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Insta Brain (Anders Hansen)

깡칡힌 2023. 1. 5. 15:40

Insta Brain

['나는 왜 몰입하지 못할까?', '나는 왜 이리 집중력이 떨어질까?', '나는 왜 10분마다 휴대전화에 손이 갈까?'] 이 질문들은 평소의 내 걱정거리이자 내 삶에서 해결하고픈 문제들이다. 분야가 어떠하든, 몰입해야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특히 나는 '몰입'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내 몰입의 지속성은 형편없었고 10분 정도 한계였던 적도 많다. 나는 나의 몰입하는 능력에 대해 스스로 '열등'해서라고 평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그 판단을 조금 보류하기로 했다. 스마트폰만 제 주위에서 떨어뜨려 놓아도 나의 몰입 가능 시간은 조금 더 올릴 수 있겠다는 걸 이 책을 읽고 깨달았다.

 

책에는 다음과 같은 예가 나온다.

직장에서 서류 작성을 하고 있는데, 휴대전화의 문자 수신음이 울리면 확인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낀다. 정말로 중요한 내용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으니 그 김에 혹시나 새로운 '좋아요'가 몇 개 더 달리지는 않았을까 싶어서 페이스북을 훑는다. 그러다가 당신이 사는 지역에서 강도 사건이 증가했다는 기사를 누군가가 공유한 것을 발견했다. 기사를 클릭하여 두어 줄 읽었을 때 스니커즈를 세일한다는 광고 링크를 보게 된다. 그러나 광고를 흘긋 보기 무섭게 절친 한 명이 인스타그램에 새 피드를 올렸다는 푸시 알림이 뜬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당신이 작성해야 하는 문서는 한참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딱 내 얘기를 ctrl + c, v 한 줄 알았다 ㅋㅋ. 나는 주로 모르는 단어나 정보를 검색하는 데 휴대폰을 많이 사용하는데, 휴대전화을 일단 켜면 연락 올 사람도 별로 없는 주제에, 나를 찾는 카톡이 없는지 카톡을 확인하고, 그다음 주가 정보도 확인해주고, 그러다가 이메일이나 다른 메신저 앱에서 푸시알람이 오면 거기로 휴대전화 스크린을 이동한다. 그리고 나면 내가 무엇을 검색하려고 했는지 까먹는다. 한두 번이라 아니라 매우 빈번하게 위의 메커니즘을 반복한다. 위에 첨부한 저자가 말한 프로세스와 나의 일련의 휴대전화 사용 프로세스는 매우 유사하지 않은가! 나는 나의 이런 프로세스가 그냥 나의 문제(?)라고만 치부해왔지만, 놀랍게도 이런 프로세스는 앱을 서비스하는 기업에서 우리 뇌의 작동 메커니즘을 이용한 방식이라고 한다.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려면 '도파민'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우리 모두 도파민이라는 물질을 한 번쯤 들어본 적은 있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 도파민이 기분 좋은 일을 하면 생성되는 물질로 알고 있었다(완전히 잘못 알고 있었던 거지만). 책에 등장하는 도파민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다.

종종 도파민을 보상 물질로 묘사하는데 완전히 다 맞는 말은 아니다. 도파민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게 아니라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선택하게 만드는 것이다. 도파민은 바로 우리의 엔진이다. 배가 고플 때 누군가가 식탁에 음식을 차려놓으면, 그 음식을 보는 것만으로도 도파민 수치가 올라간다. 음식을 먹어서 도파민 수치가 증가하는 게 아니라 도파민은 음식을 먹고 싶게 만들고 "바로 여기에 집중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즉, 도파민은 만족감을 주는 '보상 물질'이 아니라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물질이다. 우리의 삶의 방식은 수렵채집인의 그것과 비교해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전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뇌는 수렵채집인의 뇌와 하등 다르지 않다. 수렵채집인이 살았던 세계에서는 주변 환경을 빠르게 반응해야 하고, 요리를 하다가도 주변에 이상한 소리가 들리면 요리를 멈추고 주변 환경을 탐색해야 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주의를 요리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도파민이다! 하지만 집중력과 몰입의 힘이 최고의 미덕이 된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는 무언가 집중하는 와중에 도파민으로 하여금 다른 곳에 주위를 빼앗기면 좋지 않다. 저자는 가장 큰 적이 휴대전화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파민으로 하여금 우리가휴대전화로 주의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으면 될까? 아니면 계속 인지하고 있어야할까? 이런 방법도 만족스럽지 않다. '인지'하고 있는다는 건 그 자체로 우리의 인지 자원 중 일부를 '인지'한다는 작업에 투입하는 것이니 말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눈에 안 보이게 다른 곳에 두는 것이다.

 

2009년 이후에 인류의 삶의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어줌과 동시에 인류에게 엄청난 혜택을 준 휴대전화가 우리의 가장 큰 적이 됐다니!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그건 휴대전화를 어디까지나 잘못 사용하기 때문이리라. 문제는 현재 애플케이션 사업자가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 대부분은 우리의 시간, 즉 우리의 집중력을 우리로 하여금 최대한 분산시켜서 해당 서비스에 투입해야 그들이 돈을 버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는 것이다(내가 너무 극단적일 수도 있다). 우리는 휴대전화를 통해 더 많은 쾌락을 추구할수록 우리의 시간을 빼앗기게 되고 가장 큰 손실은 바로 집중력이다. 나는 몰입도 있는 삶을 살고 싶다. 그래서 내 삶의 일부가 된 휴대전화를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나로부터 떨어트리려고 한다. 사실 휴대전화를 많이 사용하면 집중력이 떨어진다라는 명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디어에서도 많이 보도됐으니 말이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매커니즘으로 뇌가 구동하고 우리의 집중력이 떨어지는지, 이 사실을 아느냐 모르느냐가 가장 중요한 구분점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