일 줄 알았는데, 실제 영상에서 보이는 그는 다소 아저씨(?)틱했다. 김단테 씨가 편해서 그런 거일지는 몰라도 화면에서 비춰지는 그의 모습은 다소 사나웠다. 그의 이력은 IT 기업에 취직하려는 취준생인 내 입장에서 봤을 때는 매우 화려하다. 네이버, 카카오, 왓차, 호갱노노 등 대한민국에서 유명한 IT 기업들에 재직했다. 본인은 K-리그 개발자라고 말하지만 내 입..

LifeLog/2022 2022.11.23

건강보험

이번 주에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나한테 건강보험 관려 우편이 와서 무슨 일인지 알기 위해 공단에 문의를 했다. 사실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해본 적 없는 나로서는 세금이나 건강보험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 그래서 엄마가 시키는 대로 꼭두각시 역할을 했다. 하지만 꼭두각시도 기본적으로 각본이 갖춰진 상태여야 임무 수행이 가능하지 않은가?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그리고 답변이 돌아오면 해당 답변에 대해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메뉴얼이 나에게는 없었다. 그래서 엄마가 공단 직원과 질의 응답을 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펀치가 날라왔다. 내 보험료는 고작 3000원이 올라서 그러려니 했는데 갑자기 엄빠가 내는 보험료가 50만원 가량이 증액돼서 한 달에 내는 돈이 74만원 정도란다. 안 그래도 ..

LifeLog/2022 2022.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