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래 읽었던 Piter Zeihan의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 에서 너무 많은 충격을 받아서인지(Peter Zeihan은 약간 국뽕이 있기는 하지만, 그의 말만 들으면 미국 빼고는 대부분의 세계는 멸망할 거 같다)요즘들어, 세계의 미래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졌다. 그래서 방구석에 처박혀 있는 Ray Dailo의 『The Changing World Order』가 내 눈에 띄었다. 책 두께만 해도 600페지가 넘어서, 한 호흡에 읽기에 매우 부담스러운 책이다. 그래서 도망쳤는데... 용기내어 읽어봤다(힘들었다. 아마 내가 읽은 책 중에 가장 두꺼운 책이 아닐런지..?).
이 책은 경제 도서라기보다는 역사책 같다. 세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어떻게 작동해왔는지 그리고 그 세계를 구성하는 강대국(왕국, 제국, 오늘날의 국가)들이 어떤 흥망성쇠를 거쳤는지 저자는 빅 사이클 이론을 가지고 설명한다. 빅 싸이클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 새로운 질서: 경쟁자들을 모두 제거하고 강력한 힘을 가진 새로운 체계가 등장한다.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당시의 미국을 떠올려도 좋다.
- 부상: 이 시기는 새로운 질서가 수립된 뒤에 오는 번영의 시기다. 이 시기에는 부채 수준이 비교적 낮고, 국민들의 부, 가치과, 정치적 견해의 격차가 비교적 작으며 국민이 효율적으로 협력하여 부를 창출하고 교육 수준이 높고 인프라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으며 강력하고 유능한 리더쉽이 존재하며 소수의 강대국이 이끌어나가는 평화로운 세계 질서가 정착되었기 때문이다.
- 정점: 이 시기는 과도한 수준의 부채를 지니고 있다(대부분 화폐를 찍어서 부채를 화폐화했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 간의 부, 가치관, 정치적 견해가 크고 교육과 기반 시설의 수준이 하락하며 각 계층 간 갈등이 심화되고 교육과 기반 시설의 수준이 하락하며 각 계층 간 갈등이 심화되고 신흥강국이 기존 강국의 지위에 도전하면서 전쟁이 발생한다.
- 쇠퇴: 상당한 갈등과 큰 변화, 새로운 대내외 질서의 수립으로 이어지는 투쟁과 구조조정의 고통스러운 시기다. 그것은 차세대의 세계 질서와 번영하는 새로운 시대의 발판을 마련한다.
- 다시 새로운 질서: 기존의 질서를 제압하고 다시 새로운 질서가 등장한다. 그 수단이 폭력을 동반한 혁명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어쨋거나 기존 질서는 청산된다.
역사적으로 강력한 힘을 가졌거나 부유했던 나라(왕국, 제국, 국가)는 모두 어김없이 위 싸이클을 겼었다. 그리고 그들은 사라지거나 힘을 잃었다. 영국은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네덜란드를 제끼고 새로운 패권으로 세계를 호령했지만, 특정 계층의 자원의 독점으로 인해 혁명이 발생했고 그에 따른 구조조정을 겪었다. 우리가 어릴 때 배운 중국도 그러했고 스페인도 위 싸이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어떠한 국가가 싸이클의 다음 단계로 이동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부의 쏠림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시간을 초월해서 사람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와 권력을 창조해서 차지하고 분배하는 투쟁이기 때문이다. 즉 위에 싸이클 이론에서 언급한 것처럼 부의 격차가 구성원 간 커지면 그 나라는 쇠퇴하고 그간 누렸던 지위를 반납하게 된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1945년 이후 75년 간 미국의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지위를 누려왔지만 구성원 간의 부의 쏠림이 심해지면(지금도 미국의 양극화는 심각한 사회 문제다. 아니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닌 자본주의가 발단한 선진 경제에서는 대부분 이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미국을 대체하는 새로운 질서가 나타날 수 있다. 그것이 중국(내가 보기에는 중국은 아닐 거 같은데, 이상하게도 레이 달리오 이 분은 중국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평가를 내리는 거 같다. 그가 소싯적에 중국과 많은 교류를 한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객관적인 거 같지는 않다)일지 아니면 미국이 개발한 새로운 체제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나는 지금까지 역사가 반복된다는 소리는 많이 들어봤지만 사실 그 의미를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저자가 제공하는 싸이클의 틀에서 여러 국가를 조망해보니 역사는 완전히 똑같이 반복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비슷한 운율을 밟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약 75년 간 미국이 주도한 세계화 흐름에서 대한민국은 전례없는 번영을 누렸고 나 역시 그 혜택을 지금까지 받은 당사자 중 한명이라는 걸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이 번영에 익숙해진 듯하다. 미국의 시대는 75년이 지났다. 저자가 제시했던 빅 싸이클의 유통기한은 약 70 ~ 100년 정도이다. 그리고 미국이 구축한 세계 질서는 이제 슬슬 그 유통기한이 다 되고 있다. 첨가물을 더 넣어 유통기한을 늘리든, 아니면 폐기하고 새로운 제품을 만들든 그 미래는 누구도 모르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그 변화의 변곡점이 10년도 안 남은 듯한 느낌이 든다(근거는 없다. 있어보이고 싶어 전망한 느낌이다). 나는 그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살아남기 위해서 어떤 능력과 지식을 갖춰야 하지? 누가 좀 내 입속에 넣어주면 좋겠다.
역사를 보면 그 어떤 정부도 개인을 보호해준 적이 없었다.
역사적으로 지도자들은 자신의 통치 기간이 끝나고 한참 뒤에야 상환 기간이 만료되는 부채를 발생시켜 다음 지도자에게 떠안겼다.
많은 사람이 화폐는 영원하며 현금은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고 믿지만 모든 화폐는 가치가 하락하다 결국 소멸한다.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현금과 채권은 가치가 하락하고 결국 시장에서 사라진다.
부자는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자식들을 잘 가르치는 데 온 신경을 쏱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생활비와 식비를 마련하고 폭력에서 벗어나 자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받게 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투자자의 목적은 재산을 저장해놓았다가 미래의 구매력으로 전환하기 위함이다.
세계의 역사는 부를 두고 다투는 연속이다.
대규모 재정 적자를 겪는 기축 통화국의 적자와 부채는 자국 통화로 표시된다. 채무자인 기축 통화국은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돈을 찍어낼 수 있는데 이는 채무국으로서 진 위험을 해당 채권을 보유한 채권국으로 수출하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위험은 대규모 채무국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채권국이 평가절하된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다. 즉, 채권 자산을 보유함으로써 얻는 수익이 물가 상승률보다 낮아질 수 있다.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이는 침착함과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바꾸는 용기, 그리고 그 차이를 아는 지혜를 장신이 가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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