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Log/2022

다른 세계 (2022-10-13-thur)

깡칡힌 2022. 10. 26. 17:01

유럽 여행 2일차, 무사히 크루즈에 승선했다. 솔직히 떠날 때만 해도 우리 가족이 안전하게 승선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누나의 안내 덕분에 안전하게 승선할 수 있었다. 준비를 안 한 거 같았지만 길 안내부터 기차표까지 나름 준비를 많이 한 듯했다. 우리 가족은 누나가 그냥 가자는 대로, 이끄는 대로 따라 갔다. 나 역시 그렇다. 그렇게 하는 게 너무 편하기에 내 인지적 자원을 들이지 않고 그냥 앞 사람을 따라가면 답이 보이기에 그게 편했고, 그만둘 수 없었다. 내가 돌발 상황이 생기면 대응할 수 있을까. 누나는 그럴 경우 주변 사람에게 물어볼 수 있지만 나는 영어를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말 걸기가 두려웠고, 외국인이 내게 말을 걸지 않을까 불안했다. 관광지의 직원이 환영한다. 이외에 추임새와 인사도 나에게는 불편했다. 나는 답변할 수 없었다. 지긋이 웃을 뿐. 마네킹이 된 기분이었다. 소통을 할 수 없어 웃기만 하는 존재가 되는 게 얼마나 굴욕적인지 알게 됐다. 영어를 잘하고 싶었다.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웃으며 추임새도 넣을 수 있는 누나가 잠시나마 부러웠다. 누나 역시 두려웠고 불안했던 순간이 있었겠지만 그 순간을 견디고 앞으로 나아갔더니 그녀에게 새로운 무기가 주어졌다.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크루즈는 나에게 다른 세계 같았다. 세상에서 태어나서 본 배 중에 제일 큰 배였다. 광할했다. 이런 배가 정말 움직일 있는지 물음이 생길 정도로 광활했다. 내부는 더 멋있었다. 이 거대한 배에 각종 레스토랑이며 카지노, 클럽, 극장과 같은 엔터테인먼트도 많이 구비됐다. 대부분 서양 사람들이었고 동양인은 거의 없었다. 만약 나 혼자 이 배에 떨어진다면 즐길 게 이렇게 많고 맛있는 게 이렇게 많은 식당에서 아마도 나는 숙소에서만 처밖혀 있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누나에게 존경심을 많이 갖게 되는 하루였다. 강지희라는 네비게이션 덕분에 우리는 밥을 먹을 수 있었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다른 세계를 멀리서나마 이방인의 시선으로 보거나 참여할 수 있었다. 소통이 된다는 게 얼마나 기분 좋고 대단한 일인지 깨닫는 하루가 되었다. 아직 1일차지만 여러 가지 동기부여가 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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