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 점심으로 마라탕을 먹었다. 나는 마라탕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먹어보니 입맛에 맞았다. 꽤나 자극적인 맛이라 중독됐을지도 모르겠다. 괜스레 걱정도 된다. 나트륨 함량이 많아서 몸에 좋지 않을 텐데 말이다. 사실 마라탕이 좋은 이유는 자극적인 맛도 있겠으나 그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버섯이나 해산물 그리고 채소를 한 번에 먹을 수 있어서다. 나는 새우나, 목이버섯, 완자, 청경채, 숙주나물, 두부를 좋아하는데 이 음식들 전부를 샤부샤부 가게가 아니고야, 혼자서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많지 않다. 그런 면에서 내가 얼마 전에 발견한 마라탕 집은 이 음식들을 혼자서 즐길 수 있어 꽤나 만족스럽다. 그러나 가격은 나 같은 백수에게 솔직히 부담스럽다. 어느덧 우리는 한 끼에 10,000원 내는 것에 익숙해졌으나 마라탕을 1인으로 먹으면 적어도 12,000원 정도는 부담해야 한다. 맛나게 먹으려면 말이다. 그리고 오늘은 17,000원이나 돈이 나왔다. 그래서 이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마라탕 재료 중 소고기는 3,000원이다. 다른 재료들은 1,000원 정도 하는 것에 비해 소고기는 가격이 부담스럽다. 그래서 소고기를 제외하고 다른 버섯 종류나 야채를 더 담으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9,000원 정도 금액이 끊기게 재료를 담았다. 아니 담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무게를 재고 가격을 결제하려니 17,000원이 나왔다. 처음에는 금액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결제하려고 했다. 빨리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제를 하려니 현실 파악이 됐다. 17,000원이라. 한 끼 가격 치고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어제 결제했을 때는 12,000원이 나왔는데, 그 가격도 부담되어 소고기도 빼지 않았는가! 무게를 덜어야 한다. 가격을 낮춰야 한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나는 다른 사람의 눈치를 굉장히 많이 보는 타입이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내가 어떻게 보일지 신경을 많이 쓴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아이고, 이렇게 많이 나왔어? 조금 덜어야겠네요?'라고 실제로는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가게 주인이 나를 우습게 보지는 않을까. 돈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허세를 부린 것이다. 내 딴에는 한 끼에 17,000원도 지불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마 그 가게 사장님은 신경도 안 썼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지레짐작으로 내 행동을 제한시키고 스스로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사실이 너무 우습기도 하고 재밌지 않은가? 인간은 이렇게 비합리적인 행동을 많이 한다. 스스로의 콤플렉스를 감추기 위해서 허세를 발휘했으나 결국은 자기에게 손해를 입히는 꼴이라니. 참 우습다 ㅋㅋ
허세를 부리는 이유는 대부분 자신 내면의 콤플렉스를 감추기 위함이다. 나 같은 경우는 돈이 없는 사람으로 보이기 싫어서 허세를 부렸다. (돈이 최고인 이놈의 대한민국! 왜 이렇게 됐지 ㅋㅋ?) 그리고 그 허세의 대부분은 상대방에게 좋게 인식되지 못한다. 스스로를 속이고 상대방도 속이는 행위이니 말이다. 솔직해지고 싶다. 스스로를 속이는 행동은 결국에는 수많은 자기모순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언젠가는 까발려진다. 자기 자신을 완벽히 속이는 것은 불가능하니 말이다. 나는 내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것에 매우 서툴다.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도 아직까지는 꺼려진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 공간에서만이라도 스스로에게 솔직해지고 싶어서. 그리고 그 범위를 점차 넓혀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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