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Log/2023

사회성과 자의식

깡칡힌 2023. 5. 24. 10:45

나는 어릴 때부터 웹툰이나 만화 그리고 애니메이션 보는 것을 좋아했다. (세 개가 뭔 차인지 모를 수도 있지만 조금의 차이점들이 있다) 왜 나는 이런 성향을 가졌을까? 무엇이 나로 하여금 웹툰이나 만화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게 만들었을까? 이는 인간의 사회성과 관련이 있다.

 

나의 아빠와 그의 딸은 예전부터 나의 사회성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 자신들의 공동체의 일원인 내가 친구를 만나는 것 같지도 않고 혼자 집에만 있으니 그들 입장에서는 걱정스러웠을 것이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오히려 사회성이 없다는 그 지적이 불쾌했다. 내 자의식을 보호하기 위해 그들의 걱정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거나 역으로 불쾌함을 표하기도 했다. 당신이 뭔데 나한테 그런 지적질을 하냐며 말이다.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으스대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지적은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성이 말살된 인간은 종국에는 사망 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우울증이라는 수단을 이용해서 말이다. 

 

나는 예전부터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소프트 스킬인 소통 능력이 좋지 못해 친구가 많이 없어 아싸가 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왕따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의미 있는 관계를 가져본 경험도 그리 많지 않다) 나는 누군가와 소통할 때 상대방의 기분을 배려한다고 하지만 두 개 중 하나, 즉 나의 기분과 상대방의 기분 중 한 가지를 택해야 될 때가 오면 내 선택은 항상 전자였다. 즉, 나는 내 자의식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는 동물이었다. 누군가 나의 자의식에 손상을 가하거나 열등감을 불러일으키면 나는 그를 깎아내려 어떻게 하면 내 자의식을 보호할지 고민했다. (아, 물론 의식적으로 고민한 것은 아니다. 순전히 무의식의 영역에서 벌어졌다) 소위 남자들이 자존심에 살고 자존심에 죽는다고 하지 않는가. 이 말 역시 자의식 과하게 보호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자의식 과잉인 나 역시 친구가 없는 내 모습을 스스로 위로하기 위해 노력했다. 내가 친구가 없는 이유는 내가 그들보다 수준이 높고 생각하는 바가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자위하며 말이다. 참, 별로지?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인간은 본래 사회적 동물이기에 교류할 누군가가 필요하다. 사회적 동물에게 사회성을 앗아간다는 건 생물학적으로 사망 선고를 내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나의 사망을 막기 위해 내 안의 방어 체계가 작동했다. 교류를 하라고. 물리적으로 교류할 이가 없다면 온라인이라는 좋은 수단이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웹툰이나 만화 같은 매체에 빠진 것 아닐까?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만화나 웹툰이란 소위 말하는 덕후 기질이 있는 이들만 본다는 선입견이 있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부분적으로는 덕후라고 불릴 만한 성향이 있으니까. 하지만 만화나 웹툰은 하나의 독립적인 세계로 구성되어 있다. 그 작품 내부에 등장하는 인물들끼리 하나의 사회를 형성하고 있으며 우리는(독자) 그들의 행동 양식을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관찰하면서 간접적으로 소통한다. 그렇게 우리는 작품과 관계 맺는다. 즉, 현실에서 교류할 만한 사회적 관계가 없었기에 나는 웹툰이나 만화에 내 시간을 많이 쏟았으리라. '내 사회성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이런 고백은 솔직히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 나로 하여금 스스로가 참 별로인 인간이라는 생각을 들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자괴감을 느끼는 밤을 보내기 때문에 스스로 진단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요즘에는 스터디 카페에서 19시 즈음에 집으로 귀가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집에서 내가 하는 일은 TV를 보거나 웹툰을 보거나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나는 왜 이런 자극적이고 생산적이지 않은 활동에 내 시간을 투입하는 걸까? 위에서 말했다시피 그 시작은 사회적 관계를 찾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목적과 의미를 넘어 무의식에 하나의 행동 양식으로 자리잡았다. 아무런 의미도 없이 시간을 보내며 잘 시간을 기다리는 이런 행동에 어떤 의미 부여를 해야 하지? 인간은 무의식의 동물이다. 원래의 목적은 사회적 관계를 추구하기 위해서 한 행동일지는 모르겠으나 이제는 목적을 넘은 무의식에 영역에 다다른 지금, 나는 웹툰, 애니, 만화 등에 시간을 투입하며 그저 내 의식의 전원 스위치가 꺼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치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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