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옥 씨가 쓴 책의 장점은 내용이 간결해서 매우 잘 읽힌다는 것이다. 저자의 다른 저서의 페이지 분량은 약 250 페이지인데, 몇 시간 만에 완독한 적도 있다. 독서의 대가들은 250 페이지 정도 분량의 책을 몇 시간 만에 쉽게 다 읽을 수도 있겠으나, 나 같은 난독의 경우에는 적은 분량의 내용을 읽고 이해하는데도 꽤 많은 수고를 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영옥 씨가 쓴 책들은 전부 다 주장하는 바가 명확하고 내용이 간결해서 어떨 때는 나의 독해력이 상승했다는 착각까지 들 게할 정도다. 이 책은 저자의 다른 저서와 마찬가지로 (과거의 내가 정말 바랬던) 종목 (저자는 종목이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기업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적절하다고 주장한다) 추천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조금 더 근본적인, 투자자로서 가져야 할 생각이나 마인드(자본시장에 대한 감사함, 탐욕을 억제하는 심적 기제, 투자자로서의 소신 등)
를 가르쳐주는 책이다. 이 책 역시 그간의 저자의 다른 책에서 주장하고 강조했던 바와 궤를 같이한다. 주식 투자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왜 실패하는지, 저자는 어떻게 해왔는지를 알 수 있다. 책 내용이 좋으니 다른 분들도 일독을 권한다. 나 역시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나의 투자 원칙이 확립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읽을 예정이다.
나의 주식 시작 계기는 우연적이었다. 우연히 맛있는 음식 몇 번 사먹을 용돈을 벌었고,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날마다, 뭐 좋은 종목이 없는지 유튜브 주식 채널에 기웃거렸다. 소위 성공한 투자자의 종목을 자주 들었고, 내 피 같은 돈을 아무런 공부 없이 투자했다. 이익을 본 적도 있었고 손해를 본 적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하루하루 불안했다. 하루에 지속적으로 주식 호가창을 들여다봤고, 내가 구매한 주식의 시가가 오르면 행복했지만, 반대로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불안한 감정을 떨칠 수 없었다. 주식 창을 보고 있다고 해도 나의 주식 현황이 변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과정을 상당히 오랜 기간 지속해왔다. '나같이 하는 사람이 많겠지', '이런 시행 착오를 거쳐서 점점 나아지겠지' 같은 자기 위로와 함께 나의 불안은 커져만 갔다. '이렇게 투자하는 게 맞나?' '투자는 항상 이런 불안과 함께 하는 건가?' 라는 근본적 의문과 함께 '나는 아직 기업에 투자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니 고수로부터 배워보자' 라는 생각으로 그 때부터 박영옥 씨의 강연과 책을 찾은 거 같다. 그는 다른 소위 전문가들과는 다른 주식 투자에 대한 철학이 있는 듯해 보였다. 언젠가부터 그의 철학과 그만의 소신을 존경했고, 스스로의 인생을 책임질 수 있는 어른이 된다면 저런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예전부터 나는 망상하는 걸 좋아했다. 특히 내 수중에 돈이 아주 많은 망상을 즐겨했다. 예를 들면, 실제로는 없는 돈이지만 마치 내 수중에 수백, 수천 억의 자산이 있다는 망상이다. 그런 망상이 내 인생에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차치하더라도 적어도 그런 생각을 하면(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스스로를 속이면) 그 순간의 내 마음이 평화로웠다. 돈이 있으면 더 안전해질 수 있고 더 행복해질 수 있으니까 말이다. 나는 노력하지 않은 행복을 바래왔다. 즉 노력은 하지 않고 일확천금만을 기다려온 것이다. 생물학적인 나이로는 어른이 되도 정신적으로 아이인 사람이 가지는 특징이 있다. 리셋증후군
이다. 현재가 마음에 안 드니 언제든지 리셋하고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것이다. 나 역시 현실이 마음에 들지 않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도전하기는커녕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망상을 한다는 점에서 나는 생물학적으로만 어른일 뿐 아직 아이의 정신 상태를 가진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조금 늦었을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을 인정하고 조금씩이나마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이 망상을 현실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주식 투자라고 생각했고, 저자는 내가 가고 싶은 길을 먼저 간 사람이라는 점에서 닮고 싶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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