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그리고 노동자
세상에 직업은 크게 3가지가 있는 거 같다. 투자자, 기업가, 노동자
이 중 무엇이 우월하고 열등한지는 개인의 가치판단에 따라 다르다고는 하지만 각 직업에 대한 세상의 평가는 존재하는 듯하다. 내 생각에 사람들은 기업가 > 투자자 > 노동자
이런 식으로 순위를 매긴다. 아마 성공했을 경우 벌어들일 수 있는 자본의 크기에 따라 순위를 매긴 거라고 생각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능력만 된다면, 그리고 성공했을 경우 예상 수익이 가장 많은 기업가가 되고 싶어하며 그게 힘든 사람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나마 투자자로 살려고 노력한다. 나 역시 기업가가 되고 싶지만 내 역량 상 아직까지는 힘들어 투자자가 되고 싶었고 지금도 되려고 노력 중이다. 왜 노동자로 살아가려고 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노동자는 자신의 시간을 주체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 내 시간을 기업가에게 위탁하여 내 시간과 자본을 맞교환하기 때문에 노동자에게 자유는 부분적 자유이며 그 부분적 자유 역시 주체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이가 많은 거 같다. 약 3개월 가량 노동자로 살아봤지만 내 꿈과 비전을 실행하는 데 많은 제한이 따랐고, 특히 즐겁지도 않은 일을 하면서 불편한 사람들과 불편한 공기 속에서 하루를 소비해야 하는 게 너무 고통스러웠다. 물론 내가 사회성이 결여됐기 때문에 조직에 동화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높은 거 같다. 하지만 3개월 간 내 자신을 관찰했을 때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건 내 성향과 맞지 않았다(단순히 3개월만 노동자로서 살아봤기 때문에 내가 너무 빠른 판단을 내리는 것일 수도 있다).
기업가
노동자를 제외하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역할은 기업가와 투자가 2개 뿐인데, 가장 되고 싶은 건 기업가다. 기업가는 그 자체만으로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불편을 해소해줌과 동시에 타인의 시간을 나의 비전과 꿈을 위해서 일정 부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착취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반대편 입장에서 기업가는 멋진 직업이고 존경받아 마땅하다. 그래서 기업가가 되고 싶었고 지금도 미약하게나마 꿈을 꾸고 있다. 하지만 링크드인이나 다른 플랫폼에서 기업가들의 생각이나 그들의 비전을 엿볼 때마다 너무 고통스럽다. 그들은 나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들을 보고 있자면 나와는 다른 세계에 사는 거 같고 실제로 사는 세계가 다르다. 가끔씩은 저 영역은 오기나 객기 따위로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조차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기업가가 되기를 갈망한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가장 자유로운 건 기업가니까.
투자자
마지막으로 투자자이다. 사람들은 투자자에 대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거 같다. 그 이유는 미루어 짐작하건대 가장 접근하기가 쉬워서일 거다. 우리는 핸드폰과 인터넷만 있다면 약간의 수수료만 지불한다면 기업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기업의 주인이 될 수 있다니! 그래서 나도 가장 접근이 쉬운 투자자가 되고 싶었으나 이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닌 거 같다. 투자자는 종합 예술가다. 단순히 증권을 매매하는 사람이 아닌 미래를 예측하고 큰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한다. 투자의 세계에 입문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걸 할 수 있다고, 본인은 다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 일이 가능한 건 매우 극소수에 불과하다. 투자자는 더 많은 걸 알아야 하며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과 현명한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점에서 어떤 면에서는 기업가보다 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이런 투자자가 된다? 이것 역시 쉽지 않을 듯하다. 또한, 투자자가 되고 싶지만 투자자의 효용에 대해서는 아직 그렇게까지 와닿지는 않는다. 투자자는 세상에 어떤 식으로 기여를 하는 걸까?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을 투입해서 회사에 기여하고 회사는 투자자의 자본과 노동자의 기여를 토대로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 기업가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한다. 그렇다면 투자자는? 아직 내 마음에 와닿는 답변이 없다. 투자의 일선에 계신 분들은 투자자는 기업이 어려울 때 투자를 해줌으로써 그 기업의 성장에 기여하고 성장 과실을 나눈다
고 하는데, 너무 좋게 포장된 표현인 거 같다. 물론 이 표현이 투자자의 효용 가치를 압축적으로 잘 표현한 것일 수도 있지만 내가 봐왔던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기업이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아서 시세 차익만 남기는 이들이다. 이런 행위에 어떤 사회적 가치 창출이 함축되어 있을까? 저 고귀한 표현은 초기 스타트업이나 기업이 처음 상장할 때 투자를 해줌으로써 장기간 동행해준 이에게만 해당되는 거 아닐까. 이런 의견은 반박되기가 너무 쉬어서 밖에서 얘기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아직까지 투자자에 대한 나의 시각은 그렇다. 다시 원래 질문으로 돌아가서 이렇게 되면 내가 현재 취할 가능성이 가장 큰 직업은 노동자다. 그것이 제일 쉽고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타입의 인간은 노동자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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