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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ended notes for Seven and a Half Lessons About the Brain (Lisa Feldman Barrett)

깡칡힌 2023. 1. 19. 18:25

이 책은 Lisa Feldman Barrett 이라는 저명한 신경과학자가 쓴 책으로 맨 앞의 한 개의 챕터와 뒤의 7개의 챕터로 되어 있다. 책 이름이 7 nad 1/2 lessons인 이유는 첫 번째 챕터가 1개의 강의가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이유라고 그녀는 밝혔다. 하지만 첫 번째 챕터 역시 1개의 강의로 엮어도 될 만큼 내용이 훌륭하다(특히 나 같은 뇌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는 일반인에게는..).

뇌는 생각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뇌란 무엇일까? 이 무거운 단백질은 우리에게 어떤 효익을 주지? 나는 뇌가 있음으로써 우리는 생각할 수 있고, 이 생각의 힘 덕택에 우리 인간이 이 행성의 주인인 양 으스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는 아이디어여서 아마 이 아이디어는 내가 노출되어 있는 미디어로부터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사실이지만 선후가 잘못됐다. 우리는(?) 여태까지 뇌를 오해하고 있었다. 뇌는 생각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다. 원숭이도 뇌가 있고 고래도 뇌가 있는데 그렇다면 왜 이들은 인간과 같은 생각을 할 수 없는 걸까?(원숭이나 고래가 생각을 못 한다는 게 사실인지는 차치하자. 나도 잘 모르겠다) 저자는 뇌가 생각을 하기 위해서, 마치 어떤 목적을 가지고 발전한 게 아니라, 우리의 신체를 더 잘 운영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오해하면 곤란한 게, '우리의 신체를 더 잘 운영하기 위해서 뇌가 진화했다'라는 표현도 뇌가 마치 목적을 가지고 진화한 것처럼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게 아니다).

뇌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이성이 아니다. 생각하기 위함도 아니다. 감정도 아니다. 상상도 아니다. 창의성이나 공감도 아니다. 뇌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생존을 위해 에너지가 언제, 얼마나 필요할지 예측함으로써 가치 있는 움직임을 효율적으로 해내도록 신체를 제어하는 것. 즉, 나를 살아있게 함으로써 번식에 성공하는 것. 그게 뇌의 제 1의 임무이다.

우리가 생각을 하는 것, 감정을 느끼는 것, 이런 행위는 전부 뇌가 우리를 살아있게 하기 위한 과정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즉 생각과 감정은 부산물이다.

배선 (세부조정과 가지치기)

이 책은 나같이 뇌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 대중을 상대로 쓰인 책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어려웠다. 그래서 다 읽고 난 후에 기억에 남는 내용은 뇌의 존재 이유배선 이 두 가지밖에 없다. 우리의 뇌는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뇌의 신경 세포 사이의 연결을 재배선한다. 배선한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 예를 들어,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의 뇌는 신체 예산을 적절히 배분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양육자가 필요하다. 양육자가 아이에게 하는 모든 행동들(수면시간 지키기, 단백질 먹이기 등)이 아이의 뇌가 신체예산을 조절할 수 있는 물리적 환경을 조성한다. 즉 반복적인 행동들은 신경세포와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을 강화하고(세부조정이라고 한다. 세부조정이 잘 된 연결은 그렇지 않은 연결보다 정보를 더 잘 처리하는 데 효율적. 모든 신경세포가 단 연결돼 있다면 이 역시 신체예산을 사용에 엄청난 부담이 된다), 반복적이지 않은 행동들은 신경세포를 가지치기함으로써 신체예산을 편성법을 배운다.

유아기 때 세부조정과 가지치기가 활발히 발생하지 않으면 지적장애가 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사회적으로 결핍된 환경에 방치된 아이의 뇌는 양육자가 사회적 지지와 행동을 통해 배선 지침을 보내주지 않으므로, 신체예산을 관리하기 위해 스스로(!) 배선해낼 것이다. 이처럼 전형적이지 않은 배선은 신체예산에 치명적인 부담을 주고, 이 부담이 여러 해 동안 축적되면서 신진대사의 기반을 흔드는 건강 문제를, 이를 테면 심장병이나 당뇨 그리고 우울증을 비롯한 기분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배선 내용을 듣고 솔직히 실망했다. '나는 이미 배선이 끝났을 텐데, 그렇다면 지금 상태에서 더 발전하는 건 불가능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행히 우리의 뇌는 죽을 때까지 배선을 미세하게 조정함으로써 계속해서 뇌의 구조를 바꾼다.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이 책을 읽은 이유 역시 뇌에 대해 더 알고 싶은 게 주목적이지만 그 목적 이전에는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는 욕망이 전제돼 있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뇌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하지만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건 왜일까? 삶의 질? 좀 더 근본적인 이유는 이미 이 책에서 깨달은 거 아닌가? 지금의 나는 과거의 연속적인 선택의 결과이다. 그 선택은 나의 뇌가 했다. 즉 나라는 자아는 애초에 없고 모든 건 뇌의 명령의 부산물일지도 모른다. 더 나은 삶을 살겠다는 나의 의지도 번식을 위한 뇌가 나에게 심어준 욕망이고 지금 이 시간에 이 글을 쓰는 거 역시 근본적인 동기는 번식과 연결돼 있다. 아닐 수도 있지만 맞을 수도 있다. 잔인한 세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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