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담론 중 가장 화제인 걸 꼽는다면 저출산 문제일 듯하다. 레거시 미디어에서는 하루에 한 번은 저출산 관련 보도가 등장하며, 유튜브 같은 뉴미디어에서도 저출산 문제에 관련해서 여러 전문가가 나와 여러 주장들을 내뱉는다. 그들의 이야기는 어떤 이에게는 절망적인 이야기일 것이고, 또 다른 어떤 이에게는 자신과 상관없는 소음에 불과할 것이다.
2022년 대한민국 합계 출산율이 0.78명이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발표된 직후, 사회의 대부분의 이슈를 저출산이 흡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만 봐도 그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미 늦은 거 같다. 언론에 나오는 전문가들은 항상 다음과 같은 말을 인터뷰 후미에 덧붙인다. "상황이 심각하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그 특단의 대책은 이미 예전에 나왔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비판만 하는 건 너무나 싶다. 나 역시 개돼지다. 지금까지 아무 관심도 없다가 사회의 큰 이슈가 되자, 마치 인사이트 있는 척, 깨어있는 시민인 척해봐야 나는 개돼지일 뿐이다. 이미 전문가 집단에서는 2005년부터 그 위험성과 심각함을 경고해 왔고,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은 그 얘기에 관심도 없었다. 그냥 현실을 살아가거나 즐기기에 바빴을 뿐이지.
나는 생산재이자 소비재였으며 미래의 내 자식은 사치재이다
자식은 경제학적 가치와 바꿀 수 없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 매우 소중한 존재라고 나는 배웠다. 하지만 나는 자식을 갖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모른다. 흔히들 부모들이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고 하지만, 나는 자식이 없기 때문에 그 말을 나는 공감할 수 없다. 여기서는 슬프지만 자식을 비용의 측면에서 접근해보려 한다. 예전 농경사회 때 자식은 생산재였다. 즉 자식이 많다는 건 더 많은 노동력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이며, 이는 더 많은 생산물을 수확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농경사회 때 생산성 향상은 노동력이 담보 비중이 컸으니 말이다. 즉, 노동력이 곧 권력이었다. 그리고 현재 내 부모의 입장에서 나는 소비재이다. 즉 유지하려면 계속해서 자본이 투입되어야 한다. 투입하는 비용 대비, 나로 말할 거 같으면 효율성이 매우 극악이다. 돈은 들어가는데 생산하는 게 거의 없으니 말이다. 아니 있다고 하더라도 나의 부모가 느끼는 효용의 가치는 매우 낮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부모에게 감사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가성비가 안 좋은 나에게 잠자리와 음식을 제공해 주니 말이다. 그리고 내 관점에서 본 요즘의 자식은 사치재다. 말 그대로 여유가 있어야 가질 수 있는 재화(?)이다. 우리가 흔히들, 샤넬, 구찌 등을 사치재로 꼽지만 내 생각에 현재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사치재는 자식이다. 2030 세대에서 우리의 계급은 자식을 낳을 수 있는 계급과 그렇지 않은 계급으로 양분화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식이 있다는 거 자체만으로 어느 정도 여유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합계 출산율 0.78이 의미하는 것도 그런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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