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욕망은 나에게서 기인하는 게 맞는 걸까? 무슨 말이냐고? 오전에 어린이날을 주제로 한 팟캐스트를 들었다. 주제는 어린이를 다루고 있지만 해당 대화를 이루고 있는 구성원들은 대부분 자식이 있는 어른들이었다. 자식이 있는 어떤 구성원이 이런 질문을 던진다. "어린이날에 아이들에게 어떤 선물을 해주시나요?" 이에 대한 대답들이 다양하다. 닌텐도, 아이폰, 애플워치, 에어팟, 나이키 운동화 등. 패널들이 나열한 선물들은 공통점이 있다. 하나같이 한 가격대 한다는 것이다. 직장인 월급으로 못 사는 재화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아이들에게 사주기에는 꽤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부담이 되지만 이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비단 어린이날이 아니더라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위 재화를 선물할 것이다. 그런데 한 패널이 약간 불만을 토로한다. "아이가 자기 반에 아이폰이 없는 애가 자기밖에 없다는 거에요. 그래서 부담이 됐지만 사줄 수밖에 없었어요. 내 아이가 소외되는 건 싫으니까요." 아마 대부분의 부모들이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아이들은 그 시기의 특성 상, 부모보다 친구 무리들과 더 많은 시간을 어울릴 수밖에 없다. 그들은 행동 양식은 가히 본능적이다. 즉 타인과 나를 비교함으로써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그들은 항상 무리지어 다닌다. 그리고 그 무리의 헤게모니를 주도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최소한 헤게모니를 주도하지는 못하더라도 그들의 헤게모니를 공유하고 따르려고 한다. 그 중 하나가 아이폰, 노스페이스 이런 유의 재화들 아닐까? 아이들 입장에서 아이폰을 가진 애는 어딘가 모르게 쿨해보인다. 그래서 그 혹은 그녀도 그들의 쿨함을 모방하고 싶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내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확실히 그랬던 것 같다. 그놈의 노스페이스 패딩이 뭐라고 심지어 지금 판매되는 패딩보다도 비싼 값을 내가면서 구매하려고 했는지. 그 때는 그 패딩을 입어야 내가 속한 무리의 구성원으로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즉 내가 나의 부모에게 표출한 욕망은 내 진정한 욕망이 아니다. 단순히 내가 속한 무리의 구성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모방한 욕망일 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아이들이 원하는 게 진정으로 그들이 원하는 게 아닌 걸 알았을 때 부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줘야 할까? 내 아이가 상처받는 건 싫으니까? 아니면 아이들을 설득해야 할까? 설득이 되면 좋겠다만 나 같은 애들은 설득이 안 될 거 같은데? 그러면 그냥 사줄 수밖에 없는 것일까? 아이들에게 자신만의 가치관을 조금이라도 어릴 때 함양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게 지금 떠오르는 방법이라고는 아이들로 하여금 스스로의 주관으로 판단케 하는 방법밖에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이들은 참 어려운 존재들이다. 그들의 생각을 알고 싶다.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는지. 나는 어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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