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23:53)
지금 내 나이는 20대 중반이다. 생물학적으로는 가장 전성기라고 할 수 있겠지. 이 나이에 연애 한 번도 못해본 건 조금 아쉽고 내 자신이 한심하기도 하다. 조금만 더 용기를 냈었다면 내 인생의 연애사는 조금 더 바뀌었을 수 있을 텐데. 이 용기라는 걸 내기가 참 힘들다. 비단 연애가 아니더라도 용기를 냈다가 내가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했을 때 다른 사람의 시선, 박탈감, 수치스러움 이런 감정을 나는 이겨낼 수 있을까. 남들은 어차피 인생 한 번이고 그런 감정들은 시간이 지나면 다 잊혀진다고 하고 실제로도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 순간의 용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어쩌면 성공하는 사람들은 그런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약 한 달 전에 해커톤을 생각해보면, 마지막 발표는 나를 포함한 팀원들 전부가 하기를 망설였다. 발표 시간은 다가오지만 모두들 언급하기를 꺼려하는... 괜히 언급했다가 무언의 기대가 자신에게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은 갔고 결국 발표 시간은 다가왔다.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여기서 발표를 하면 설령 망신을 당하더라도 하고 나면 나는 크게 성장할 것임을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게 클루지임을 그 순간에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두려웠다. 망신당하는 게 너무 두렵고 불안했다. 그 감정을 이길 수가 없어서 나는 도망쳤다. 내가 발표를 하지 않자 그 순간의 감정은 매우 평온했고 내 마음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부끄러웠지만 사실이다. 이런 스스로의 의지로 이기려면 얼마나 강인한 정신을 가져야할까. 아니면 단순히 경험이 없기 때문에 나는 도망친 걸까.
때때로 인간의 감정을 조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내 감정, 내 욕망을 내가 원하는 대로 조작할 수 있으면 이런 불안함과 공포는 더 이상 느끼지 않아도 될 텐데 말이다. 공포나 불안의 감정은 수렵 채집의 유전자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고 한다. 당시에는 이런 감정이 야생의 위협으로부터 한 층 더 빨리 위험을 감지하게 도와줬기 때문에 도움이 되었겠지만 지금 같은 인공 세계에서 살아가는 요즈음은 그리 필요한 감정이 아닌 듯하다. 오히려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감정이야 말로 지금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적합한 감정이다. 두려움의 감정이 없으면 용기를 내서 도전하는 게 더 쉬울 테니 말이다. 이런 게 가능하게 된다면 더 이상 인간에게 너의 목표는 뭐야라고 물어보는 건 무의미 할지도 모른다. 더 정확한 물음은 '너 무엇을 욕망하고 싶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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