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개장 전, 아직 켜지지 않은 모니터 앞에서 : 자신이 되고자 했던 시간의 기록 (강민우)

깡칡힌 2023. 4. 18. 14:10

개장 전, 아직 켜지지 않은 모니터 앞에서

나는 여전히 의미 있는 방황이라는 미명 하에,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가 보내는 이 시간은 훗날 의미 있게 평가받을 수 있을까, 아니면 단지 헛된 시간 낭비에 불과한 걸까. 이 시간에 대한 평가는 미래의 내 모습이 결정할 것이다. 내가 보내고 있는 지금 이 시간에 굳이 의미 부여를 해보자면, 나는 지금 철학 다지기 중이다. 내게 남은 삶의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지, 어떤 일을 할지, 그리고 이 세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등을 말이다. 

 

이 책은 전업 트레이더인 저자의 삶의 기록이다. 어떤 과정을 거쳐 트레이더가 되었는지, 저자의 인생과 삶을 바라보는 관점 등이 적혀있다. 사실 주식 얘기는 별로 없고, 지금의 나에게 어떻게 하면 주식 투자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필요 없다. 나에게 필요한 건 철학이니 말이다. 

 

저자는 어린 시절 매우 가난했다고 한다. 사실 가난했기 때문에 악착같이 살아왔다는 스토리는 이제는 클리셰가 됐다. 한 마디로 진부하다. 그래서 저자가 가난했던 아니던 크게 관심이 없었다. 다만 가난으로 인해 어린 시절 겪은 물질적인 결핍이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열망을 보통 사람보다 훨씬 더 자극하는 것 같기는 하다. 그리고 그 욕망은 그들로 하여금 악착같이 살게끔 한다. 그래서 가난으로 시작하는 스토리는 매우 진부하게 느껴지지만 그 가난이야말로 그들을 지금의 자리까지 있게 한 원동력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가난하게 살고 싶지 않아 '우연찮게' 트레이딩이라는 분야(?)를 접했고, 거기에 나름의 적성을 찾아 12년 간 생존했고 지금은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생활할 만큼의 자산을 이루었다. 방금 내가 쓴 문장. 이 한 문장이 그의 인생 스토리다. 매우 압축적이지 않은가? 내가 죽을 때 나의 인생도 이렇게 한 문장으로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압축적으로 말이다. 압축은 사물을 특성을 잘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도구이지만, 그 간결함이 오히려 본질을 왜곡하기도 한다. 한 사람의 인생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이룰 수 없었던 성과를 달성한 사람을 볼 때, 그가 달성한 성과 그 자체만 보지만, 정작 우리가 취해야 할 건 성과가 주는 소음이 아닌 그 성과를 달성하기까지의 과정이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인플루언서고 일반 사람의 시야에서 봤을 때 트레이딩의 세계에서 아직까지 성공한 사람이다. 성과가 보여주는 노이즈에 압도되지 말고 저자의 행동 프로세스에 집중하자. 그럼 우리도 조금은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저자는 가난이 미디어에서 미화하는 것만큼 쿨하지 않다는 걸 알았고,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게으름과 끊임없이 싸웠다. 그리고 주식 투자를 단순히 사고 판단의 행위 개념이 아니라 미래 세계의 모습을 그린다는 사고력의 관점에서 내다봤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비단 트레이더가 아니더라도 나는 저자처럼 내가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고통스러움, 외로움, 남들과 다른 길을 간다는 두려움 이 모든 복합적인 감정을 극복할 수 있을까? 

 

저자는 몰입했다. 자신의 일해. 그 몰입의 기저에는 즐거움이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다시는 가난해지고 싶지 않다는 절박함 때문이었을까. 나는 내가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다. 이런 유의 책을 읽는 이유도 돈을 어떻게 번다는 걸 떠나서 그들의 철학과 그들이 어떻게 몰입할 대상을 찾았는지 그 과정 자체를 알고 싶기 때문이다. 운명처럼 '뿅'하고 찾아오지 않는다는 건 이제는 안다. 하지만 내가 30이 되기 전까지 그런 유의 일을 나는 찾을 수 있을까? 그런 일을 찾은 사람이 요즘 들어 너무나 부럽다. 몰입할 수 있고, 재미를 느끼는 일이 있다는 건 이 세계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축복이다. 나는 그 일을 찾고 싶다.

 


  • 일반적으로 무엇인가를 저지르는 것을 충동이라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뭔가를 해야 할 때 하지 못하는 것도 충동이다. 전자의 충동이 미래의 부정적인 결과를 무시하며 자신을 위험 속으로 던지는 방식의 충동이라면, 후자의 충동은 미래의 긍정적인 결과에 과도하게 몰입해 자신을 멈추지 못하는 충동이다. (충동의 양면성)
  • 사람은 이성보다 감정에 의해서 움직이는 존재다. 주식을 할 때는 대중이 현재 느끼고 있는 감정의 트렌드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20대, 30대, 40대 투자자의 사회적 지위에서는 어떤 욕구가 지배적인지 함께 살펴야 한다
  • 시장에 굴복한다는 것은 결코 내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과 시장이 허락한 수익만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일이다.
  • 사람이 겸손해지지 못하는 이유는 그것이 인간의 본능에 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과도하지 않다면 누군가보다 ‘우월한 나’가 되고 싶고, 그것으로 자신만의 희열을 느끼고 싶어 한다. 정신적으로 성숙하고 겸손해져라.
  • 지금까지 내 인생에 없었던 새로운 것을 얻고 싶다면, 당연하게 해 오던 행동과 생각을 바꿔야 한다. 주식투자로 이제까지 없었던 수익을 얻으려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처럼 그에 걸맞은 나부터 만들어야 한다.
  • 주식이라는 것도 결국은 자기 자신이 사고력을 풀가동해 시나리오를 짜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주식 투자자는 시나리오 짜는 작가와 비슷하다. 내가 상상한 이 한 편의 시나리오가 잘 들어맞으면 매도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빠르게 손절을 하고 다른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다.
  • 빠른 매매를 해야 하는 트레이딩이 싫다면 분명 가치투자로 눈을 돌려야 한다. 그러나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묻어두면 오르겠지’라는 생각은 장기투자의 올바른 자세가 아닐뿐더러, 그 또한 ‘운’을 바라는 옳지 못한 투자의 예시밖에 되지 않는다.
  • 워라밸이나 욜로를 좇으면서 성공을 얘기하는 것은 자기 분야에 몰입해서 시간을 쏟아붓는 누군가에 대한 모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