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Log/2022

2022-10-04 Tues / 시간의 가치

깡칡힌 2022. 10. 5. 00:36

엄마가 몇 주 전부터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엄마가 뭔가를 배운다는 게 처음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번 공부는 꽤 오래 가는 거 같다. 본인이 나름 재미도 있어하는 거 같아 다행이다. 엄마 나이가 50대 초반인데 (내가 그 나이가 돼 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자기 본업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어 따로 새로운 배움을 추구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엄마는 성장 욕구가 있는 사람인 듯하다. 그래서 나에게도 자극이 된다. 항상 tv만 보고 단순히 그 시간만의 쾌락을 추구하는 집에서 느리더라도 계속 배워서 성장하려고 하는 가족이 되면 우리는 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고 토요일에 엄마가 영어 공부를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강의 동영상이 재생 되지 않았다. 엄마의 단순 조작 실수인 듯 했지만 알고 보니 서버에 문제가 있었다. 나는 엄마가 공부를 하려는데 서버의 장애 때문에 엄마의 소중한 시간을 날린다는 게 안타깝고 짜증이 나서 서비스 제공자에게 카카오톡으로 항의를 했다. 하지만 영어 강의 서비스 제공자는 주말이나 공휴일은 고객 응대를 하지 않고 개천절인 월요일이 지나 화요일이 돼서야 죄송하다는 응답이 돌아왔다.

주된 나의 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화

솔직히 고객 대응팀에서 보면 진상 고객처럼 보일 수 있는 말투이고 다소 지나친 감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쎈 어투로 항의한 것은 강의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이럴 경우 어떻게 대응하는지 보고 싶어서였다. 고객이 서비스 장애로 인해서 본인이 낭비한 시간적 손해에 대해 보상해달라고 할 때 어떻게 대응할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예상대로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재발 방지에 힘쓰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금전적으로 보상을 받으려는 의도는 아니였지만 답변 태도나 대응 면에서 다소 실망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더 했다가는 상대방이 매우 불쾌할 수 있으므로 이쯤에서 나도 글을 줄였다.

나 역시 사업을 해본 적은 없지만 다수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사업을 해보고 싶은 욕구가 있기에 이번 일을 참고 삼아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저 상황에 처하면 어떻게 대응을 해야할까? 내가 사업자였다면 고객이 손해본 시간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해야하지? 처음 회원정보를 받을 때 읽기도 힘든 약관에 이런 상황에 대한 응대 방식을 조그맣게 끼어넣어 나중에 문제 발생 시 처음에 회원가입 하실 떄 다 동의하지 않았냐고와 같이 뻔뻔스러운 태도로 일관해야 하나?' 이런 일련의 생각을 거치면서 사업이라는 게 서비스만 잘 만든다고 되는 게 아니라 서비스 장애나 고객이 불편을 겪을 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도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객의 상하게 하면 그 서비스는 지속 가능하지 않으니까. 그러면서도 내가 사업을 할 수 있을지란 생각도 들었다. 모든 사업가, 기업가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내 소중한 시간을 들였지만 한 사업자의 고객 응대 방식을 볼 수 있어서 재밌기도 하면서도 개인적으로도 의미있는 경험을 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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