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Log/2023

제일 중요한 거 하나만 꼽으라면?

깡칡힌 2023. 4. 17. 14:29

나는 팟캐스트를 많이 듣는다. 그리고 팟캐스트가 아니더라도 이동 시간이나, 여유 시간이 생기면 경제나 시사 관련 유튜브를 많이 청취한다. 아무 생각 없이 콘텐츠를 소비했을 때는 생각지 못했었는데, 요즘 들어 내가 주로 시청하는 대담 프로에서 사회자의 역할 그리고 사회자가 사용하는 표현이 되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청취하는 팟캐스트 대부분은 경제나 현재 이슈가 되는 사안에 대한 전문가의 소견을 듣기 위해 전문가를 초빙하여 그들의 얘기를 주를 이룬다. 그리고 마지막 순서 즈음 되면 사회자들이 꼭 하나 던지는 질문이 있다. "오늘 말씀 중에 제일 중요한 거 하나만 꼽으신다면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요?"가 그런 질문이다. 물론 아는 사회자도 있지만, 유난히 내가 듣는 콘텐츠 진행 하는 이들은 중요한 걸 반드시 하나만 꼽아야 하나보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고? 그냥 저 질문이 불편하다. 아니꼽게 느껴진다. 전문가가 주는 메시지는 그 하나하나가 중요하고 생각하면 안 되는 것인가, 거기서 꼭 중요한 거 하나를 꼽아야 하나? 모든 얘기가 중요한 건 아니라고? 그중에서 중요한 걸 알고 싶은 게 뭐가 잘못된 거냐고? 그건 듣고 보니 일리가 있다. 나는 저 질문이 왜 불편할까?

 

아, 알겠다. 방금 전 문장을 작성하면서 내가 느끼는 이 불쾌감의 원인이 뭔지 알았다. 역시 글을 써야 내 솔직한 내면을 만날 수 있나보다. 내가 저 문장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사회자의 질문이 순위를 매기고 싶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서열 매기기 왕국이다. 아파트부터 시작해서 학벌, 성적, 자산 규모 등 모든 일에 서열을 매기고 피라미드 가장 꼭대기에 앉은 사람을 경외하고 그들처럼 되기 위해 그들의 모습을 모방한다. 반면에 피라미드 제일 아래층에 있는 이들은 매우 저열한 이들이라, 기피한다. 즉 자본이 없거나 자본과 관련이 없는 대상에 우리는 큰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철학은 우리 삶에 너무나 중요하고, 한 사람의 인생이 풍요로워지기 위해서는 철학이 너무 중요한데도 철학은 돈을 벌지 못한다는 이유로 철학에 대해 우리가 매기는 가치는 매우 낮다. 말로는 철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철학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정확히 그 반대다.

 

언어는 우리 사고의 연장선이다. 평소 사용하는 언어 습관이 그 사람, 더 나아가 그 사회의 지배적인 생각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비단 사회자 1명이 아니라, 내가 보고 듣는 팟캐스트 대부분에서 저런 유의 질문을 보고 들을 수 있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사고 행태를 잘 보여주는 예라 생각한다면 너무 비약인 걸까? 서열 매기기, 누구는 네카라쿠배가고 누구는 ㅈ소기업 가고 말로 표현은 안 하지만 내면에서는 그 사람을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이 망할 놈의 서열 매기기. 정작 나는 안 그런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지만, 나 역시 저렇게 생각한 경우가 많다. 부끄럽지만 말이다. 조금 더 풍요롭게 살고 싶다. 왜 우리는 남과 비교를 함으로써 자신의 행복의 수준을 가늠하려고 하는 걸까? 인간의 본능인 걸까? 그렇다면 어쩔 수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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