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나 삼성전자가 소비자를 대하는 태도
우연찮게 국회의원 박용진 씨와 삼성전자 사장 노태문 씨의 국정감사 영상을 봤다. 박용진 씨가 노태문 씨에게 GOS(Game Optimization Service) 사태 (삼성 갤럭시 GOS 성능 조작 사건이란 삼성전자가 삼성 갤럭시 제품군에서 자사 기본 탑재 앱인 Game Optimizing Service을 이용해 제품의 성능과 해상도를 낮추었으나, 이를 소비자에게 고지 하지 않고 벤치마킹 앱에선 정상 성능인 것처럼 구동되도록 설계하여 전세계 고객들을 속인 벤치마킹 치팅 사건이다.)
에 대해서 질의했는데 그에 대한 노태문 씨의 답변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조금 화가 났다. 국감장에서 노태문 씨의 모습은 그냥 이 시간을 빨리 넘어가고 싶은, 직원이 써준 대본을 받아서 읽는 배우처럼 보였다.나는 GOS와는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거니와 언론과 다수의 사람들에 의해서 필터링된 정보만 받아들였기 때문에 내가 아는 바가 잘못됐을 수도 있지만서도, 노태문 씨의 답변은 그냥 현 사태를 빨리 넘어가려는 태도처럼 보였다. 그런 태도를 취해도 결국 소비자의 원성은 언젠가는 가라앉을 것이고 대부분의 소비자는 이 사태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즉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이렇게 행동해도 될 거라는 계산이 깔려있지 않았을까?
정부나 기업이나 국민과 소비자에게 부정한 행태를 취해도 결국은 언제가는 잊혀질 것이고 넘어갈 거라는 생각이 있는 거 같다. 사람들은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라고 하지만 적어도 나는 바보인 거 같다. 현재는 부모님이 마련해준 시간이 있어서 이런 이슈도 아는 것이지, 내 생업이 있는 사람들이 이런 이슈를 파악할 물리적인 시간이 있을까? 우리가 정부나 기업의 부정부패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해당 사실을 파악할 물리적인 시간이 있어야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럴 시간이 없다. 그저 우리는 언론에서 1차적으로 가공된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일 뿐이다. 저들도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리고 누구보다 잘 활용한다. 즉 우리는 항상 패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리는 개, 돼지가 맞는 걸까? 아직까지는 그런 듯하다. 여기서 우리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지도 의문이다. 국민은 정말 우리라고 표현될 만큼 동일한 속성으로 그룹화될 수 있는 걸까? 구조적으로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민들은 개, 돼지가 될 수밖에 없다. 이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우리는 가공되지 않은 날 것의 정보를 얻을 시간도 또한 설령 시간이 있다해도 그런 귀찮고 머리 아픈 일에 자신의 인지적 자원을 투입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냥 언론이 가공해준 정보를 아무런 인지적 노력 없이 받아먹는 게 나부터가 더 편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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