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거쳐 취업을 해야 할 시기가 왔다. 하지만 방황이라는 미명하게 사회에 나가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그렇다. 나는 도전하는 게 무서운 것이다. 학창시절 공부를 하지 않았고 잘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고3이 돼서 해야 할 시기가 나에게도 왔다. 남들이 하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으면 내가 소속될 수 있는 무리가 사라질 수 있겠다는 불안감이 들어 그렇게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공부를 잘하지 못했다. 당연하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냥 다 하니까 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 얼떨결에 대학에 진학했다. 학과 역시 나의 관심사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 당시에 유망하다는 컴퓨터공학과에 들어갔다. 어릴 때는 그냥 단순히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게 멋있는 줄 알았고, 내 미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할 때 행복감을 느끼는지 말이다. 뭐, 어릴 때 그런 고민하는 얘가 몇 명이냐 되겠냐고 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그런 사고 방식에 한 번이라도 노출돼 본 적이 없었다는 게 나로서는 참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것도 왜 남들 다 취업하고 부모님의 잔소리가 절정이 될 이 시기에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지 참. 사회에 나가는 게, 직장인이 되는 게 두려워서 회피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 이 두려움을.
이 책도 나의 방황의 여정에 함께 하게 됐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고, 나보다 먼저 앞서간 사람의 이야기를 찾다가 저자(내성적인 건물주)를 알게 됐다. 저자는 물리치료사로 일하면서 자유로운 삶에 대해 고민했고, 책을 통해 자유를 쟁취했다고 한다. 정말일까. 책을 읽으면 정말 자유를 얻을 수 있는 걸까? 그렇다면 나도 책을 몇 개월 간 읽었는데, 아직 뚜렷한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걸까?
적용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성공하고자(성공은 복합적인 의미를 내포하지만 여기서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을 성공이라고 간주한다) 하는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하는 책 읽기의 동기는 성공이다. 그냥 하던 일을 계속해서 성공할 수 있는 사람들 혹은 자기 삶에 만족을 느끼는 이들이 성공하고자 하는 욕망을 갖고 도전적으로 책을 읽는 경우는 잘 없다(물론 아닌 사람도 많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는 성공한 사람들이 대부분 책을 읽는다길래 읽기 시작했다). 대부분 하는 일이 제대로 안 되거나, 현재 상태에 불만족스러울 때 우리는 책을 든다.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란 책이 꾸준히 스테디셀러인 거 자체가 그 방증이지 않을까?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어떤 사람은 성공하고 왜 어떤 사람은 실패하는 것일까? 내 생각에는 만족할 만한 결과를 못 낸 이들 같은 경우는 책을 읽기만 했을 뿐 실제 삶에 적용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나 역시 그런 책 읽기를 한 거 아니었을까? 막상 책을 읽는다는 행위에만 집중할 뿐 실제 내 삶에 적용해본 경험이 손에 꼽는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적용, 즉 실천을 강조한다.
내 삶의 궤도를 조금이라도 틀기 위해서는 적용하고 실천해야 한다. 아마 도전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도전은 두려움을 동반한다. 나의 컴포트 존을 벗어나 내가 모르는 분야, 미지의 곳으로 발을 디디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아직 한 번도 발견하지 못한 미지의 자원이 있을 수도 있으나, 가시 덩쿨이 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불확실성은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다. 예측할 수 없다는 건 불안하고 두렵기 때문이다. 나는 도전에 대한 역치가 생각보다 높은 사람이다. 컴포트 존을 벗어나는 게 두렵고, 도전한다는 건 용기를 필요로 하지만, 그 용기가 내게는 웬지 모르지만 구매하기에는 너무 비싼 자원이었다. 그래서 책을 읽었다. 직접 도전하는 게 두려워서. 이대로 현상 유지를 하기도 싫었기에 내 딴에는 소소한 도전이랍시고 가장 역치가 낮은 책을 읽은 게 나의 작은 도전이라면 도전이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인풋이 높아도 아웃풋이 없으면 결과물이 없기 마련이다. 책을 읽는다는 건 인풋이다. 이제는 아웃풋, 즉 결과물을 만들 차례이다. 무섭고 두렵지만 작은 도전을 조금씩 해나가면 내 도전에 대한 역치 값도 조금은 낮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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