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물주 위에 건물주.
예전부터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돌아다니던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아이들의 꿈은 건물주가 되었고 나 역시 건물주가 되고 싶었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건물주를 원하는 이유는 거의 비슷하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별다른 고생 없이 월마다 통장에 꽂히는 월세는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달콤한 과실이다. 안정된 삶, 다달이 꽂히는 월세, 시간 등 건물주가 되면 얻을 수 있는 게 참 많아 보인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건물주가 되고 싶은 걸까? 나 역시 이런 좋아보이는 면만 보고 막연히 건물주가 되고 싶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건물주의 기쁨과 슬픔 : 왜 나는 월 500 임대료를 포기하는가
을 한 번 읽어보자(제목이 너무 사고 싶게 잘 지었다!). 그리고 나서 다시 건물주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면 좋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재호 씨를 처음 본 건 링크드인(Linkedin)에서다. 나는 링크드인 친구가 별로 없지만 우연히 링크드인을 돌아다니다가 저자의 게시글을 보게 됐다. 그의 게시글은 내용이 울림이 있고 문체도 간겨로워서 잘 읽힌다. 이 책도 그렇다. 잘 읽힌다. 그래서 재밌게 읽었다.
사람들이 흔히 건물주에 대해서 가지는 편견이 있다. 요즘은 안 그럴지도 모르겠는데 예전부터 건물주 하면 '불로소득', '놀고 먹는다' 같은 평가가 많다. 나 역시 '불로소득'이라는 매혹적인 단어에 혹해서 건물주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건물주에게 아니, 자본으로 소득을 창출하는 이들에게 불로소득이라고 표현하면 그들이 화를 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본으로 생산수단을 구입해서 그 생산수단으로 소득을 창출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이 책이 건물주에 대해 다루니 건물주로 예를 들어보자. 건물주가 되어 본 적이 없는 나는, 건물주 하면 단지 공간을 빌려주고 그 공간에 대한 임대료를 받는다고 생각했지만 건물주가 된다는 건 한 명의 사업가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 건물이 공실이면 소득이 줄어드므로 빨리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야 한다. 물론 건물의 위치가 좋으면 수요가 많기 때문에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는 게 어렵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런 생산수단은 상대적으로 소수다. 건물에 대한 수요가 적으면 부동산에 내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직접 홍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입실하려는 수요가 높은 건물(저자는 원룸 건물주다)이 아니었기 때문에 따로 웹 사이트를 만들어서(저자는 원래 직업은 프로그래머다) 원룸을 홍보했다. 또한, 건물에 문제가 생기면(화장실 변기가 막히거나 물이 새는 등) 건물주가 해결해야 한다. 세입자와 다른 세입자가 갈등이 생기면 어떻게 할 텐가? 이것 역시 건물주의 몫이다. 이렇게 나열해보니 마케팅도 해야하고, 세입자 관리도 해야하고, 청소도 해야하고 건물주는 생각보다 바쁜 것 같다. 바쁘기만 하면 다행인데 스트레스도 꽤나 받을 것 같다. 건물주는 그냥 공간을 빌려주는 게 아닌, 공간을 빌려주는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봐야 옳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건물 가치 제고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내가 산 건물이 나만 잘한다고 좋은 평가를 받는 게 아니다. 만약 내가 가진 건물 옆 건물이 신축을 해서 더 높이 올린다면? 그래서 내 건물의 자랑이었던 조망권이 훼손된다면? 나의 노력과는 무관하게 내 건물의 가치는 떨어질 것이고 내 소득도 줄어들 것이다. 건물을 사기 전에는 이런 요소까지 고려해야 한다.
건물주 되기... 쉬워 보였지만 어렵다! 그냥 건물 말고, 부동산 리츠 주식을 사서 걱정없이 월 배당금을 받는 게 더 행복해보인다. 위에서 언급한 건물주의 애로사항(?)을 몰랐던 나로서는 이런 정보를 알아서 좋았지만, 더 인상 깊었던 점은 저자가 이런 문제점을 안고 살아가면서 어떻게 해결했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세입자를 대했는지를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재밌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치열한 삶의 과정을 책이라는 미디어를 통해서 간접적이나마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내 소중한 시간을 투자해서 이 책을 읽기를 잘 한 거 같다. 재밌는 책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건물주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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