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Log/2023

친구

깡칡힌 2023. 6. 2. 10:26

# 어떻게 지내?

오랜만에 친구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요즘 따라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터라 꽤나 반가웠다. 아니, 매우 반가웠다. 나는 이렇게 외롭고 고달픈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이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그들의 삶에 대해 궁금했던 그 동기는 과연 그들의 삶이 궁금해서였을까. 궁금했다. 하지만 그 궁금함 뒤에는 언제나 내가 있다. 즉, 그들의 삶과 비교를 통해 내가 현재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비교하고 싶어서였음을 부정하기는 힘들다.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건 어렵다. 그리고 동시에 두려운 일이다. 내 존재가 너무 역겹게 느껴지는 순간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비교하면 불행하다고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 타인은 타인, 나는 나라는 공식을 내면화하지는 못한 듯하다. 그들이 나보다 더 열심히 살고 있고 더 많은 성과를 보인다면 나는 분명 자극을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반대로 그들의 삶이 나와 비교해 별 볼 일 없다고 생각되면 아마 우월감을 느꼈을 것이다. 나는 왜 이리 눈치 보는 삶을 살았던 걸까. 죽을 때가 되면 그게 무슨 소용이 있다고. 이런 감정 역시 번식의 유인 때문일까? 우리는 왜 타인에 대해 호기심을 느끼는가. 그리고 그들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삶을 사는지 왜 궁금해하지? 이 궁금함의 본질은 무엇인가. 

 

# 거절

사람에 대해 고팠던 나는 그들에게 밤에 온라인 대화를 제안했지만 그들의 반응은 거절이었다. 섭섭했지만 어쩌리, 나라는 사람이 그들의 시간을 뺐을 만큼 아직 가치가 없다고 생각할 수밖에. 거절당한다는 건 꽤나 고통스럽다. 나의 존재가 거부됐기 때문이다. 예전은 말할 것도 없고 지금도 타인에게 나라는 존재가 거절되면 우선 그 잘못을 타인에게 찾았다. 어제도 마찬가지였다. 친구들이 만남을 거절하자, 나의 내면에서는 그 친구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이 빗발쳤다. '그냥, 별로 내키지 않는다고 하면 되지. 별 이상한 핑계를 대네.' '나도 추후에 너가 나를 필요로 할 때 반드시 거절하리라!' 못났다. 못났지만 이런 생각을 한 건 사실이다. 나는 문제의 원인을 내가 아닌 타인에게서 아직도 찾고 있었다. 타인이 내가 상처받지 않도록 가짜 핑계를 대면서 나를 거부한 것은, 그(그녀)가 나에게 그(그녀)의 시간을 내줄 만큼 가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증거다. 문제는 다른 무엇도 아닌, 나에게 있다.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그들의 시간을 뺐을 수 있도록 나를 단련하고 성장시키는 것밖에는 없다. 타인에게서 문제의 원인을 찾는 것은 클루지다. 앞서 말했듯 거절은 꽤나 고통스럽다. 하지만 거절을 했다는 것은 그래도 도전을 했다는 의미다. 이 도전이 반복되면 나의 승률도 올라갈 것이다. 도전하자. 계속 도전하자. 나의 도전의 역치는 조금씩이지만 낮아지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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