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인생에 조금이나마 변화를 가져오고자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 책이나 읽기에는 내가 소비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그렇지만 책읽기 초보인 나는 아직까지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 식별할 수 있는 눈이 없다. 그래서 최대한 책 좀 읽는다는 사람들의 추천을 받은 책을 읽고 있는데 이 책도 그 중 하나다. 저자의 필명은 세이노다. 이름부터가 뭔가 괴상한 것이 내가 읽어도 되는 책인가? 그런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하겠지만 그런 의심은 넣어두고 한 번 읽어보라. 양이 방대하지만 한 사람의 인생 철학을 알 수 있을뿐더러 재미 있기까지 하다!
세이노의 뜻은 영어로 Say No라는 뜻이다. 처음에는 No라고 말하라는 뜻인가 정도로 생각했지만, 저자의 말에 따르면 '현재까지 믿어온 것들에 대해 No'라고 말하라는 뜻이란다. 즉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라' 정도로 해석하면 되겠다. 저자는 현재 수천 억대 재산을 가지고 있는 자산가이며, 나는 몰랐지만 그의 팬카페까지 있을 정도로 그를 추종하는 팬들이 많다. 나처럼 이번에 처음 들어본 사람들은 그가 수천 억대 부자라기에 '나도 그의 생각을 엿보면 그처럼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이 책을 집어들었겠지만, 이 책을 덮을 때 즈음엔 그런 사실을 별로 중요하지 않음을 깨달을 수 있다. 그가 부자든 아니든, 그의 철학과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 일에 대한 생각 등, 존경할 만한 어른이 없는 요즘 세계에서 상식있는 어른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배울 수 있다는 게 이 책이 주는 의의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저자가 2000년 대 초반부터 연재한 그의 칼럼이나 카페에 개진한 그의 생각을 엮어서 만든 책이다. 700 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가격은 7200원으로 매우 저렴하다. 와 싸다!(그러니 읽어보시라!) 이렇게 저렴하게 판매하는 이유는 저자가 책에 대해서 일체의 수익도 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잠시 딴길로 빠져보자. 요즘 SNS(특히 유튜브나 인스타)에서는 부자 마케팅이 성황이다. 이런 매체들은 나는 왜 가난한가? 부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가? 당신이 부자가 되지 못하는 이유? 등 자극적인 썸네일이나 제목으로 무장한 콘텐츠들이 사람들을 유혹하고 그들의 시간을 빼았는다. 나 역시 거기에 한 때 내 많은 시간을 소비했고 현재도 많은 사람들이 그러리라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은 부자가 되는 법을 알려준다며 하나같이 당신의 시간이나 지갑을 열기를 요구한다. 결국 그들은 우리들에게 부자가 되는 법을 알려줌으로써 돈을 번다. 즉, 내가 부자가 되기 위해 지불하는 대가가 그(그녀)를 부자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자신의 지식을 대가를 받고 판매하는 게 뭐가 나쁘냐고 할 수 있겠지만, 정작 알려주는 사람은 알려줄 자격이 없는데도 불구하고(즉, 부자가 아님에도) 부자가 되는 법을 알려준다고 하니 솔직히 아이러니하기는 하다. 즉, 어떤 사람이 하는 얘기가 진정성이 있으려면 그 사람이 그 얘기를 함으로써 어떤 수익도 창출하지 않아야 한다. '모두 다, 여러분들을 위해서입니다.' 같은 명분을 들먹여서 당신의 지갑을 여는 사람의 얘기는 이제 개나 줘버리자. 본래 명분이란 개인의 욕심을 그럴 듯하게 포장해주는 습성이 있으므로 언제나 명분에 속지 말고 그 속내가 무엇인지 파악하여야 한다. 얘기가 잠시 샜는데, 여튼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어떤 수익도 창출하지 않으니 그의 얘기에 한 번 귀 기울여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저자가 얻는 거라면 명성 정도가 있을 수 있으나, 그는 익명으로 활동하고 외부에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는 걸로 보아, 그 영향도 미미하리라). 읽어보면 당신도 좋아할 만한 내용이 많다. 그리고 저자 특유의 욕설 역시 글의 재미를 높여주는 요소이다(저자는 욕을 매우 찰지게 잘한다. 한 번 실제로 들어보고 싶다).
사실 책 내용도 많고, 개별적인 칼럼의 모음이다 보니, 내용을 요약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내가 생각한 바, 두 가지 정도 적어보려 한다.
몸 값을 높여라.
나는 금융문맹이다. 그래서 부자가 되기 위해서 금융문맹에서 탈출해서 금융 지식을 함양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내가 깨달았다기보다는 각종 미디어(책, 유튜브, 뉴스)의 주장을 내재화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나중에는 소음이라는 게 판명날지도). 즉,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자가 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이 금융문맹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 역시 내가 현재 별볼일 없는 삶을 사는 이유는 내가 금융문맹이기 때문이라 생각했고 지금도 꾸준히 금융지식을 함양하기 위해 배우고 있다. 하지만 이건 나에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틀린 말은 아닐 수 있으나 적어도 그 나는 그 적용범위에 들지 않는다.
저자는 투자로 돈 번다는 개소리는 집어치우고 우선은 본인의 몸값을 높이라고 주장한다. 투자는 그 다음이다. 금융지식이 필요없다는 게 아니다. 선후가 바뀌었다는 얘기다. 소득은 형편없는 이가 푼돈을 투자해서 번다고 해도 하루 벌어 하루 쓰는 돈이며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저자 역시 수천 억의 자산가가 되기까지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가 그 날개를 달아준 건 맞으나, 그 기반은 자신의 노동이나 사업 소득을 기반으로 한 투자였다. 즉, 자신의 몸값을 높여 얻은 수익을 기반으로 투자한 게 지금의 그를 만들었지, 절대 투자를 통해 종잣돈을 마련한 게 아니란 말이다. 이런 당연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나는 왜 일을 할 생각은 하지 않고, 투자 공부 같은 금융 지식을 쌓는 데 혈안이 돼 있는가? 혹시 사회에 나가서 경쟁하는 게 두려운 것은 아닌가? 지금 시기에 일을 하지 않고 금융지식을 공부한다는 게 내가 스스로 경쟁력이 없다는 걸 자인하는 거 아닌가? 그걸 알고 있음에도 이 생활을 지속하다가는 악순환의 반복할 뿐이다. 우선 내 몸값을 높이자. 금융지식을 함양과 투자는 그 다음이다.
끊임없이 배워라. 모르면 탐색해라.
책을 읽어보면 저자가 가진 지식의 총량이 상당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는 사업가이지만 레버리지를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실제로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이를 테면, 사업을 하다 관련 규제 때문에 난관에 봉착하면 관련 책을 몇 권 사서라도 본인의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배우고 또 배웠다. 그냥 변호사에게 자문하면 되지 않냐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는 법조문을 읽어서라도 스스로 학습하려는 의지가 매우 강해보였다. 전문가에게 문의하는 건 그 다음이다. 자신이 알고 있지 않으면 주도권을 가질 수 없다는 생각에서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는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욕구가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위 일화에서 저자는, 사업 규제 관련해서 공무원이 꼬장을 부리자, 관련 책을 사서 독파하는 건 물론, 법조문에서까지 근거를 찾았다는 점에서 솔직히 좀 놀랐다. 그는 법을 전공하지도 않았다. 단순히 지금 당장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부했을 뿐이다. 나는 저자와 같이 치열하게 살아본 적이 있었을까? 자신있게 그랬다고 입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하하.
타인의 문제를 해결해주자. 그리고 돈을 벌자.
내가 성공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대부분 문제 해결에 있어서 남들과 차별화된 능력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즉, 그들은 타고난 문제 해결러다. 돈을 번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노골적으로 말해서 돈을 번다는 건 타인의 주머니에 있는 돈을 자신의 주머니로 합법적으로 가져온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타인의 지갑을 열게 할 것인가? 간단하다. 그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주면 된다. 구글은 왜 돈을 벌지? 검색을 통해서 흩뿌려진 지식을 먹기 좋게 포장해서 우리 입속으로 넣어주기 때문이다. 즉 우리의 시간을 아껴주니까 우리는 그들에게 돈을 준다. 비단 대기업으로 갈 것도 없다. 우리 주변에서도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이는 하루에도 수없이 만난다. 왜 우리는 편의점에 돈을 지불하지? 그들이 우리가 필요한 물건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나는 워터젤리가 먹고 싶은데, 그걸 먹기 위해서 워터젤리 생산 공장까지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때 편의점은 워터젤리를 멀리서 들여와 나에게 제공한다. 그들은 나의 시간을 아껴줬고 나는 그 대가로 돈을 지불한다.
자! 당신에게 부자가 되는 법을 알려줬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돈을 번다는 건 타인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돈을 받는 시스템이다. 그 문제가 해결하기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우리가 지불하는 대가는 더 크다. 저자 역시 타인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았을 뿐이다. 그렇게 그는 부자가 됐다. 사실 우리가 이런 책을 읽는 가장 큰 동기는 부자가 되기 위함 아닌가? 저자의 삶의 철학이나 세상을 보는 관점을 배울 수 있어서 좋다고? 그래. 좋지. 하지만 내가 부자가 되는데 도움이 안 되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이미 답은 얻었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타고난 문제 해결사가 되어야 한다. 그 문제가 풀기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좋다. 자, 그럼 당신은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이것은 나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언제나 그렇듯 주인공은 소수다.
이거 배워서 어디다 써먹느냐 같은 개소리는 하지 말자. 일단 끊임없이 배워라.
피보다 진하게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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