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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야, 너는 기업의 주인이다 (박영옥)

깡칡힌 2022. 11. 12.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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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박영옥 씨가 자신의 3명의 자녀들을 생각하며 쓴 책이다. 이 분의 자산은 이천 억대이다. 자녀들도 아버지 자산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어느정도는 알고 있었으리라. 그리고 사람인 이상 아무리 어리더라도 어느 정도는 기대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언젠가 아버지가 '나는 너희들에게 지금 너희 주식 계좌에 넣어준 3000만원 이외에 재산은 물려주지 않을 거다'라고 선전포고를 해버린다. 아직 어린 막둥이와 둘째는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는 표정이었으나, 이제 세상 물정을 조금 알게 된 큰 딸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흐느끼기 시작한다. 박영옥 씨는 이때 조금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아이들이 내 재산에 기대어 편하게 살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그 때부터였다. 아이들에게 물고기가 아닌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 그의 자녀들에게는 시간이라는 가장 강력한 자산이 있다. 어쩌면 지금은 3000만원이지만 시간이라는 강력한 자원과 결합되면 훗날 지금의 저자보다 그의 자녀들은 더욱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녀들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고 그의 지식을 자녀들과 공유하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항상 불만이었다. 왜 나의 부모들은 경제 상황을 나와 공유하라고 하지 않는가. 내가 물어보면 돌아오는 답은 '항상 공부나 열심히 해'였다. 물론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친구들과 노는 데 바빴지만 그래도 마음 한 켠에는 항상 불만이었다. 재산을 물려받고 싶은 게 아니었다. 단순히 알고 싶었다. 내가 머리속에서 그리고 있는 피상적인 상황을 구체화하고 싶었다. 현재 가계 자산은 어느정도인지, 월 수입은 어떻게 되는지, 투자 현황은 어떤지 등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부모님께 질문하고 소통하고 싶었다. 성인이 돼서 25살인 지금도 부모님은 가계 현황을 나에게 자세히 공유해주지 않는다(물론 성인이 된 현 시점에서는 부모 자산을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제는 내가 만들어가야 할 차례니까).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쓸데없는 생각을 한다고 생각하시는 건지. 그래서 마음 한 켠에서 항상 결심해왔다. 만약에 내가 자식을 낳는다면 나는 내 자산 현황과 내 상황을 자녀와 반드시 공유하리라. 어쩌면 어린 나이에 내 입장에서만 하는 생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박영옥 씨가 자녀들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줘야겠다고 결심한 그 순간, 그가 가장 먼저 한 것이 자녀들에게 자산 현황 및 월 지출 내역을 공유하고 아이들에게 용돈 기입장을 쓰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 문장을 읽는데 왠지 모르게 되게 위로가 됐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한 부모도 있구나. 내가 단순히 틀리기만한 것은 아니었구나. 맞다. 자녀들도 부모 가계 상황을 알아야 현실에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강한 동기를 얻는다. 나 역시 그랬고, 지금도 이 생각은 변함이 없다. 어리다고 단순히 현실과 동떨어진 지식만 가르친다면 아이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아이들로만 성장할 뿐이다. 어른이 돼서 알아도 된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으나, 빠르면 빨리 알수록 그들의 경제 감각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성장한다.

박영옥 씨는 아이들이 장난감 같은 1회성 소비재를 사달라고 하면, 질문했다고 한다. '너가 이토록 갖고 싶어하는 이 장난감을 만든 회사는 어디일까? 지금 이 장난감을 사지 않고 이 장난감을 만든 회사의 주식을 산다면 훗날 이 장난감을 만드는 회사의 주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아이들에게 먹혀들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에게 소비자가 아닌 부분적 생산자의 삶을 살도록 교육하는 건 훗날 자본주의 세계에서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가 되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 책이 좋았던 점은 자본주의 세계를 이해한 한 명의 인간의 자식 교육법을 간접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었던 것이다. 적어도 나도 아이를 낳으면 이렇게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한 책이었다.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