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데 익숙하지 않았던 나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자기계발서를 읽는 게 꺼려졌다. 자기계발서는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그들은 이 세상에서 무엇이든 이뤄낼 수 있는 사람들 같아 보였다. 즉 허풍 심한 사람들의 책 팔이처럼 보였다. 그런 내가 자기계발서를 읽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 개인의 모든 행동의 원인은 전부 자기 자신에서 기인한다. 나름 무언가를 꿈 꾸면서 살아가고 있는데 나의 삶이 나아지지 않았다. 내 삶은 현재까지 실패한 거 같아 공허했다. 공허함으로 가득해서 이 공허함을 해소하고 충만감으로 바꾸고 싶었다. 그래서 자기계발서를 집어들었다.
요즘 시대를 정의하는 단어는 공허함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목표가 사라진 공허함의 시대,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안 하는 것도 아닌 어정쩡의 시대에 살고 있다. 솔직히 이런 유의 자기계발서를 읽는 본질적인 이유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스스로를 '계발'한다고? 솔직해지자. 모두들 성공하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겠는가? 성공하고 싶은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큰데 반해, 성공에 대한 공급(?)은 사막에서 바늘 찾는 것마냥 매우 적다. 우리 모두는 성공이라는 바늘을 찾기 위해 살아간다. 그렇다면 성공의 정의가 뭘까? 영향력? 돈? 행복? 많은 정의가 있겠으나 한국 사회에서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을 성공과 등치시키는 경향이 있다(그 농도가 예전보다는 옅어졌다는 이들도 있지만, 내가 보기에 머니 숭배경향은 훨씬 더 강화된 것처럼 보인다). 나 같은 경우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읽었던 자기계발서 대부분은 직접적인 돈 벌이가 될 만한 정보나 지식 따위는 알려주지 않았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이 알려주는 건 태도다.
이 책의 제목은 타이탄의 도구들이다. 여기서 말하는 타이탄들은 소위 우리가 모방하고 꿈꾸는 삶을 살아가는 성공한 이들이다. 즉, 이 책은 성공한 사람들(돈을 많이 번 사람일 수도 있고, 명예를 얻은 사람일 수도 있고,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 사람일 수도 있다)이 성공을 쟁취할 수 있었던 본질적인 능력에 대해서 들려준다. 솔직히 너무 많은 사람들이 나오고, 내 입장에서는 잘 공감되지 않는 바도 있어서 내가 공감하고 실천해야겠다고 생각한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실천(행동, 도전)
타이탄들은 모두들 실천, 즉 행동가들이다. 너무 당연한 말이다. 솔직히 행동해야 성공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하지만 나에게는 이 '행동'라는 말이 주는 무게감이 조금 묵직하게 느껴졌다. 나는 도전에 대한 역치가 굉장히 높은 사람이다. 예전에는 인지하지 못했지만, 도전하는 게, 나의 컴포트 존에서 벗어나는 게 너무 불안하고 공포스럽다. 뭐, 사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남들 앞에서 발표를 한다거나, 리더 자리를 맡는 등 예상치 못한 도전을 하게 되면 너무 불안하다. 그래서 그런 불안감과 공포스러움을 회피하고자 안정감이라는 미명하에 도전을 피했었다. 하지만 말이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나는 성공하고 싶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 그런데 도전을 두려워한다니. 이 세계에서는 성공과 도전이 등치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근사적 관계에 있는 듯하다. 예전에는 '도전하지 않고도 돈을 많이 벌 방법은 없을까?' 따위의 고민도 해본 적이 있었으나 아직까지는 발견하지 못했다(누가 알고 있다면 좀 알려주시라). 도전하고 실패하라. 많은 성공한 사람들이 설파한 주장이지만 이 표현이 주는 두려움을 예전에는 피상적으로 느꼈지만 지금은 그 공포스러움을 어느 정도 안다. 내가 취해야 할 행동은 작은 도전들, 즉 나의 현재 역치 값을 초과하지 않는 작은 도전들을 조금씩 해나가면서 내 역치값을 낮추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이 주는 메시지를 내면화한 것이지 않겠는가?
독서와 글쓰기
요즘 자기 계발 유튜버들 사이에서 소위 신앙처럼 숭배되는 행위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독서와 글쓰기이다. 그들이 이 책에서 전달하는 바를내면화해 주장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타이탄들 역시 독서와 글쓰기를 강조한다. 그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글을 썼고 독서를 했다. 대단히 아쉽게도 나는 독서를 즐기는 사람은 아니며, 고3 이전에는 책을 읽어본 경험도 거의 전무하다. 그래서 독서와 글쓰기가 중요하다고 깨달은 순간부터 억지로 책을 읽는 고통을 느끼며 내가 욕망하는 대상이 바뀌었다. 집에서 심심해서 책을 읽는다는 사람들, 어릴 때 책 읽는 게 그렇게 재밌다는 사람들, 화가 날 때 글을 썼다는 사람들. 그들은 나에게 연구 대상이자 욕망의 대상이었다. 그들은 어떤 동기로, 어떤 이유로 책을 좋아하게 된 걸까? 물론 나도 책을 읽을 때 새로 알아가는 즐거움과 저자와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나의 내면이 충만감으로 가득 찰 때가 있지만, 그게 책을 읽고 싶은 동기가 되었던 적은 없던 거 같다. 매우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 능력이 있으면 인생을 살아가는 데 매우 도움을 줄 수단 같은데 말이다. 뭐, 어쩌겠는가. 즐기지 못한다는 걸 인정하고 꾸준히 할 수밖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불만 사항이 있다면, 왜 학교는 책 읽는 법은 안 알려줄까? 글쓰는 법은 안 알려줄까? 그런 거 스스로 배우는 거라고? 알려줬는데 너가 안 들은 거라고? 그렇다면 참 유감이다. 하하.
적용하자
더 풍부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책을 읽었지만, 딱히 개선되는 것은 없었다. 나는 그저 자기만족 용도, 남에게 자랑하기 위한 용도로 책을 읽었는지도 모르겠다(인정하기 싫지만 말이다. '모르겠다'라는 표현을 쓴 것 역시 아직도 인정하기 싫다는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고 삶이 개선되려면 저자가 주장하는 바를 내 삶에 적용해야 비로소 내 삶이 개선된다. 이 사실 역시 책을 읽으면서 배웠다(이 사실을 왜 여태껏 몰랐을까?). 아무런 목적 없이 그냥 읽는다는 행위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지금까지 내 삶에 책의 저자가 주장하는 바를 적용을 해본 경험이 거의 없지만, 지금은 적용하고 있다. 이렇게 글을 쓰는 거 자체가 나에게는 적용이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나는 글 쓰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떤 표현, 어떤 단어를 써야할까 생각하는 게 매우 고통스럽다. 침대로 돌아가 유튜브나 넷플릭스에게 구원을 요청하고 싶다. 하지만 변화하고 싶기에,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서 이렇게 형편 없는 글을 쓰고 있다. 이것도 하나의 실천이자 나에게는 도전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글을 마친다.
TOOLS OF TITANS 좋은 문구들
무슨 답을 하는지보다는 무슨 질문을 하는지를 통해 사람을 파악하라. 우리에게는 물론 목표가 있지만 타이탄들이 갖고 있는 목표는 종종 일반 사람의 눈에는 정말 터무니없거나 실현 불가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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