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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아재의 제2라운드 투자 수업 (최한철)

깡칡힌 2023. 3. 25. 19:13

월가아재의 제2라운드 투자 수업

내 시간은 한정적이기에 이왕 책을 읽을 거 좋은 책을 읽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나는 어떤 게 좋은 책인지 안 좋은 책인지 판단할 수 있는 식견(?)이 없기에, 유튜브 같은 매체에서 추천받은 책을 자주 읽는 거 같다. 이 책도 유튜브를 배회하다가 얻어걸린 책이다. <월가아재의 2라운드 투자수업>. 이 책의 저자 ‘월가아재’는 유튜버이자 금융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다(스스로를 아재라고 지칭하다니 참신한 겸손함이다!). 이 책은 투자 얘기를 다루지만, 나는 투자 이야기보다 저자의 인생관이 더 진하게 베어 있어 좋았다. 오랜만에 좋은 책을 만났다.

 

우리는 부자가 되고 싶어한다. 사람들이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이유는 제 각각이지만 그 본질은 대부분 대동소이하다. 괴로움을 피하고 쾌락을 느끼고 싶어서이다. 아니라면 다른 이유 좀 알려달라. 나 같은 경우도 고통을 회피하고 쾌락에 빠지고 싶어 돈을 벌고 싶다. 자, 그럼 돈을 벌기 위해서 우리가 가져야 할 능력치는 무엇이 있을까? 저자는 실력, 시간, 리스크, 비효율성 이 4가지 요소를 부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덕목이라고 주장한다.

 

실력, 리스크, 시간, 비효율성

예를 들어보자. 실력은 당연한 얘기니까 패스. 자산의 가치가 오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빨리 부자가 되고 싶은가? 리스크, 즉 변동성을 높이면 된다. 삼성전자 같은 하루에 1%~2% 변동성 있는 자산 말고 코인이나 선물 같은 변동성이 높은 자산을 택한다면 성공한다면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 안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야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비효율성은 뭘까? 사실 난 이 개념이 잘 이해가 안 됐다. 여기서 말하는 비효율성이란 시장이나 경제의 비효율성을 의미한다. 시장이나 경제의 비효율성이란 뭘까? 자본시장은 사람들의 적당한 탐욕과 비효율성으로 돌아간다. 만일 어떤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작동 방식에 불균형이 없고 정보 간 불균형이 없다면 이 시장은 효율적인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효율적인 시장에서는 수익을 누릴 수 없다. ‘돈이 풀리면 자산 가치가 오른다.’ 나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 사실을 알았던 누군가는 연준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소식을 듣고 주식을 매수했고 나는 그러지 못했다. 이것이 비효율성이다. 메가스터디 창립자 손주은 씨는 일타 강사의 수준 높은 강의를 일부밖에 듣지 못한다는 게 비효율적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인터넷이라는 플랫폼 위에서 온라인 강의를 제공함으로써 강의 시장의 비효율성을 해소했고 그 과정에서 막대한 부를 얻었다.

 

“비효율성을 발견해서 효율적인 해결책을 공급하라!” 이것이 부를 얻을 수 있는 네 번째 능력치다. 하지만 이게 어디 쉬운가? 부자가 되기 위해 읽어야 할 필독서처럼 추앙받고 있는 <부의 추월차선>에서 주장하는 바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시간이 지나서 부자되지 말고 세계의 비효율성을 발견하고 단기간에 부자가 되라는 게 저자가 주장하는 바지만, 말이 쉽지 이런 비효율성을 발견하는 게 쉬울까? 이 책의 저자, 엠제이 드마코는 "그게 쉽냐?"라고 말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비수를 꼽는다. "그럼 그렇게 살든가"라고 말이다. 이런 비효율성을 발견하는 거 자체만으로도 그 사람이 엄청난 실력과 대단한 안목을 지닌 것이다. 불가능하다는 게 아니다. 여러울 뿐이라는 거지. 돈 버는 게 어디 쉬우랴. 그래서 이 세상에 부자는 소수다.

 

지수 추종의 함정

저자는 유튜브 세계에서 찬양받고 있는 주장 혹은 방법론에 대해 부정적이다. 이를 테면, 지수 추종 ETF, 퀀트 투자, 차트 트레이딩 등이 있겠다. 퀀트 투자, 차트 트레이딩에 대한 비판도 이 책에서는 한 챕터씩 할애해서 전개되지만, 내가 아직 제대로 이해 못해서 패스. 여기서는 지수 추종 ETF대한 얘기를 해볼까한다. 나는 주식 투자에 입문한 지 얼마되지 않았고, 그래서 어떤 주식이 좋은 주식인지 판단할 수 있는 눈이 없다. 나 같은 사람에게 추천받는 상품이 바로 지수추종 ETF다. 지수추종 ETF는 S&P500이나 나스닥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로서, 해당 상품을 구매하면 지수에 포함된 모든 기업에 투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흔히, 지수 투자를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요즘 유튜브 세계관에서 지수 추종 투자는 성역화가 된 것 같다. "여러분 개별 기업 공부할 시간 없으시죠? 그냥 지수 ETF를 사세요! 그럼 미국 시장에 투자한 효과를 누릴 수 있어요!" "단기적으로는 헤지펀드가 시장을 이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시장을 이긴 헤지펀드는 없어요 ~ 그러니까 지수 추종 ETF 사세요!" 같은 주장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주장은 사실이고, 논리가 그럴 듯하게 들린다. 하지만, 우리가 투자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주장의 사실 여부만 보아서는 안 된다. 주장의 뉘앙스를 보자. 지수 추종 상품은 그 나라를 대표하는 기업 전부에 투자했기 때문에 그 나라가 망하지 않는 이상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개별 주식 공부를 해야할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니, 스트레스도 덜 받고 그 시간을 다른 데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수많은 개인은 지수 추종 ETF를 살 때 소위 타이밍을 잰다. 시장이 많이 안 좋고, 지수가 많이 떨어지면 그제서야 ETF를 매수한다. 왜 그럴까? 우리가 지수 추종 상품을 산 이유는 무엇인가? 

 

당신이 예금과 채권 투자 두 개 중에 고민 중이라고 생각해보자. 당신의 주머니 사정은 여의치 않다. 그래서 조금 더 높은 수익률을 원한다. 그렇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겠는가? 경제 지식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예금보다는 채권을 택할 것이다. 그렇다면 채권의 수익률은 왜 예금보다 높을까? 채권은 국가나 기업에 내 돈을 빌려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빌리는 주체가 파산하면 내 돈도 같이 파산한다(빌리는 주체에게 남은 자산이 없을 경우). 즉, 리스크가 예금보다 크다(예금은 일정 금액 보장이 된다). 예금의 수익률과 채권 수익률의 차이, 그 차이가 우리가 취하는 리스크, 즉 리스크 프리미엄이다. 다음으로 채권과 주식을 비교해보자. 당신의 주머니는 날이 갈수록 얇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상품에 투자하겠는가? 채권은 돈을 다른 이에게 빌려주는 것이고, 주식은 어떤 기업의 지분을 취득한다는 것이다. 즉 회사의 주인이 된다는 뜻이다. 만약 빌리는 주체가 파산했을 경우 내 돈을 받을 수 있을까?  만약 빌리는 주체에 남은 자산이 있다면, 기업의 주인인 주주와 돈을 빌려준 채권자 중 누가 더 우선순위가 있지? 당연히 채권자 먼저다. 기업이 이익을 거두면 세금이랑 대출 이자부터 갚고 나서 그 때도 여유가 되면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지 않는가. 즉, 주식 투자는 채권 투자보다 돈을 잃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리스크가 더 높다. 그래서 주식은 채권보다 수익률이 높아야 한다. 그 수익률 차이가 리스크 프리미엄이다. 

 

우리는 위의 예에서 리스크 프리미엄에 대해 배웠다. 이제 다시 지수 추종 ETF로 돌아와보자. 지수 추종 ETF에 투자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이 리스크 프리미엄이다. 즉, 주식 시장 전체에서 오는 평균적인 위험만 내가 지겠다는 의미다. 그래 알겠다. 근데 왜 타이밍 재고 사면 안 되는 건데? 타이밍을 재고 산다는 것은 내가 주식 시장이 많이 빠졌을 때, 다시 말해 주식 값이 평균적으로 저렴할 때 산다는 의미이다. 저렴할 때 주식을 산다는 건 시장의 평균 수익률을 상회하는 이익을 거두고자 하는 욕망이 그 저변에는 깔려있는 거 아닐까? 이는 지수 추종 투자 철학과 배치된다. 지수 추종 투자를 하는 이유는 안정된 마음의 평화를 갖기 위해서, 그리고 그 시간을 다른 데 사용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주가가 빠졌는지, 올랐는지 계속 체크하면서 저렴해지기만을 기다리는 투자가 지수 추종 투자 철학에 맞는지 저자는 의문을 제기한다. 지수 추종 투자, 즉 패시브 투자를 하기로 했다면 그 투자 철학에 맞는 투자를 하자. 타이밍을 재면 그 시점에서 이미 패시브 투자 철학에 동의하지 않는 셈이다. 

 

삶과 행복

‘직장인은 노예’ ‘노동소득으로 부자 될 수 있나?’ ‘파이어’ Covid19를 거치면서 미디어에 많이 노출된 표현들이다. 코로나 이전부터 직장인을 월급만 받는 노예라고 비아냥 거리는 풍조는 있었으나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그 정도는 더욱 심해졌다. 나는 유튜브가 이런 경향성을 강화하는 데 그 역할을 제대로 한 몫 했다고 생각한다. 유튜브를 실행하면 우리의 4에서 5인치 정도 되는 스크린에는 ‘파이어’ ‘100만 원으로 1억 벌기’ ‘직장에서 빨리 탈출하는 방법’ 등 매우 자극적인 제목을 장착한 영상이 활개친다. 나 역시 그런 유의 영상을 많이 보았고 지금도 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생각을 내면화했다. ‘역시 직장인은 노예야’ ‘노동소득으로 어떻게 부자가 돼’ 등 직장 생활하는 사람들을 노예마냥 열등하다고 생각했고 하고 싶은 게 없는 생각 없는 사람들이라 생각했다. 정작 본인은 그런 직장을 얻을 능력도 안 되면서 말이다. 직장 생활을 하지 않고 빨리 부자가 되고 싶었다.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자 역시 20대 때 그런 생각을 했고, 나를 포함한 많은 20 ~ 30대 층은 이런 생각을 하리라 생각된다. 사람들 간의 자본 격차는 더욱 커졌고, 월급만 모아서는 집을 살 수 없는 세계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이니 말이다. 

 

이 책은 돈 버는 방법에 대해 말해주지 않는다. 아니, 그보다는 돈 벌기 참 힘들다고 말하는 거 같다. 유튜브를 위시하는 뉴 미디어에서 "나 성공했어요. 이렇게 하면 성공할 수 있어요!"라고 주장하는 개인들을 경계하자. 그 사람은 실제로 성공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말이다. 그런 사람은 몇 명의 개인일 뿐이고, 당신이 그 소수가 될 가능성은 몇 명이나 될까?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확률적으로 말이다. 우리는 확률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 혹은 그녀는 1000명 중 가장 성공한 한 명일 뿐이다. 세상은 나머지 999명에 대해 관심이 없다. 그리고 그가 주장하는 바가, 자리 좋은 낚시터를 알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건지, 아니면 자신이 발견했던 낚시터를 알려주는 건지 판단해봐라. 자신이 이미 발견한 낚시터는 그 사람을 포함해, 당신 같은 개인들 때문에 이미 비효율성이 제거된 상태이다. 당신의 몫은 없을 가능성이 크다. 

 

 

 

 

월가아재의 제2라운드 투자 수업 : 월가에서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터득한 이기는 투자 원리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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