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Log/2023

모든 직업이 가치를 창출하는가

깡칡힌 2023. 4. 18. 14:44

얼마 전, 전업 트레이더가 쓴 책을 읽다가 직업에 존재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우리는 왜 직업을 가질까? 가장 보편적인 대답은 '먹고살기 위해서' 정도가 될 수 있을 거 같다. 나 역시 부모님이 이렇게 글 쓰면서 낭비할(?) 시간을 대출해주지 않았으면 먹고살기 위해서 직업을 가져야 할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가 지속하기 위해서는 부를 창출해야 한다. 그리고 그 부를 창출하는 구체적인 주체가 자본가와 노동자이다. 자본가와 노동자 두 개체는 그 일의 속성은 다르지만 모두 그 일이 '직업'이라는 이름으로 구체성을 띠고 있다. 자본가는 사장, 투자자 같은 직업으로 노동자 역시 개발자, 마케터, 애널리스트 등으로 구체화될 수 있으며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이런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사람들은 소위 '가치'라는 것을 창출하며 사회적 부를 증가시킨다. 노동자는 자본가들은 서비스의 시나리오를 만들고, 노동자들은 이 시나리오를 구체화시킴으로써 하나의 서비스나 제품을 만든다. 그리고 이런 제품이나 서비스가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 줌으로써 가치를 창출하고 이 과정에서 사회적 부가 증가한다.

 

위 프로세스에 동의가 되는가. 나는 동의가 된다. 직업이 가치를 창출하고 그 과정에서 사회 전체의 부가 증가하는 것 역시 동의가 된다. 하지만 내가 의문인 점은 모든 직업이 그러냐는 것이다. 이 질문이 시작된 이유가 트레이더 때문이었으니, 트레이더로 예를 들어보자. 트레이더는 주식 투자자라는 직업의 카테고리에 속한다. 그리고 그들이 하는 일은 싼 값에 주식을 사서 비싼 값에 파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이 가치를 창출한다고 할 수 있을까? 그들이 한 일은 변동성을 이용해서 싸게 주식을 사서 비싸게 주식을 판 것뿐이다. 거기서 어떤 사회적 가치가 창출되는지 의문이다. (오해하지 말자. 트레이더란 직업을 폄하하는 게 아니다. 백수 주제에 누굴 폄하하겠는가. 나도 능력만 된다면 트레이더가 되고 싶다) "직업이라는 게 꼭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해?"라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지만, 사회라는 공동체 안에서 타인에게 가치를 주지 않는다면 거대한 세계에서 혼자만 살아간다는 느낌이 강하다. 뭔가 외로울 거 같다. 그래서 나는 가치를 창출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 다시 원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트레이더 그리고 더 나아가 주식 투자자는 어떤 가치를 창출하지? 이 물음에 대해 꽤 오랫동안 고민해 왔다. 주식 투자는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불리지 않나. 그런데 여기서 가치를 창출하지 않는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아주 초기 회사에 자본을 투입하고 지분을 받는다거나, 상장 시 주식 매입은 가치를 창출한다고 할 수 있을 거 같다. 회사 역시 사업을 일으킬 자본이 필요해 투자자를 모집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회사가 주식시장에 상장이 되고, 회사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시장 안에서 제삼자들이 회사 주식을 사고팔아서 시세 차익을 남기는 게 어떤 가치를 창출하는 것일까? 어떤 이는 어려울 때 회사에 투자해 줌으로써 회사를 믿어주고 지지해 주는 것만으로 회사의 가치 창출에 이바지했다고 주장한다. 그래, 동의할 수 있는 논리다. 하지만, 오로지 돈만을 벌기 위해 단기간에 사고파는 주식 거래는 어떤 가치 창출이 가능할까. 아직 명쾌한 답을 찾지 못했다. 내가 도덕적인 잣대를 과도하게 들이대고 있는 것인가? 단순히 돈만 벌면 되지, 과도한 위선을 떠는 건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니, 맞다. 나 역시 능력만 있다면 트레이딩 해서 돈 벌고 쾌락에 내 몸을 던지고 싶다. 하지만 주식 투자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내가 납득할 수 있는 논리를 찾고 싶은 것도 진심이다. 인간은 참 모순적인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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