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존재는 몰랐지만 예전부터 저자의 책을 읽고 싶었다. 저자를 처음 본 건 유튜브 재테크 채널이었는데, 당시 평소에 내 머릿속에 자리하는 기관투자자의 모습(?)과는 달리 소신있고 진정성이 느껴지는 주장을 해서 그의 평소 생각을 알고 싶었다. 원래 읽고 싶었던 책은 '에이블'이라는 저자의 최신 저서인데, 안타깝게도 도서관에서 행방이 묘연(?)해 이 책을 대신 읽게 됐다. 처음에는 대부분의 투자 저서가 그러하듯, 당시 시황 분석만 하고 자신의 유명세 유지용으로 낸 다른 저서와 다르게 내용이 알차고 무엇보다 나 같은 주린이가 읽기에도 전혀 부담이 없고 재미있다.
유튜브에 보면 ['1000만 원으로 22500% 수익률!, 24살에 트레이딩으로 2년 새 7억!'] 같은 자극적인 제목이 많다. 아마 조회수를 늘리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을 단 영향도 있겠으나, 보다보면 허탈감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나보다 어린데, 나는 지금까지 뭐했지? ㅋㅋ'와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들처럼 될 자신이 없다. 가끔씩 (성공할 자신도 없으면서) 투기를 해서 단 시간에 돈을 벌고 싶다는 욕망이 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느리더라도 꾸준히 공부해서 주식 투자를 해보려고 한다.
지금까지 내가 한 투자는 사실상 투기에 가까웠다. 이를 테면, 주식 시장에 처음 발을 담가볼 때는 멋 모르고 삼성전자에 400만 원 가량을 투자했다. 당시 내 전재산이었다. 내가 투자한 배경은 당시 코로나19 이후 주식 시장이 폭등과 더불어 사회 분위기 때문이었다. 고3이 되자 공부 안 하던 학생이 반 분위기에 떠밀려 공부하듯, 나 역시 미디어에서 주식을 하지 않으면 가난해진다는 뉘앙스에 못 이겨 주식 시장에 반 강제로 투입됐다(호기심도 있었다. 미디어에 의해 프레이밍된 호기심일 수도 있겠으나).
대부분 나와 같은 이유로 주식 시장에 투입된 사람은 삼성전자를 산다. 그 이유는 쉽다. '설마 삼성전자가 망하겠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설마 삼성이 망하겠냐라면서 삼성전자 주식을 샀고, 아침에 일어나면 주식 앱을 켜서 올랐는지 떨어졌는지 체크하기 바빴다. 싸게 산 건지도 얼마가 되면 매도를 할지에 대한 기준도 없는 채 오르기만을 기도하는 도박에 참여했다(사실 이렇게라도 주식 시장에 입문하는 게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소액이라면 잃어도 좋은 공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이 삼성전자를 사는 건 '생존편향의 오류'다. 삼성전자는 현재 우량주이다. 중요한 건 현재다. 미래는 알 수 없다. 과거 10년 코스피 상위 10개 기업들 중 9개가 밀려나고 그 자리는 새로운 9개 기업이 차지했다. 삼성전자가 그 자리를 지금으로부터 10년 후에 내주지 않는다고 어떻게 자신할 수 있나? 그렇다고 우량주에 투자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우량주 투자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투자하면 끝! 이게 아니라, 투자하고 끊임없이 기업의 활동을 추적해야 한다. 그게 기업과 동행한다는 진정한 의미 아닐까? 나는 네이버는 삼성전자는 카카오든 일단 매수하면 오르기만을 기도했다. 의미있는 기다림도 아니었다. '나보다 훨씬 똑똑한 사람인데 시간이 지나면 오르지 않겠어?' 사실 맞는 말일 수도 있지만, 이 때의 기다림과 동시에 오는 내면 속의 불안함은 터무니없이 비싸다. 공부하고 추적함으로써 내면의 불안함을 확신으로 바꾸는 작업을 해야한다는 게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교훈이다(대부분의 투자 고수들이 주장하는 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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