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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면 비단 한 번쯤은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인간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행복해지기 위해서? 사랑하기 위해서? 맛있는 걸 먹기 위해서? 모두 다 맞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각자 다르지만 또 비슷한 가치를 위해서 살아간다. 옛날이나 요즘이나 가장 채택률이 높은 대답은 '행복해지기 위해서'인 듯하다. 나 역시 행복해지고 싶다. 하지만 이 대답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에 대한 답으로는 오답이다. 지금까지 내가 스스로 정의내린 대답은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번식하기 위해서 행복을 추구한다. 또한, 맛있는 걸 먹기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번식하기 위해서 맛있는 걸 추구한다. 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우리 인간의 삶의 제 1의 목표는 행복이나 맛있는 음식, 즐거움 같은 인간이 생산하거나 부여한 가치가 아니라 '번식'이다. 우리는 번식하기 위해 존재한다.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 인간은 자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행복감을 느껴야 한다. 우리의 뇌 역시 사고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번식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나의 생각과는 별개로 우리의 유전자의 제 1의 목표는 번식이다.
이 책은 번식에 대한 남녀의 엇갈린 성 전략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남성의 목적도 번식이고 여성의 목적도 번식이다. 하지만 두 개체가 목표를 추구하는 전략은 서로 다르다. 우선 남성의 성 전략부터 살펴보자.
남자는 왜 섹스를 추구할까? 번식하기 위해서가 정답이긴 하지만, 그것은 결과다. 결과로 가기 위해서는 과정이 필요한데, 대부분의 남성은 섹스를 하고 싶어한다. 단순한 대답은 섹스하는 순간이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최대의 쾌락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최대의 쾌락을 느낄 수 없다면 번거롭게 섹스라는 과정을 택할 이유가 없다. 그런 이유로 남성은 섹스를 추구한다. 남성은 최대한 많은 여성과 섹스를 하고 싶다. 그런데 왜 남성은 최대한 많은 여성과 섹스를 하고 싶은 걸까? 단순히 쾌락을 느끼기 위해서라면 한 여성과 연속적으로 관계를 맺어도 될 터인데 말이다. 그 이유는 번식이다. 한 여성과 성관계를 해서 그 여성이 임신을 한다면 남성은 그 기간 동안 동일한 여성과 번식을 할 기회가 사라진다. 그래서 남성은 다른 여성과 섹스를 탐닉한다. 최대한 많은 여성과 관계를 가져야 자신의 유전자를 최대한 많이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최대한 책임을 덜 지면서 자신의 유전자를 많이 남길 수 있는 전략을 남성은 추구한다. 그 편이 여성에게 들일 수 있는 자원 및 헌신은 최소화하면서 결과는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성이 하룻밤의 정사를 추구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남성에 비해서는 그 정도가 덜한 거 같지만 여성 역시 섹스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성은 번식 전략은 남성과 사뭇 다르다. 여성은 번식할 수 있는 기회가 남성에 비해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서 여성은 남성의 하룻밤 성 전략을 채택하면 안 된다. 하룻밤 성 전략은 남성의 유전자를 남길 수 있는 가성비 전략이지만, 남성이 헌신의 의무를 내던지고 다른 여성에게 떠난다면 아이의 양육 책임은 오로지 남겨진 여성에게만 있다. 남겨진 여성은 남성의 헌신과 지원 없이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려야 하지만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여성은 남성이 그녀와 그녀의 아이에게 장기적인 헌신을 할 것인지, 지속적인 자원을 줄 것인지 끊임없이 살핀다. 즉, 여성은 남성과 달리 단기간의 성관계를 추구하지도 않고 허락할 가능성도 매우 낮다. 장기적인 헌신과 지속적인 자원을 제공해준다는 확신이 들면 여성은 남성에게 성관계를 허락한다.
이렇게만 보면 여성이 더 불리한 성전략을 가진 것 같지만, 여성도 남성을 속일 준비를 하고 있다. 여성에게 좋은 유전자를 제공한 남성(그것이 하룻밤의 정사든 아니면 장기간 헌신을 약속했지만 여성이 남성에게 속았을 경우)은 우월한 유전자를 가졌으므로 비단 그 여성 뿐 아니라 다른 여성과도 관계를 가지려고 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헌신을 약속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여성의 입장에서 좋은 번식 전략은 가장 매우 우월한 유전자(그것인 신체이든, 지능이든)를 가진 남성의 아이를 장기적인 헌신과 지속적인 자원을 제공해줄 남성의 아이라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이 책은 재밌다. 남녀의 행동을 남녀 서로의 성전략과 관련시켜 설명한다는 게 다소 거칠 때도 있지만 매우 참신하다. 사실 위에서 설명한 내용은 이 책의 극히 일부지만 책 전체를 관통한다고 할 수 있다. 남성과 여성이 취하는 대부분의 행동의 저변에는 번식에 대한 욕구가 깔려있기 때문에, 남녀는 서로가 가진 상반된 번식 전략으로 인해 친해져야 하지만 친해질 수 없는 부류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번식하기 위해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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