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Log/2023

특별한 사람이란 (feat. 귤밭으로 간 한의사)

깡칡힌 2023. 4. 24. 10:06

아침 시간에 우연히 인간극장을 방영하는 채널이 시야에 잡혔다. 마침 나와 비슷한 또래들의 삶을 그리고 있어 관심이 갔다. 그들은 제주도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청년들이었다. 그런데 그 농부들 중 한 명이 이런 말을 했다. "어릴 때부터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 20살 때부터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했는데, 지금의 현왕이 형(한의사 형)이 나에게 연락해 같이 농사를 짓자고 했어요. 형은 특이한 이력(한의사)을 갖고 있었고 형이랑 함께하면 형이 저를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가 한 말 중, '특별한 사람'이라는 문구가 나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특별한 사람이라... 인터뷰어는 왜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할까? 남들과 구분되고 싶어서? 그렇다면 왜 남들과 구분되어야 하지?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면 안 되는 걸까? (어른들은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어렵다고 말한다) 나 역시 이런 욕망이 있다. 나도 남들과 구분되고 싶고, 이 세계에서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 그래서 그와 내가 가진 이 욕망의 기원이 궁금했다. 나는 진화생물학에서 답을 찾았다. 

 

인간을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의 제1의 목적이 무엇인가? 그것은 생존이다. 그리고 번식이다. 유전자의 관점에서 번식은 생존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 우리의 의지와는 상반될지 모르겠으나 우리라는 그릇에 담겨있는 유전자의 제1의 목적은 생존과 번식이다. 우리는 그 목적을 이행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나와 인간극장에 출연한 청년의 욕망도 이해가 가능하다. 왜 특별해지고 싶냐고? 그것은 특별함이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세계에 태어났으므로 아직까지는 생존해 있다. 그다음 목적은 생존의 연장선인 번식이다. 번식을 하려면 배우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까다로운 배우자는 (암수와 관계없이) 아무 매력 없는 개체나 간택하지 않는다. 매력이 없다는 건 평범하다는 것이고 평범하다는 건 생존하는 데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암컷 개체 입장에서 나같이 평범한 아저씨를 좋아할까? 아니면 BTS 뷔를 좋아할까? 암컷도 개체에 따라 성향이 다르겠으나 확률적으로는 후자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자, 이제 의문이 어느정도 해소됐다. 나와 인간극장에 출연한 그가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은 유전자의 생존 욕구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니 불편해할 필요 없다. 특별함에 대한 열망은 그냥 자연스러운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생겨먹었다.