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Log/2023

액정 수리 그리고 그냥 잡념

깡칡힌 2023. 4. 4. 16:12

2020년 9월에 휴대폰을 바꿨으니까 지금 쓰는 휴대폰을 쓴 지 약 2년 7개월이 됐다. 안타깝게도 액정이 일부분 나가서 휴대폰을 정상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정도에 다다랐다. 나는 휴대폰 하나는 오래 쓸 자신이 있었는데, 액정이 깨지니 이거 불편해서 못 쓰겠더라. 그래서 액정을 바꾸려고 알아보니, 세상에나 액정 교체 비용이 27만 원이었다. 어이쿠야... 지금 쓰고 있는 휴대폰을 살 때 약 40만 원가량에 구매했는데, 지금 상황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됐다. 그래서 액정 교체는 포기하고 새 기종으로 바꾸려고 했는데, 이건 또다시 ㅎㄷㄷ이다. 요즘 휴대폰이 뭐 이리 비싼 것인가? 이번에 새로운 나온 모델을 구매하려고 했는데 127만 원이나 지출해야 했다. 백수한테 127만 원은 너무나 출혈이 크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27만 원을 내고 교체를 했다. 

 

이러한 결정을 하는 데 토요일과 일요일 약 이틀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액정 수리 대신 중고폰 교체를 하려고 발품을 팔았지만, 금액 대비 싼 것도 있었으나, 신뢰할 수 없었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판매에 불리한 정보는 최대한 감추려는 동기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좋은 물건도 있을 수 있겠으나, 나는 잘 안 됐을 때의 가능성을 잘 생각하지 않고 일을 저지르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트러블이 발생하면 나에게 오는 충격은 두 배 이상이다. 그리고 휴대폰과 최대한 멀어지려고 하는 지금, 이렇게 큰돈을 지불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았다. 사실 이런 사실이 전부 합리화이며 이미 마음속으로는 결정을 내렸는데, 그 결정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를 모으는 시간이 필요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점심시간이 지나 휴대폰 서비스 센터에 갔다. 월요일이라 사람이 많았지만, 다행히도 빨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내 휴대폰을 보더니, 수리하는 엔지니어 분(굉장히 친절한 분이셨다. 모든 서비스 업종이 이런 분들처럼만 고객을 대우해도 참 좋을 텐데)이 의아한 표정이었다. 약 3년 동안 사용하는 기종을 27만 원이란 돈을 들여서 액정 수리하는 사람이 그분 입장에서는 이상하게 보인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그가 물었다.

 

"혹시, 수리비가 얼마인지 안내받으셨나요..?"
"네, 27만 원가량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저희가 약 3년 정도 된 기종 같은 경우는 이렇게 큰돈을 들여서 수리를 권장하지 않거든요... 괜찮으신 건가요?"
"네, 괜찮습니다 수리해주세요."

이 사람아, 이 결정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번뇌에 휩싸였는지 알고 있는가. 지불하는 가격 대비, 내가 이 휴대폰을 언제까지 사용할 수 있을지, 배터리 성능이며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내린 결정이다. 아니, 휴대폰 하나 수리하는데 뭐 이리 복잡하냐? 누가 보면 집 사러 가는 줄 알겠다! 맞다. 내가 지나치게 오버했다. 이 휴대폰이 아니라 다른 곳, 내 미래를 더 풍족하게 할 수 있는 곳에 내 인지적 자원을 투입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멀어지기로 했으나) 그만큼 휴대폰은 내 삶에 아직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므로 신중히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문제는 돈이다! 돈만 있으면 나의 소중한 인지적 자원을 휴대폰 따위가 아닌, 더 중요한 곳에 투입할 수 있었을 텐데... 돈이 중요하다는 걸 부인할 사람은 없겠지만 나는 요즘 인지적 자원의 활용 측면에서 돈이 있어야 한다는 더 절실히 느끼고 있다. 앞서 말했다시피 나는 백수이기 때문에 지출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매일 고민에 휩싸인다. 맛있는 건 먹고 싶은데  비싸고(요즘 물가 봤는가? 살기 힘들다!), 몸에 좋고 맛있는 샐러드를 먹고 싶은데 이것 역시 가격이 부담스럽고(아니 풀때기가 뭐 이리 비싸담?), 싸게 먹으려면 내가 전부 해야 하고, 또 내가 하려면 어디가 싼 지 알아봐야 하고. 온통 내 인지적 자원을 갉아먹는 일 투성이다! 돈이 있으면 더 중요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곳에 내 인지 자원을 투입할 수 있을 텐데!! 이거 참 보통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는 너무 돈, 돈 거리는 풍조가 만연하지만 돈은 너무 많으면까지는 가지도 않겠지만 너무 없어도 불행하다. 돈이 없는 사람의 삶은 패스트푸드를 먹는 사람과 비슷하다. 돈이 없어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는 식품으 찾았더니 앞에 맥도널드가 있다! 근데 맛도 좋다! 하지만 일주일 내내 먹었더니 계속 살이 찌네? 살을 빼기 위해서는 좋은 식품을 먹어야 하는데, 좋은 식품은 비싸다. 그래서 다시 패스트푸드를 찾고 살이 찐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가난한 사람들 중에 비만인 사람이 많은 게 이런 이유 아닐까? 액정 수리하다가 어쩌다 보니 돈 얘기까지 왔는데, 씁쓸한 현실이다. 그럼 이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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