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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공부법 (고영성, 신영준)

깡칡힌 2023. 6. 6. 12:45

완벽한 공부법 (고영성, 신영준)

내게는 책을 읽으면 리뷰를 서평을 써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강하게 있다. 그래야 한 권의 책을 읽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 완벽한 공부법을 제대로 읽은 게 맞는 걸까? 선뜻 '그렇다'라는 답변이 나오지 않는다. 그냥 책장을 넘기는 데만, 그리고 완독을 향한 초조함으로만 이 책을 읽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저자들이 제시해 준 아이디어가 머릿속에서 명확히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시간낭비를 한 것인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여기서는 내가 왜 공부를 하는지에 대해 쓰려고 한다. 공부를 못하였지만, 3수 끝에 늦게라도 이런 나도 대학에 들어갔다. 그러나 어떤 전공을 택해야 할지 막막했다. 고민 끝에(아니, 솔직히 고민 따위는 없었다) 나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왜 컴퓨터전공을 선택했느냐. 거기에 무슨 이유가 있겠는가. 그냥 점수 맞춰서 들어간 거지. 컴퓨터를 잘 알면 내 장래에 더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아빠의 권유가 이유라면 이유다. 

 

대학에 들어가서 전공에 크게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나는 대학에 가면 내 인생이 뭐라도 바뀔 줄 알았는데 내 대학 생활은 그냥 고등학교의 연장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시기다) 대학생 특유의 모험정신과 활달함은 뒤로한 채, 내 대학생활은 도서관과 강의실의 반복이었다.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우리는 대학에 들어가기도 전에 (적어도 몇십 년은 내 커리어를 좌우할) 전공을 택해야 하는 걸까. 18살 남짓밖에 살지 못한 아이들이 뭐를 안다고 말이다. 왜 우리의 교육은 이렇게 디자인되었는가. 의문을 품었지만, 나는 내 의문을 해소하여 현실을 거스를 호기심도 그럴 용기도 없었다. 나의 의문은 단지 그 순간의 나의 통찰에 뿌듯함(내가 이런 기특한 고민을 한다니!?)을 느끼고 싶은 나의 욕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불만의 크기는 그리 크지 못했다. 그리고 조금 불만이지만 뭐 어떠하리? 집에 가면 맛있는 밥과 내 편인 가족들과 그리고 수많은 오락거리가 있는 인터넷 세계가 있는데 그깟 불만이 대수인가. 

 

그렇게 대학 생활을 보낸 내가 지금도 겉돌고 있다. 나이가 28살인데도 이런 고민을 하는 게 맞는 걸까. (이제 만 나이도 통일됐다고 하니 아직 26살이다!) 나는 아직 내가 어떤 일을 할지 정하지 못하였다. 방황이라는 그나마 듣기 좋은 표현을 나에게 붙여준 채 말이다. 물리학, 화학, 지구과학, 생물학 등을 이제야 좀 배우고 싶은데(사람은 해야 할 일을 하고 싶지 않을 때, 다른 일을 끌어와 그것이 내게 도움이 된다고 자위한다. 전형적인 회피 체계다). 이 세계가 어떻게 생겨먹었고,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왜 이 세계에 등장했는지 알고 싶은데, 그 호기심을 해소하기에는 너무 늦은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더 빨리 이 고민을 했어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나는 나의 호기심을 뒤로한 채 생계에 대한 걱정을 해야 한다. 부모님의 노후도 걱정해야 한다. 그렇게 나는 이 세상 사람들이 대부분 추구하는 돈을 내 최고의 가치로 여기게 될 것이고(지금도 돈이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이고야) 그렇게 일반 사람들처럼 늙고 죽을 것이다. 나는 너무 늦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