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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Bill Sullivan, PLEASED TO MEET ME)

깡칡힌 2023. 4. 25. 19:34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Bill Sullivan)

황홀하다. 그리고 생명의 역사 앞에서 한없이 겸손해진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든 느낌이다. 책을 읽고 이런 기분이 들었던 적이 있었던가? 나를 나답게 하는 것들. 이 책의 제목이다. 제법 잘 지은 제목 같다. 이 책을 읽으면 '나'라는 존재가 어떻게 구성되고 있고 어떤 메커니즘으로 구동되는지 조금이나마 그 작동 방식을 엿볼 수 있다. 나는 추진력이 좋고 도전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욕망해왔다. 어떤 선택을 할 때 고민하고 도망칠 핑계를 찾는 나와 달리 그들은 너무나 쉽게 도전하는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성향은 자본주의 세계에서 승자와 패자를 가를 만큼 중요한 특질이 된 걸지도 모른다. 도전하지 않으면 언제나 같은 상태이니 말이다. 그래서 궁금했다. '똑같은 종에 속하는데 왜 저 사람은 나보다 도전에 대한 역치가 낮은 거 같지? 왜 저 사람과 나의 사고 과정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리고 그게 뭐지?' 같은 생각을 한동안 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래서 그 답을 뇌과학과 유전자에서 찾으려고 한다. 우리의 행동은 유전자와 뇌에 상당 부분 영향을 받으니까 말이다. 이 지식을 습득하고 뇌의 작동 메커니즘을 이해한다면 나는 좀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도전하기 좋아하는 성향으로 바뀌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무엇이 그들과 나 사이의 이점을 만드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이 책을 집어들었다.

 

유전자 변이

왜 어떤 사람은 고수(쌀국수에 들어가는 채소)를 좋아하는 데 반해, 어떤 사람은 비누 맛이 난다고 할까? 왜 어떤 사람은 브로콜리를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사약을 먹는 느낌이라고 할까? 윗집 아저씨가 알코올중독자 진단을 받았다는데 그리도 자제력이 없나? 한심하긴. 우리는 무지하다. 우선 이 사실을 인정하자. 무지는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문제를 개인의 능력이나 의지 부족 때문이라고 섣불리 판단 내리게 한다. 그 편이 편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불확실성을 좋아하지 않는다. 문제의 원인을 알 수 없는 미지의 무언가에 전가하면 왠지 꺼림칙하다. 대신에 개인의 의지나 능력에 그 원인을 덧씌우면 그건 그냥 개인이 못나서 그런 것이다. 그러니 해결 역시 개인의 의지나 능력 개선에 달렸다. 얼마나 편한 사고방식인가?

 

우리는 이제 한 개체의 특수성을 인정해야 하는 시대에 들어왔다. 예전에는 알코올중독자라면 개인의 의지 문제라고 치부했지만 (심지어 의사가 연재하는 브런치 글에도 비슷한 맥락의 글을 본 적이 있다) 이제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 알코올중독은 분명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과학은 알코올 섭취량을 조절하는 능력 그리고 알코올 영향을 받는 정도가 유전적 요소에 크게 좌우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인디애나의과대학교의 유전학자 티티아나 포로드가 2004년에 진행한 연구에서는 GABRB3라는 유전자를 알코올중독과 연관지었다. 이 유전자는 감마아미노뷰티르산(GABA)를 인식하는 뇌 세포 수용체의 서브유닛을 만들어낸다. GABA는 뇌가 진정하도록 달래주는 소위 '억제성' 신경물질이다. GABRB3는 간질, 자폐증, 서번트 증후군 등 정상적인 뇌 활동이 붕괴되는 다른 질병과도 연관되어 있다. GABRB3가 알코올 남용과 관련 있다는 발견은 알코올 남용이 뇌의 과활성화로 생긴다는 이론에 힘을 실어준다.
우리는 마약과의 전쟁이 아니라 중독과의 전쟁을 벌여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중독자와의 전쟁이어서는 결코 안 된다.

알코올중독자뿐 아니다. 왜 어떤 사람은 시금치를 비롯한 야채를 싫어하는지, 그리고 어떤 사람은 왜 그리 살을 빼기가 어려운지, 이 모든 건 유전자 변이로 설명이 가능하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도 있기 때문에 우리 행동의 모든 원인이 유전자에 기인한다고까지는 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치는 건 분명하다. 주의해라. 상당 부분이다. 유전자가 우리의 모습, 행동양식 그리고 기분에도 영향을 미친다.

 

후성유전 : 환경의 영향

내가 제일 무서웠던 부분이다.

후성유전 현상은 유전자 내에서 염기서열의 변화 없이 DNA 메틸화와 크로마틴 변형을 통해 유전자의 발현 변화가 발생하는 것이다. 어떠한 외부의 환경적 요인이 유전자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 일반적을 화학적 오염물질, 섭취하는 영양성분, 심한 스트레스 등의 외부 요인들이 발달, 대사, 그리고 건강에 오랜 영향을 미치며, 무엇보다도 이러한 영향은 다음 세대로 전달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위 문장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는가? 쉽게 말해서 외부 영향(음식, 스트레스 등)에 의해 내 유전자가 변하고 그 영향이 내 후세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난 이 부분을 읽으면서 너무 무서웠다. 다시 말하면 환경 때문에 내 유전자가 변할 수 있고(변이) 그 변이 유전자가 후세에 전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정크 푸드를 즐겨 먹는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나는 다음 날도 정크 푸드를 먹는다. 그런데 사실 맛도 나쁘지 않다. 아니 솔직히 맛있다! 이렇게 해서 나는 일주일에 4번은 정크푸드를 먹는다. 자, 여기서 나로 하여금 정크푸드를 먹게끔 한 원인이 뭐였을까? 내 주머니 사정? 그것도 무시할 수 없지만 더 무서운 사실은 정크푸드 안에 있는 화학물질이다. 이 화학물질이 나로 하여금 정크푸드를 맛있다고 느끼게끔 하는 원인이다. 정크푸드를 즐겨먹는 건 엄연히 말해서 중독이다. 그리고 무서운 사실은 정크푸드를 자주 먹음으로써 내 유전자에 변이가 발생할 수 있고 이것이 내 후세대로 유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내 후세대 역시 정크푸드에 중독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잔인하지 않은가. 그래서 부자들은 몸에 좋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가난한 이들은 정크푸드같이 화학물질이 들어간 식품만 먹는 걸까? 주머니 사정도 무시 못하지만 후성유전에 대한 지식. 이 지식만 가지고 있어도 중독은 막을 수 있을 텐데.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사이에는 자본뿐만 아니라 지식의 양극화도 생각보다 심할지 모른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삶에 침투해 나의 자원을 빼았는 게 너무 많다. 눈 뜨고 코 베이는 세상이다. 공부하자. 배움만이 이 잔혹한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사람이 심각한 비만이 될 수밖에 없는 유전적 성질을 타고날 수 있다는 증거가 늘어남에 따라 병적 비만이 도덕적으로 맹비난을 해야 할 의지박약의 문제가 아니라 추가적인 과학적 연구가 필요한 하나의 질병임을 더 많은 사람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미생물총 : 어디까지 우리 유전자에 영향을 미칠까?

미생물총이란 우리 몸속에 있는 미생물군집 미생물들의 총집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장과 뇌를 포함한 우리 몸속에는 수조 마리의 미생물들 개체들이 살고 있다. 이 미생물이 우리의 기분 더 나아가 유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하면 믿을 수 있겠는가? 예를 들어 장 속에 사는 세균들은 음식을 소화하고, 비타민을 만드는 것을 돕는다. 여기까지는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장관 세균들은 우리 몸에 유용한 비타민이나 다른 화합물을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뇌에 작용하는 생화학물질인 신경전달물질의 주요 원천이기도 하다. 무슨 말이냐고? 당신의 소화관 문제와 정신건강 문제 사이에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의미다. 왜, 그런 말 있지 않은가. 당신이 먹는 음식이 곧 당신이다. 이 말은 사실이다. 우리의 미생물 거주자들은 우리 몸으로 들어와 우리가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행동을 조종하는 또 하나의 숨겨진 힘이다.

 

위대하지만 잔인하다

나는 진화생물학에 대해 무지했고 찰스 다윈 역시 그냥 과거의 유명한 사람 중 1인이었다. 유전자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도 몰랐고 내가 이렇게 사는 건 나의 부족함과 노력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나의 모든 문제를 유전자와 환경 탓으로 돌릴 생각은 없다. 아니 오히려 더 정확히 알기 위해서 이 책을 집어든 것이다. 알고 있으면 행동 역시 바뀌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나의 행동, 나의 기분, 그리고 나의 생각이 유전자에 영향을 받는다는 걸 깨달은 순간 이 세계에 모든 것들인 잔혹해보였다. 왜 세상은 이 따위로 생겨먹었는가. 세상이 아름답고 살 만하다고 누가 그랬는가. 행복해야 한다는 목정성 전부 전부 인간을 번식시키기 위해 만들어낸 미사여구에 불과했단 말인가. 지금으로 보면 이 말은 사실처럼 보인다. 세상이 아릅답다고 그리고 살 만하다고 의미를 불어넣은 것 역시 인간이다. 더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뇌다. 그리고 본질적으로는 유전자다. 왜 이런 신화를 이기적 유전자는 만들어냈을까?(오해는 하지 말자. 유전자에 의지는 없다. 단순히 존재 목적만 있을 뿐) 내가 생각하는 답변은 다음과 같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개체가 행복감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개체는 살아남아서 번식하는 데 매우 불리하다. 즉 유전자의 목적을 받아든 우리 뇌의 지상 과제는 우리의 생존과 번식이다. (우리라고 표현해도 될까?) 우리는 단순히 유전자를 운반하는 운반자에 불과하다고 말한 누군가의 말이 이제는 허언처럼 들리지 않는다.  

 

이 세계를 살아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 이유를 알고 싶어했다. 그리고 그 답변은 행복하기 위해서, 세상에 기여하기 위해서 등 자신의 욕망 내지는 소망이 투영된 정답만 내뱉었다. 하지만 이런 답변들 모두 오답이다. 우리라는 개체의 목적은 생존과 번식이고 나와 당신은 그 목적을 위한 운반수에 불과하다. 나는 나의 선배들이 찾지 못한 인간의 존재 이유를 드디어 찾았다. 비록 그 답변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만, 그냥 그것만으로도 아릅답다. 태양이 지구 중심으로 돌지 않는다고 해서 이제는 기분이 나쁘지 않듯이, 나의 존재 이유가 유전자의 번식이라고 해서 기분 나쁘지 않다. 이것은 그냥 그 자체로 존재하는 팩트일 뿐이다. 다행히도 인간은 우리에게 잔혹한 목적을 부여한 이기적 유전자에 저항할 수단을 부여받은 유일한 종이다. 그 자체만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상깊었던 저자의 마지막 말로 마무리한다.

당신도 이제 알겠지만, 우리가 왜 지금처럼 행동하는지를 이해하기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단 한 가지 설명으로 우리의 모든 행동을 이해할 방법은 절대 없다.  인생의 성공과 실패 역시 자신의 능력 혹은 능력 부족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 우리의 행동과 성격은 유전자(당신의 후성유전학 프로그램도 포함해서), 미생물총, 호르몬, 신경전달물질, 환경 사이의 어지러운 상호작용으로 생긴다. 또한 현재의 우리를 빚어낸 진화압이 남긴 지저분한 지분, 특히나 살아남아 번식하려는 강력한 무의식적 욕망에 대해 알지 알고는 현재 우리의 행동을 제대로 볼 수 없다.

하지만 다 글러먹었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유전자를 위해 만들어진 정교한 생존기계라는 것을 안다. 우리는 수십 억 년에 걸친 유전자의 복제 게임을 이어가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에 불과하다. 우리의 DNA 창조자를 만나 그가 유전자를 계속 살려내기 위해 우리에게 사용한 온갖 속임수에 대해 듣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왕자든 거지든 우리는 모두 DNA의 노예다. 우리는 생명을 선물 받아 깨어났지만, 자기 몸에 꼭두각시 줄이 붙어 있는 것을 보고 절망한 피노키오와 비슷한 신세다.

오랫동안 우리는 스스로 자유의지를 가진 주체라 생각해왔는데, 결국 우리의 행동이 전부는 아닐지언정 대부분이 자신의 의지에 따른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됐다. 그저 꼭두각시 줄이 이끄는 대로 행동해왔을 뿐이다. 그 줄 중 하나는 DNA다. 그리고 또 하나는 후성유전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미생물 총이다. 거기에 하나 더 있는 것이 무의식이다. 그리고 아직 우리가 모르는 방식으로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줄들이 더 많이 발견되고 있다. 예를 들어 유전자가 단백질로 전사될 때 유전자의 지시는 전령 RNA(messenger RNA, mRNA)라는 분자에 담겨 전달된다. mRNA의 화학적 변경을 연구하는 학문을 후성유전체학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mRNA로부터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양과 시기에 영향을 미친다. 단백질 자체도 화학적 변경을 통해 안정성, 기능, 세포 속 위치 등이 변화할 수 있다. 이 모든 추가적인 조절 단계 때문에 유전자 염기서열만으로 한 사람의 행동을 예측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한때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았던, 우리를 통제하는 꼭두각시 줄이 지금은 보인다. 거기서 더 나아가 우리는 유전자 편집, 후성유전학 약물, 미생물총 리모델링, 뇌와 컴퓨터의 합병을 통해 꼭두각시 줄을 자를 수 있는 강력한 방법은 발견하고 있다. 지금까지 꼭두각시를 조종하는 주인 역할을 해온 존재는 진화였다. 하지만 스스로 조종하는 법을 배운 꼭두각시처럼 과학은 우리에게 스스로 진화시킬 능력을 부여했다. 인류의 꼭두각시 쇼가 히트작이 될지, 실패작이 될지는 오직 시간만이 알려줄 수 있다.

피노키오가 올바른 길로 가도록 어깨 너머에서 조언해주던 귀뚜라미 지미니 크리켓의 역할을 역사에 맡긴다면 성공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 유전자로부터 탄생했지만, 이제 이기적 유전자는 한물간 존재다. 이기적 유전자라는 질병은 오만한 자아, 탐욕, 부정직, 사기, 우리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 수십억의 사람들이 가난의 굴레에서 고통 받는 동안 소수의 사람이 세상의 부를 독차지하게 만드는 사회적 위계에 대한 내성의 형태로 우리 종을 계속 괴롭히고 있다. 이런 이기적 유전자들이 뇌에서 프리마돈나를 만들어냈다. 이 프리마돈나가 거의 언제나 우리를 곤경에 빠뜨리고, 타인에게 고통을 안기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이런 유전자들은 또한 자신과 자기가 살고 있는 우주를 더 잘 이해하게 해줄 수단으로 과학적 방법론을 고안한 뇌도 창조해냈다. 천문학에서 동물학에 이르기까지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과학은 프리마돈나가 거만하게 올라 서 있던 발판에서 우리를 내렸다. <캘빈과 홉스>라는 만화가 이런 현실과 타협하는 부분을 훌륭하게 잘 포착했다. 캘빈이 교만한 목소리로 별이 빛나는 밥 하늘에 대고 고함친다. "나는 중요해!" 그리고 이렇게 중얼거린다. ".....라고 먼지 알갱이가 외쳤습니다."

그렇다 과학은 우리의 에고를 박살내는 존재다. 하지만 현실에 안주하는 우리가 가끔 한 번씩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해주면 우리를 겸허히 단결시켜 프리마돈나 뇌에 이롭게 작용할 수 있다. 우리의 에고는 자기편이라 생각하는 사람과 나머지 사람들 사이에 쓸데없는 벽을 세웠다. 이런 에고를 파괴하려면 우리를 가르고 있는 무의미한 선을 지워, 움켜쥐고 있던 주먹을 풀고 손을 내밀 수 있게 해줄 것이다.

협동이 개인이나 사회 전반에 엄청나게 더 큰 이익이 된다는 것을 역사는 입증해 보였다. 팀을 이루어 분업하는 것을 배운 종들은 아주 오래전에 개개의 유전자들이 DNA 속에서 하나의 팀을 꾸려서 했던 일을 흉내내고 있는 것이다. 더 큰 공공의 선을 위해 약간의 자율성은 희생된다. 하지만 그 공공의 선으로부터 개인(그리고 그 친척)이 이득을 볼 때가 가장 많기 때문에 긍정적 피드백이 형성된다.

자연의 대다수는 이빨과 발톱이 붉은 피로 물들어 있어 다른 존재의 안녕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 종은 이런 논리를 거꾸로 뒤집어놓았다. 우리 인간이 바로 그런 종이다. 그래서 이제 인간은 공감 능력의 결여를 정신질환으로 보는 지경까지 왔다. '네가 내 등을 긁어주면 나도 네 등을 긁어줄게' 전략은 지금까지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었고, 앞으로의 번영을 위해서도 핵심적인 부분이다. 자신과의 유전적 등가성에 상관없이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은 이기적 유전자의 궁극의 반란이다. 나만 중시하는 원초적인 욕구에 저항함으로써 우리는 이기적 유전자를 극복하고 타고난 본성이 아닌 학습한 본성에 따르는 삶을 살 수 있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도전 과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