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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이야기 (이재원)

깡칡힌 2023. 1. 11. 20:36


요즘 내 흥미를 끄는 재밌는 분야를 찾았다. 바로 뇌과학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욕구가 있고 나 역시 그렇다. 나는 나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왜 이리 집중을 못하지?, 'ADHD인가?', '3분 책 보고, 다시 10분 핸드폰 보는 내가 너무 한심해..'] 같은 생각은 예전부터 내 머릿속 한 지분을 차지해왔다. 본격적으로 이 문제에 천착해서 공부하고 부딪혀봤으면 좋았으련만 그렇게 해야할 동기의 정도가 나에게는 크지 않았던 거 같다. 귀찮았고, 나의 뇌를 알고 싶다는 욕구보다 세상에는 나의 시선을 끄는 자극적인 요소들이 너무나 많았으니까 말이다.

뇌과학 책을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읽기를 꺼려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아마 용어의 난해함 때문일 것이다. '도파민', '엔도르핀' 정도는 약과다. 이 단어들은 어렸을 때 미디어로부터 들은 적이 있으니 그나마 익숙하기라도 하다. 나는 이번에 뇌과학 관련 책을 몇 권 읽으면서 '[세로토닌', '전두엽', '복측개피영역' ...] 이런 단어들을 볼 때마다 책을 덮고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은 난해한 용어가 주는 압도감이 덜하니 안심하고 읽으셔도 된다.

이 책은 도파민을 중심으로 서술돼 있다. 도파민이란 뭘까? 내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도파민은 보상인 동시에, 어떤 것에 집중하게 하는 우리 뇌에서 생성하는 물질이다. 도파민이 보상이라면 보상이라면 무엇에 대한 보상일까? 예를 들어, 나는 아주 배고픈 상태다. 당장에라도 지금 읽고 있는 '도파민 이야기'라는 책을 덮어버리고 집에 가서 라면 한 사발 때리고(?) 싶다. 하지만 나는 생물학적으로는(?) 어른이다. 어른은 어른답게 내 현재의 욕구를 억제하고,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다 읽고, 감상평도 쓰고 난 후에 집에 가서 라면을 끓여 먹으리라고 다짐한다. 꾸역꾸역 영겁에 가까운 시간을 견디고(책을 읽는 게 쾌락인 분들이 부럽습니다) 글까지 다 쓴 후, 집에 가서 라면을 먹는다. 이성의 끈이 끊어지기 일보 직전이었지만, 가까스로 이성의 끈을 부여잡고, 집에 와서 라면을 먹은 나는 쾌락을 느낀다. 이 때 느끼는 쾌락이 도파민이라고 할 수 있다. 뇌가 고생을 했으니 보상을 주는 것이다.

도파민에도 좋은 도파민과 나쁜 도파민이 있다. 아까 예로 돌아가보자. 전의 경우와 달리, 나는 본능에 못 이겨, 읽던 책을 내일로 던져버리고, 집에 와서 라면을 먹어도 마찬가지로 라면은 맛있었을 것이고 쾌락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도파민이 생성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건 좋은 도파민이 아니다. 즉각적으로 주어졌기 때문이다. 즉각적인 보상과 지연된 보상 어느 게 더 좋을까? 당연히 후자다. 우리가 어렸을 때 많이 들었던, 마시멜로 실험도 지연된 보상을 지지하는 실험이다. 인내나 노력이 없이 주어진 즉각적인 보상은 쾌락이 주어지기는 하지만, 그 달콤함 때문에 우리는 다음에도 노력이나 인내는 하지 않고 즉각적인 보상을 받는 길을 택한다.

스마트폰을 예로 들어보자. 나는 친구가 많이 없기 때문에 카톡 알림이 보면 너무 확인하고 싶고, 설레이는 감정을 감출 수가 없다. 그래서 지금 코드를 짜고 있거나, 글을 쓰고 있는, 즉 내가 집중하고 있는 문맥에서 나와서 카톡으로 Context Switching을 한다. 도파민이라는 보상이 주어진다. 하지만 즉각적인 보상이다. 나를 찾는 카톡이 오면 기쁘다. 하지만 나는 다시 원래 하던 일로 돌아가야 한다. 그 일은 끝맞춰야 한다. 다시 원래 일에 집중하려면 추가적으로 시간이 소비된다. 하지만 내가 하는 일을 끝낸 후에 카톡을 본다면 이 때는 좋은 도파민이 생성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가 잘 전달되지 않았을 수는 있는데, 요는 노력이나 인내 없이 얻는 즉각적인 도파민은 나의 뇌의 보상 체계를 망쳐서 나의 삶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고통스럽고 너무나 확인하고 싶은 카톡,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이지만 확실한 인내와 노력을 거친 보상 많이 나의 뇌, 나아가 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우리는 지금 도파민을 관리해야 하는 세계에 살고 있다. 세상에는 자극적이고 즉각적인 보상이 넘쳐난다. 사고하지 않고 시류에 내 몸을 던졌기 때문에 나의 뇌가 망가지고 있다는 걸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끼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